몽당연필 #13

by rainon 김승진

아침 구내식당의 올드보이


복권 필요 없겠어.

간밤에 꾼 꿈,

너였구나... 싶다가.


내 뒷사람

흰자만 먹을까 봐 미안해지네.

※ 작가 註) 영화 "올드보이"에서 사설 감옥에 갇힌 오대수가 배달 군만두에 딸려 온 젓가락이 세 짝인 걸 보고서 한 말. "아이고, 옆방 아저씨는 젓가락 한 짝으로 밥 먹겠구나."


창공(蒼空)까지 활공(滑空)


어깨 짓누른 구름 두꺼워

솟구쳐 오를 기운 없다면,

바람 위 미끄러지기만 하자.

보이지 않는 어딘가

잿빛 이불 끝자락 놓치지 않게,

펼친 날개 지만 말자.


사라지지 않는 어떤 것들


웃음이나 울음이나 그리 단순하지만도 복잡하지만도 않을 것이다. 둘 또는 셋 정도 마음 색의 뒤엉킴. 즐겁고 뿌듯하고 기쁘거나, 슬프고 외롭고 억울하거나. 감정이 터져 나는 그동안의 시시각각 농도도 다를 것. 하루 종일 울어본 이는 아마 알 것이다. 새벽의 눈물과 초저녁의 눈물은 그 염도가 같지 않을 것. 마음에 펼친 도화지. 그 색이 더욱 짙으며 물감이 겹쳐진 자리의 느낌은 더 오래도록 남는다. 나이를 먹는다는 것. 세월만큼 들이마신 공기 속 산소가 종잇장을 조금씩 산화시켜 색을 흐려지게 한다. 슬프고 감사한 일이다. 빛바래며 사라지는 웃음의 자취는 애석하고, 희미하게 흩어지는 눈물의 흔적은 다행이니 말이다. 그런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바래지 않는 웃음과 여전히 선명한 눈물은 반드시 있다. 아마 자아가 소실되고 나서 다음 생까지 쫓아가지 싶을 정도로 강렬하고 뜨거운, 그런 웃음 또는 눈물.


민들레 홀씨 되어

<박미경 - 민들레 홀씨 되어>에 더하다.


잘게 부서져서라도

너에게 날아갈 수만 있다면.


바람 흩뜨림에

티끌로 조각나

어딘지 알지 못할 곳들로

나 산산이 사라진대도


그 한 조각만 부디

네게 닿을 수 있기를 바라는


소망

끝내 물거품 된대도

알지 못할 어느 땅 위에 내려

다시 피어나


다시 불어올 바람 날개 위 올라

다시 너를 향할 날을

다시 기다리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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