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y rainon 김승진 Sep 2. 2021
오지 않은 날들에게
피할 수 없을 모든 잿빛들이
너무 짙지만 않기를...
먹구름이 터뜨릴 수밖에 없을
빗줄기의 성남 앞에 담담할 테니
이 조그만 우산 찢지만 말기를...
젖은 옷깃 털어낼 때 빗방울이
현관 앞 어슬렁거리는 개미에게
벼락 되지만 않기를...
그리고
혹시 다시 구름 걷힐
창공 푸른빛에 취해
폭풍우가 준 가르침
잊지 않기를.
작지 않아. 너.
이름 있어야
아름다운 것은 아니리.
이름 없어도
예쁜 너는,
이름이 아닌
네가 예쁜 너.
흔드는 바람 이기고
기지개 켜는 이 땅 위에,
누구도 모를 이름 감추고
아무도 모를 침묵으로 하늘 마시는
들꽃. 너, 있어
세상은 사랑스러워라.
낮은 꿈 자리표
내 꿈은 나중에 싹트게 하소서.
지상에 가득한 간절한 소망들,
기도의 새벽이 흘리는 뜨거운 눈물
먼저 닦아 주세요.
꿈 없는 잠은 그저 편안함이고
못 이루는 꿈, 저 홀로 행복할 수 있어도
잠 못 이루는 근심의 끝이 부르짖는
처절한 몸부림의 호소,
더는 아프면 안 되니까요.
세상 모든 상처가 다 씻기고 난
그다음 날에
내 꿈은 맨 나중에 싹트게 하소서.
발레리노
<리쌍 - 발레리노>에 더하다.
나는 아픔을 모른다.
너만을 위한 이 무대
다 장조 선율 흐름에
세상 단 한 사람 기쁘게 하는
벅찬 행복의 힘으로 밟는
스텝 사이로
발가락 찢어져도
멈춤 없는 춤.
나는 아픔을 몰라야 한다.
너는 내 아픔을 몰라야 하기에
나도 내 아픔을 몰라야 한다.
네 얼굴에 미소가 시들지 않도록
썩어가는 내 발가락 시드는 날까지
멈춤 없어야 할 춤.
언젠가 조명이 꺼지는 날
내 발가락 힘 다하는 날
설마라도 혹시라도 잠시라도
날 가엾이 여길 지도 모를
네 얼굴에 미소 시들지 않도록
그땐
너는 나를 몰라야 한다.
음악 속 춤의 사위만
네 추억 어딘가 자리 잡고
널 위한 춤만으로
세상에 감사했던 발레리노
너는 기억 못 해야 한다.
너만을 위한 발레리노, 나는
아픔을 모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