몽당연필 #23

by rainon 김승진

오지 않은 날들에게


피할 수 없을 모든 잿빛들이

너무 짙지만 않기를...


먹구름이 터뜨릴 수밖에 없을

빗줄기의 성남 앞에 담담할 테니

이 조그만 우산 찢지만 말기를...


젖은 옷깃 털어낼 때 빗방울이

현관 앞 어슬렁거리는 개미에게

벼락 되지만 않기를...


그리고


혹시 다시 구름 걷힐

창공 푸른빛에 취해

폭풍우가 준 가르침

잊지 않기를.


작지 않아. 너.


이름 있어야

아름다운 것은 아니리.


이름 없어도

예쁜 너는,

이름이 아닌

네가 예쁜 너.


흔드는 바람 이기고

기지개 켜는 이 땅 위에,


누구도 모를 이름 감추고

아무도 모를 침묵으로 하늘 마시는

들꽃. 너, 있어

세상은 사랑스러워라.


낮은 꿈 자리표


내 꿈은 나중에 싹트게 하소서.


지상에 가득한 간절한 소망들,

기도의 새벽이 흘리는 뜨거운 눈물

먼저 닦아 주세요.


꿈 없는 잠은 그저 편안함이고

못 이루는 꿈, 저 홀로 행복할 수 있어도


잠 못 이루는 근심의 끝이 부르짖는

처절한 몸부림의 호소,

더는 아프면 안 되니까요.


세상 모든 상처가 다 씻기고 난

그다음 날에


내 꿈은 맨 나중에 싹트게 하소서.


발레리노

<리쌍 - 발레리노>에 더하다.


나는 아픔을 모른다.


너만을 위한 이 무대

다 장조 선율 흐름에

세상 단 한 사람 기쁘게 하는

벅찬 행복의 힘으로 밟는


스텝 사이로

발가락 찢어져도

멈춤 없는 춤.


나는 아픔을 몰라야 한다.


너는 내 아픔을 몰라야 하기에

나도 내 아픔을 몰라야 한다.


네 얼굴에 미소가 시들지 않도록

썩어가는 내 발가락 시드는 날까지

멈춤 없어야 할 춤.


언젠가 조명이 꺼지는 날

내 발가락 힘 다하는 날

설마라도 혹시라도 잠시라도

날 가엾이 여길 지도 모를

네 얼굴에 미소 시들지 않도록


그땐

너는 나를 몰라야 한다.

음악 춤의 사위만

네 추억 어딘가 자리 잡고


널 위한 춤만으로

세상에 감사했던 발레리노

너는 기억 못 해야 한다.


너만을 위한 발레리노, 나는

아픔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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