몽당연필 #24

by rainon 김승진

하늘을 걷다. 구름을 걷다.


손 내밀면 닿을 듯한데


발길 멈추지 않으면

스칠 수 있을까

걷고 또 걸어도


눈앞에 그대로인 너 님

향한 뜨거운 박동 타고

두근두근 절절함


잎사귀로 솟아나, 이 밤

하늘을 걸어올라

구름을 걷어내고...


그대 볼에 입 맞추다.


고개 든 산과 물


산과 물

두 마음 모여

빚어낸 향기

깨끗하게 맺혀


바람의 노래 사이로

여기 고개 들다.

산.수.국. (山.水.菊.)

꽃.


몽당연필의 기도


스스로

스스럼없이

부러뜨리려 해도

더 작아질 남음이 없어라.


작아지며 작은대로

살아왔기에

작다고 끊을 수도 없는,


멈출 수 없는 게 삶인지라.


짧아서

부러지지 않으

끝까지 갈 수밖에, 없도록


시간의 물결 올라타 숨 마시고 뱉어

파도의 가장자리까지

그리리라. 그리하리라.


어차피 지워질 기억일지라도

기억하며


접히지 않으리라. 마지막까지

걷다가 긋다가

영원으로 향하는 날에는


내 그늘

남기지 않으리라.


해체를 위하여

<김종서 - 해체를 위하여>에 더하다.


가을날 아련한 달빛

흔들며 내 안으로 들어온

사람


마음 한가운데

그를 위해 마련한

방에


들어오고 나갔다가

다시 들어왔다 가버리는

사람


기다림과 그리움에 지쳐

홀로 에이는

가슴


이젠 그만하라고 외치며

빈 방 걸어 잠그고 외면하라 부르는

노래


해체를 위한 다짐도 잠시

노래가 끝나고

여기


언젠가 슬픔 달래러 위로를 찾아

이 방 찾을지도 모를 사람 위한

청소


빗자루 들고 속으로 눈물 삼키며 들어서는

마음 한가운데 그를 위한 텅 빈

방에


끝없는 기다림

변치 않을

끝사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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