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y rainon 김승진 Sep 3. 2021
은초롱
태양을 우러러
창공 향해 한껏 펼치는
욕망들
치솟으려 앞다툴 때
그런 세상의 뒤안길에
너 있어서
다행이다. 참.
햇빛도 모르는 낮은 곳
기어야 하는 운명 짊어진
조그만 풀벌레들 위하여, 향하여
겸손히 고개 숙여 피어난
착한 마음씨.
너 있어서,
세상은 다 그렇지만은 않아
다행이다. 참.
나의 이름은
꽃이 졌다고
내가 다 진 것 아닌데,
꽃을 잃은 나
알아보는 이 없다.
내 이름도 라일락.
나는
라일락.
하룻길
반듯하지 않다.
예쁘지도 않다.
오늘도 역시나 부끄럽다.
울퉁하고 또 불퉁하여 못생긴
제각각 돌조각들,
제 멋대로 생기다 말아버린
하루 속 크고 작은 숙제들은
아침 소원대로 된 적 한 번도
없다.
그래도
안간힘과 헛수고
주거니 받거니 겨우 버틴 날
저물 때, 하룻길 조마조마 되짚어 보면
빈틈 숭숭 허술할지언정
그 못난 돌조각들
저희끼리 사이좋게 자리 잡아
얌전히 박혀 있다니.
깊은 한숨 스민 하루 어치 허둥지둥 속,
이러거나 저러거나 어쨌거나
세월에 올라탄 오늘이
파편들 퍼즐
돌길 위로
그럭저럭 굴러가고 있다.
널 품은 심장
낡은 슬리퍼는
왼쪽으로만 닳아 있었다.
미처 모르는 사이
기울고 있었다.
널 품은 심장의 두근댐이
시간을 걸어온 무게만큼
이렇게
너로 가득한 마음, 그 나침반... 늘
너를 향해 있었다.
네 마음 닫혀서 내 마음 다쳐도
네 마음이 활짝 열림
내 사랑이 주렁 열림
한번 맺은 열매
시들지 않을 것
열린 마음 닫혀서
이내 마음 다쳐도
지지 않을
너를 위한 열매
꺼지지 않을
불꽃, 끝사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