몽당연필 #25

by rainon 김승진

은초롱


태양을 우러러

창공 향해 한껏 펼치는

욕망들

치솟으려 앞다툴 때


그런 세상의 뒤안길에

너 있어서

다행이다. 참.


햇빛도 모르는 낮은 곳

기어야 하는 운명 짊어진

조그만 풀벌레들 위하여, 향하여


겸손히 고개 숙여 피어난

착한 마음씨.


너 있어서,

세상은 다 그렇지만은 않아

다행이다. 참.


나의 이름은


꽃이 졌다고

내가 다 진 것 아닌데,


꽃을 잃은 나

알아보는 이 없다.


내 이름도 라일락.

나는

라일락.


하룻길


반듯하지 않다.

예쁘지도 않다.

오늘도 역시나 부끄럽다.


울퉁하고 또 불퉁하여 못생긴

제각각 돌조각들,

제 멋대로 생기다 말아버린

하루 속 크고 작은 숙제들은

아침 소원대로 된 적 한 번도

없다.


그래도


안간힘과 헛수고

주거니 받거니 겨우 버틴 날

저물 때, 하룻길 조마조마 되짚어 보면


빈틈 숭숭 허술할지언정

그 못난 돌조각들

저희끼리 사이좋게 자리 잡아

얌전히 박혀 있다니.


깊은 한숨 스민 하루 어치 허둥지둥 속,

이러거나 저러거나 어쨌거나

세월에 올라탄 오늘이

파편들 퍼즐

돌길 위로

그럭저럭 굴러가고 있다.


널 품은 심장


낡은 슬리퍼는

왼쪽으로만 닳아 있었다.


미처 모르는 사이

기울고 있었다.


널 품은 심장의 두근댐이

시간을 걸어온 무게만큼


이렇게

너로 가득한 마음, 그 나침반...


너를 향해 있었다.


네 마음 닫혀서 내 마음 다쳐도


네 마음이 활짝 열림

내 사랑이 주렁 열림


한번 맺은 열매

시들지 않을 것


열린 마음 닫혀서

이내 마음 다쳐도


지지 않을

너를 위한 열매

꺼지지 않을

불꽃, 끝사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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