몽당연필 #26

by rainon 김승진

빗물만 말고 햇살도


번뜩이는 유리 걸친 마천루.

햇빛 아쉽지 않아. 난.

이 안에 계신 귀한 분들

덥지 않으셔야 해.

도로 하늘로 가거라. 햇빛.


빌딩 숲길 건너 연립주택 반지하.

간밤에 내린 세찬 빗줄기는

모든 것을 끝까지 남김없이

촉촉하게도 적셨다.

흘러넘치는 구름의 은총이여.


빗물아. 네가 아래로 흐르는

딱 그만큼만 바랄게.

네 가시고 난 뒤 찾아오실

햇빛, 햇살도 부디부디

흐르거라. 넘치도록 아래로 흐르거라.


6월 30일, 오늘이 사무치는 까닭


지구가 태양 주위를

두배 더 빨리 달렸다면

오늘

어느 카페에서는

올드 랭 사인이 울리겠지.


클래식 방송에서는

베토벤 교향곡 9번 4악장을

내보낼 거야.


오늘이

달력 마지막 장을 찢는 날일 수도 있어.


오늘 아침 그대가 맞은 태양

삶 속 최후의 해가

아니라고 자신할 수 있을까?


오늘의 그네 타기

그대 마지막 그네

그럴 수도 있잖아.


그네

그대

영원하지 않아.

그넷줄

언제 끊길지 알 수가 없어.


한잔 차로 여는 길


따뜻한 한 모금

마음이 흘러나오는 길

촉촉하게 덥히고...


보드라운 그 길 위로

다정한 말씨가 던지는

아늑한 눈빛.


마음의 문

빗장

살며시 연다.


바람이 흘린 눈물 10


하늘은 잿빛이건만

구름으로 구겨

바람 위 떨군 빗물은

색깔이 없고


오늘 이 마음 깊이

핏빛 아픔이 토한

설움 가득 눈물방울도

그 너머 세상 그대로 비쳐 보이듯이


잿빛 구름을 바람이 녹이고 난 하늘도

핏빛 응어리 터뜨려 다 비워낸 마음도

그리 무색(無色)하기를.


담담히 무심히


그 무엇에도 물들지 않는

단단한 투명함으로

초연히 일어서서


오늘 바람이 흘린 눈물

내일 햇살 머금은 바람으로 씻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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