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y rainon 김승진 Sep 4. 2021
할슈타트(Hallstatt)
호수 속에는
똑같은 세상이 도사리고 있었다.
내세(來世)로 들어가는
소름 끼치는 투명함이
실재(實在) 뺨치는 고혹스러운 자태로
뛰어들고픈 미친 충동에 손 내밀어 이끄는
호수 위
자잘한 물결은 바람의 부채질이 그려낸
영롱과 몽롱이 함께 추는 유혹의 왈츠.
그 선율에 취할 뻔.
가까스로 도망쳐 고개 들다 만난
교회 첨탑 위 하늘로 비행하는 한 줄기 바람결.
그래.
뺨을 스치고 잎사귀를 토닥이는
공기의 유영(遊泳),
숨 붙은 자아만 자각할 수 있는 이 삶의 선물이라.
아무리 아름다운들 물속에는 없는 것이 바람이라.
붙어 있는 목숨, 멋없어도 고마우며
다디단 바람결에 날리는 나뭇잎 왈츠 아래
올라탄 버스는
하늘과 바람의 향기를 오선지에 담았던
모차르트 살던
잘츠부르크로 달렸다.
두릅나무 꽃 피려 할 때
늦은 장마 살짝 틈새로
두근두근 조심스레
피어날까 망설임
언제 쏟아질지 모를 후드득
빗방울에 놀라 수줍게
혹여 도로 숨어버릴까 봐
언니 두릅 잎 고운 마음
은빛 햇살 머금은
초록 우산 펼쳤다.
1분 뒤 쏟아지다.
새벽 다녀간 빗방울들
아직 꽃잎 사이
고인 채로
아주 잠깐
먹구름 틈 희미한 광채
두팔 벌려 맞는
짧은 위안
너무 잠깐
그 잠깐 시샘하나
잔인하게
쏟아지는
다시 장마
기억이 부르는 날에
<부활 - 기억이 부르는 날에>에 더하다.
기억이란...
누더기.
더는 부끄럽기 싫은
무의식의 부끄러움이 파내 버린
빈 구멍 그 틈으로, 외려
맨 살 드러나는 수치심의 도돌이표.
기억이란...
화려한 누더기.
찬란히 빛났던 어느 날의 벅찬
마음이 회상으로 덧칠한
그때 그 맑은 하늘보다도, 오히려 더 하늘스러운
켜켜이 감동 쌓인 추억은 바래지 않을 아름다움.
화려한 누더기 걸치고
내 잠 속으로 잠기는 23시 57분.
기억이 너를 부를 때
끝나버린 사랑과 끝없는 이별은
오늘 이 꿈속에서
아름다운 도돌이표 위로... 홀로 춤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