몽당연필 #29

by rainon 김승진

숨어야 할 아픔


높은 하늘에

흰 구름

아름답게만

보이더냐.


재봉선도 없이

매끈하게 담담함.

주름 하나 없이

팽팽하게 단단함.


그 안에 어딘가

아무도 몰랐을 아픔

파라란 태연함 찢고

하얀 피를 흘리는 것일지도.


슬퍼서 아름다운

하늘아.

아무렇지도 않아야 하는

이 내 가슴아.


너의 목소리를 바라보다.


카페 한구석

뮬렌 베키아


여름날 아침 이슬 닮은 네

목소리를 마시고


피어난 사랑

바라보며 나, 커피 향 속


네 이슬 소리에

흠뻑 젖는다.


매미


내 한 숨도 못 잔 밤을

그도 뜬 눈으로 지새웠으리라.


여름 한낮,

짧은 생의 끝을 외면하려 목놓아 외치는

매미 곁을 걸어서


할인매장,

슬리퍼와 물컵, 속옷

새 것 사주고 싶은 오늘 마음은


25년 전 신촌 시장,

서울 살이 두려운 촌놈 기숙사 들어가던 날

슬리퍼와 물컵, 속옷

새 것 사주고 싶었을 그 마음 떠올리다가


시간의 흐름이 야속하다 원망하며

그래도 참은 눈물.


다 내려놓았다 홀가분한

그 미소,

못 본 척 고개 돌리고

요양원 나설 때는

결국

참지 못했다.


일기 20210802


되느냐 안 되느냐가 아니다.

하느냐 안 하느냐다.


사람에게 많은 것을 기대하지 마라.

너도 사람이다.


거짓말 같은 시간

<토이 - 거짓말 같은 시간>에 더하다.


신촌, 카페.

늘 우리 앉던 소파 옆으로 걸린

커다란 벽시계 나뭇결에는

진한 커피향 품고

네 웃음과 내 수줍음이 배었을 것.

머그잔이 피어내는 커피향

김 서린 웃음에

온 세상 새로 태어나 함께 웃었을 것.


널 만나러 바쁜 마음이 발걸음 종종

신촌역 계단 오를 때,

지상에 쏟아지던 그

눈물 나도록 화사한 햇살 맞던

너의 미소가

......

눈물이 되던 밤.

달빛은 눈치 없게도 영롱하던 밤.

널 두고 돌아서 내려온 신촌역 계단

모퉁이 돌아서 터진 흐느낌 삼킬 때

굳은 발걸음 떼는 신발 위로 떨어지는 눈물

이 순간이 제발 거짓말이기를...


신촌......

카페......

이제 홀로 앉은 그 소파 옆 벽

늘 우리 내려보던

벽시계 딸각거리는 초침이 말한다.

이제 다... 거짓말이 되어버린 그 시간들.


아니야. 그 흩어진 시간 그때는

거짓이 아니었다고.

너도 나도, 우리

거짓 아닌 무엇으로 남을 거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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