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거진 몽당연필

2357을 떠올리는 23:57

by rainon 김승진

1과 자기 자신을 빼고는, 그 어떤 수로도 나눠지지 않는 수를 소수(素數)라고 한다. 스스로 통째로 외에는 그 무엇에 의해서도 쪼개어지지 않는... 뭐랄까 고집 세고, 비집고 들어갈 틈 없는, 단단한 차돌 같은 한자리 소수. 아라비아 숫자 중에서는 2, 3, 5, 7 넷 뿐이다. 그런데 그 넷이 줄지어 선 이천삼백오십칠도 소수라는 사실. 2357. 23시 57분, 하루의 끝에 서서 거울을 본다. 오늘의 나 어떠했던가. 2357처럼 치밀하고 빈틈없이 하루를 채웠는가? 그 무엇으로도 조각낼 수 없는 단단함과 당당함으로 스스로를 대했던가? 손바닥 접시 잠시 담기자마자 손가락 사이로 빠져 흐르는 물. 이제 세 방울 남았다. 컵라면이 익기를 기다리며, 다시 손바닥 접시에 잠깐 쏟아질 하루 어치 물을 받을 준비를 하며 끝번호 2357 전화번호를 쓰는 그는, 또, 늘 그러하듯,

반성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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