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누구인지, 기억나지 않는다
새벽의 정사(情事)가
남긴 또렷한 감각의 껍데기 속에
들어차 있는 이것이 나인지,
땀방울들이 끓여낸 안개가
자욱한 방 안
눈을 뜨며 입을 열어보지만
아무도, 그 무엇도
없고, 모르겠다
몸에 찰싹 달라붙은
뭉근한 쾌락의 잔여물이
피부를 뚫고 들어가
혈관을 타고 흐르는 느낌을
즐기며 탐하다가 문득,
간지럽고 귀찮아진다
몸을 일으켜 곧바로
욕실에 들어서자, 거울 속에
누군가의 벗은 몸이 보인다
본 적이 있다, 그를
어디선가, 여기서
언젠가, 조금 전에
......
그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