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의 묵념

by rainon 김승진

겨울을 버텨낸 마른 잎들이,

이제 곧 돋아날 초록 순에 떠밀려 떨어지기를 담담하게 기다리고 있다.


봄이라고, 태어나는 것들만 있는 게 아니다.

어떤 생명은 가장 따뜻한 햇살 아래서 비로소 마지막 숨을 뱉기도 한다.


본디 죽음과 삶이란 계절에도 시간에도 무관심하며 무차별하다.


계절은 순환이라 하지만, 사라지는 것들에게 시간은 단 한 번뿐인 직선이다.


순간순간은 수억, 수십억, 수조의 탄생과 죽음의 직선들이 가로세로 얽히며 짜내는 것.


봄에 죽는 것들도 있다.


새순의 눈부심은 떨어져 가는 것들의 빛바랜 인내를 먹고 자란다.


봄에 태어나는 것들의 그늘에는, 그 소란한 축제의 뒤편에는,

봄에 소리 없이 사라지는 것들이 있다.


그러니 봄은 찬미의 계절이면서도, 묵념의 계절이어야 한다.


모든 시작은, 누군가의 마침표 위에서 비롯되는 것이기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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