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질랜드 삶 소소한 일상이야기
뉴질랜드는 16세가 되면 법적으로 일할 수 있다.
많은 고등학생들은 16세가 지나면 일을 찾기 시작한다. 한국에서는 한참 공부에 열공할 나이지만 여긴 일을 함으로써 십 대들에게 독립성과 책임감을 길러 줄 수 있는 중요한 역할을 하고 일찍 사회 경력을 쌓으면서 자기 용돈도 벌고 다른 직업으로 전향할 수 있는 기회도 생긴다. 일을 하지 않은 십 대들은 부모들한테 많은 것을 의존하니 현지인들은 그런 아이들은 독립적이지 못하거나 성숙하지 못하다고 생각한다.
우리 아시안 부모님들이 자녀 공부에 한참 걱정일 때, 현지 부모들은 공부보다 고등학생 자녀들 알바 취업에 더 관심이 많다.
사실, 내 딸 에밀리가 용하게 16세 때 슈퍼마켓에 파트타임으로 취직했다.
슈퍼마켓에 취직을 하면서 에밀리는 학교에서 갑자기 친구들 사이에서 유명해졌다고 한다.
친구들이 어떻게 이력서를 썼는지, 아님 면접을 어떻게 봤는지 아님 자기들을 에밀리가 다니는 슈퍼마켓에 취직할 수 있도록 추천해 달라고 부탁하는 친구들이 생겼다고 한다.
한 때 냉랭하게 적대감 있게 지냈던 몇 명의 친구들도 갑자기 다시 친구들 관계로 발전하는 모순된 친구 관계도 생기기도 했다.
기특하게도 일하고 오면 힘들다고 할 줄 알았는데, 오히려 재미있다고 한다.
말수도 많지 않고 조금 수줍음도 있는 에밀리가 슈퍼마켓에 일하면서 자신감이 더 생긴 듯하다.
카운터에서 물건 계산 하면서 손님들하고 이야기도 하니, 덕분에 자신감도 생기고 대화하는 요령도 늘고, 같은 직원들끼리 쉬는 시간에 이야기하니 정보도 교환되고 이래저래 재밌다고 한다.
하긴, 맨날 집 아님 학교, 학교 아님 학원만 다니다가 갑자기 슈퍼마켓에 일하니 딴 세상을 본 듯하다. 그래도 항상 공부에 더 충실해야 한다고 난 잔소리를 계속한다.
“슈퍼마켓 직원으로 평생 널 묵힐 수는 없다고…”
오고 가면서 아는 엄마가 자기 아들도 에밀리가 다니는 슈퍼에 취직했다고 좋아했다. 자기 아들은 고등학교 막 마치고 풀타임으로 취직했다고 더욱더 좋아했다.
그런데, 오늘 우연히 만난 그 엄마가 이야기를 먼저 꺼냈는데, 자기 아들이 해고당했다고 한다.
이유는 정부에서 시행하는 90 일 수습기간 평가 기간 동안 통과를 하지 못해서 바로 직장을 나가야 한다는 것이다.
이제 막 고등학교 졸업하고 슈퍼마켓에 풀타임으로 취직했다고, 아주 좋아라 했는데, 참 안타까운 마음이 들었다.
그런 마음과 동시에 내 딸 에밀리가 너무 걱정되었다.
에밀리는 나한테 수습기간 평가에 대해서 아무런 말이 없었다.
나는 급하게 문자를 쳤고, 에밀리가 학교 끝남과 동시에 바로 전화했다. “ 너, 혹시 잘렸어? “
에밀리는 웃으면서 “누가 잘렸는데? 난 아닌데! “
지난주에 수습기간 평가 인터뷰를 했는데, 좋은 피드백이 있어서 대수롭지 않게 생각하고 그냥 우리한테 이야기 안 했다고 한다. 내가 맨날 슈퍼마켓 일보다 공부가 더 중요하다고 하면서, 막상 에밀리가 잘리지 않았나 걱정이 많이 되었던 나의 이중 심리는 뭘까? 나는 에밀리가 두 마리 토끼를 잘 잡았으면 하는 마음이 간절했던 것 같다.
오늘은 에밀리가 학교를 마치고 잠깐 몇 시간 동안 슈퍼마켓에 일하러 갔다. 이런 날은 나도 아침에 일찍 일어나 에밀리를 위해서 도시락을 두 개 싼다.
에밀리가 두 마리 도끼를 잘 잡으라는 간절한 마음으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