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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영이 Jun 21. 2024

영이샘의 여주역사여행길7-1.부라우나루터 나무이야기

제가 여주에서 계속 살고 있는 이유 중 하나를 꼽으라면 바로 ‘여강’이라 부르는 남한강 풍광입니다. 저뿐만 아니라 제가 알고 있는 많은 사람도 여주가 지닌 매력으로 강 이야기를 빼놓지 않습니다. 요즘 사람들에게 강은 멋진 풍경으로 보거나 휴식을 취하는 장소로 다가오지만 먼 옛날부터 강은 주요한 삶의 현장이었습니다. 


2년 전 ‘여주 지역사교육연구회’ 선생님들과 함께 1년 동안 여주의 나루터와 주변 마을을 공부한 적이 있습니다. 그동안 여주의 강을 풍광으로만 봐 왔던 저에게 강이 ‘사람들이 살아가는 생활의 터전이자 삶의 이야기가 있는 곳’으로 다가온 계기가 되었습니다. 강은 농사와 고기잡이 같은 생업의 현장이기도 했고, 지금처럼 육상교통이 발달하지 않았을 때는 주요 교통로이기도 했습니다. 

여주 창남나루터 (2년전 지역사 연구회 샘들과 간 곳이다. 멋진 풍광에 반했다)

그 시절에는 강을 건너가야 할 일도 많았습니다. 강을 건너가서 땔감도 해오고, 농사를 짓기도 하고 장도 보러 다녔지요. 매일 학교도 가야하고 출퇴근도 해야 하는 사람들도 많았습니다. 그러다 보니 여주는 나루터가 18개나 있었다고 합니다. 얼마나 많은 일들이 그곳에서 있었을까요. 마을 어르신들을 만나 그 이야기들을 듣다 보면 재밌기도 하고, 때론 슬프기도 했던 기억이 납니다. 


옛 나루터의 흔적을 찾아가다 보면 어김없이 만나는 것이 한 가지 있는데요, 바로 커다란 나무입니다. 나루터에 있는 큰 나무는 지금의 버스 정류장의 역할이라고 보면 됩니다. 오가는 배를 기다리며 나무 그늘에서 쉬기도 하고 정보도 교환하고 수다도 떨던 곳입니다. 오랜 세월 그늘도 내어주고 이야기 나눌 공간도 내어줬을 나루터 나무들을 찾아가 보았습니다.     


여주 시내에서 멀지 않은 곳에 부라우나루터가 있습니다. 처음 들었을 때 이름이 특이하기도 하고 예쁘기도 해서 찾아갔는데, 이름만큼이나 예쁘고 아기자기한 공간들이 있어서 특별히 자주 찾아가게 된 곳입니다. 주변의 바위들이 붉은색을 띠어 ‘붉은 바위-붉바위-부라우’라는 명칭이 생겼다고 합니다. 



붉은 바위위에서 바라본 남한강 풍경


나루터의 흔적은 사라졌지만, 정류장 표시역할을 했을 커다란 느티나무가 강가에 있습니다. 나무는 강 풍광과 어우러져 한 폭의 수채화처럼 멋진 풍경을 자아냅니다. 나무 그늘에 앉아 강을 보면서 이 나루터를 건넜을 사람들을 떠올려 봅니다. 배를 기다리는 누군가는 오늘 집에서 나오면서 속상한 일도 있었을 테지요. 장에 가서 물건을 제대로 팔 수 있을까 걱정되기도 하고, 학교에 늦지 않을까 종종거리며 배를 기다리기도 했을 겁니다. 그 사람들도 저처럼 문득 고개를 들어 풍경을 보다 보면 온갖 시름과 걱정을 잊지 않았을까요. 

브라우 나루터 나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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