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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영이 Jun 21. 2024

영이샘의 여주역사여행길7-2. 우만리나루터 나무이야기

브라우 나루터에서 멀지 않은 곳에 우만리 나루터가 있습니다. 나루터를 찾아 우만리 마을을 벗어나 강 쪽으로 이어진 샛길로 가다 보면 멀리서부터도 눈에 띄는 우람한 자태의 나무가 한그루가 보입니다, 여주 보호수 1호로 지정된 우만리 나루터 느티나무는 높이가 18미터에 달합니다. 둘레도 어른 두세 명이 안아도 다 안아지지 않을 만큼 넓습니다. 


우만리 나루터 나무(여주 보호수 1호로 지정되어 있다)

나뭇잎을 보면 한참 싱그러운 청춘이 느껴지지만, 나무의 몸은 300년 세월을 보여줍니다. 곳곳에 옹이가 있고 상처가 난 곳을 메운 흔적이 보입니다. 나무에 생긴 옹이를 보면서 작년에 돌아가신 시어머님의 손에 있던 혹이 떠올랐습니다. 일을 하도 많이 해서 관절에 생긴 혹이라고 하셨습니다. 평생을 일하며 자식을 키워내느라 손을 돌볼 틈도 없이 훈장처럼 달고 계신 혹이었습니다. 세상의 수 많은 부모님이 상처를 안고 있으면서도 새순도 내고 새들에게 둥지도 내어주는 나무와 같은 존재임을 느낍니다. 


1972년 여주에는 대홍수가 났습니다. 그때 많은 나루터의 마을들이 안쪽으로 자리를 옮겼다고 합니다. 우만리와 부라우 나루터의 마을도 그때 옮겼다고 하지요. 이제는 나루터도 사라지고 마을도 옮겨갔지만, 나무는 그 자리에 남아 오랜 세월을 견뎌내고 있습니다. 어쩌면 나무처럼 우리도 살다 보면 모든 것을 다 잃어버리는 홍수도 만나겠지요. 각종 질병도 만나고, 주변의 사람들이 떠나고 남겨진 외로움도 만나게 되겠죠. ‘그럼에도 불구하고’라는 말이 있습니다. 나루터의 오래된 나무들을 보면서 그런 생각이 떠올랐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살아내고 견뎌내는 것이다.” 


위로가 필요한 순간에 여강의 나루터 나무들을 찾아가 보세요. 그곳에서 변함없이 서 있는 나무들을 만날 수 있을겁니다. 그러면 나무는 말 없는 위로를 건네줄 겁니다. 

우만리 나루터에서 본 남한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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