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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영이 Jun 19. 2024

영이샘의 여주역사여행길6-2. 마을나무이야기2

신근2리 은행나무, 궁리 물푸레 나무 이야기

마을 나무 중에서 오래된 나무를 이야기하면 은행나무를 빼놓을 수 없습니다. 은행나무의 수명이 길어서 그런지 마을 은행나무들은 2-3백 년은 물론이고 심지어 6-700년 백 된 나무들도 있습니다. 여주에서 600살이 넘은 은행나무가 있다길래 찾아가 보았습니다. 


흥천면 신근2리에 있는 작은 언덕을 오르다 보면 신근 교회가 보이고 그 옆에 은행나무가 한 그루 있습니다. 한참을 올려다보아야 그 끝이 보일 정도로 커다란 높이를 자랑합니다. 예전에 어떤 노인이 용문산에 갔다가 꺾어온 은행나무 가지를 심었다는 전설을 소개하는 안내판이 보입니다. 이야기가 사실인지 알 수 없으나 은행나무의 강인한 생명력이 느껴집니다. 680년이라는 세월을 지내왔음에도 여전히 무성한 잎을 피워내며 당당하게 서 있습니다. 오래된 마을 나무들을 보면 수백 년 동안 살아온 나무의 세월 자체에 존경의 마음이 일어납니다. 온갖 세월의 풍파를 이겨낸 나이 지긋한 어르신을 뵙듯 공손하게 나무를 올려다봅니다. 

흥천면 신근 2리 은행나무, 은행나무를 심었다는 노인 이야기 안내판

마을 나무 들을 보면서 한 가지 안타까운 것은 나무가 버려진 듯이 방치된 모습입니다. 신근리 은행나무도 주변이 온통 풀밭으로 찾는 사람이 없어 보입니다. 금사면 궁리에 마을 나무로는 특이하게 물푸레나무가 심겨 있다는 이야기를 듣고 찾아갔을 때도 마찬가지 상황이었습니다.


 제가 찾아갔던 많은 마을 나무가 방치되거나, 보존이 잘 되어 있더라도 더 이상 마을 사람들이 찾지 않는 곳이 되어버린 경우가 많았습니다. 이제는 에어컨이 완비된 마을회관이 있으니 구지 마을 나무 밑에서 쉴 필요도 없어졌겠지요. 저도 그렇지만 차를 타고 집 앞까지 가니 나무를 보고 갈 일도 없고, 마을 나무가 있는지도 모르는 경우가 대부분일 겁니다. 

                                          금사면 궁리 물푸레나무                                              

예전부터 마을의 나무는 오랜 세월 마을과 함께해왔습니다. 주민들이 함께 모여 마을이 평안하기를 빌었던 당산나무 역할도 해왔고, 어르신들이 부채질하며 이야기꽃을 피우는 마을의 쉼터이자 사랑방 역할을 했지요. 어린 시절 동네 친구들과 마을 나무 아래 모여 놀았던 추억이 있는 곳이었죠. 역사 유적에만 역사가 있는 것은 아닙니다. 마을 나무에도 그 동네만의 이야기, 풍속, 추억이 있습니다. 그런 것 하나하나가 다 역사입니다. 제가 여주 역사 여행길에 마을 나무를 찾아간 것도 그 이유 때문입니다. 


금사면 궁리 물푸레 나무를 찾아가는 길의 밀밭 풍경

우영우 드라마에서는 도로를 내고 마을 개발을 위해서는 나무를 베어야 한다는 주민들과 마을의 오래된 나무를 지켜야 한다는 주민들 사이에 논란이 벌어집니다. 결국 변호사인 주인공의 활약으로 마을의 팽나무는 천연기념물로 지정되고 마을 사람들은 나무 곁에 같이 모여 잔치하며 훈훈하게 마무리됩니다. 마을 사람들을 다시 하나로 모은 것은 나무였습니다. 여주의 오래된 나무들이 다시금 마을 주민들을 모으는 그런 공간이 되었으면 하고 바래봅니다. 마을 나무 아래서 지나가는 아이들한테 말도 걸어주도 어디 다녀오냐고 물어도 봐주시던 어르신들의 모습이 그립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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