멱곡2동 향나무와 현수리 향나무 이야기
작년에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라는 드라마가 한창 방송되고 있을 때 갑자기 한 나무 이야기가 여러 신문 기사를 장식했습니다. 경남 창원 소덕동 팽나무인데요. 드라마가 화제가 되면서 덩달아 유명해진 이 나무를 보겠다고 전국에서 사람들이 몰려오고 있다는 기사였습니다. 저 역시도 마을을 내려다 보는 곳에 서있는 나무가 너무 멋졌던게 생각이 났습니다. 드라마와 뉴스 기사를 보면서 우리 지역에는 오래된 마을 나무가 어디에 있을까 궁금해졌고, 기회가 되면 한번 찾아가 보기로 마음먹었습니다. 나무들이 한창 푸른 잎으로 무성해질 즈음 마을 나무들을 찾아가게 되었습니다.
여주 시내에서 멀지 않은 멱곡2동 마을회관 앞에는 나이가 300년 정도 된 향나무 한 그루가 있습니다. 제가 본 향나무는 주로 학교나 문화재 옆에 세워진 경우가 많았는데 이 향나무는 특이하게도 마을 나무로 심겨 있었습니다. 향나무 아래에는 우물이 하나 있는데 그 이유가 궁금해서 찾아보니 향나무 뿌리에는 물을 소독을 해주는 성분이 들어 있다고 생각해서 옛날부터 우물 옆에 향나무를 심었다고 합니다. 향나무의 방충 효과 덕분인지 우물에서 여전히 맑은 물이 솟아나고 있는 것이 보였습니다. 나무의 성질을 잘 알고 심은 마을 사람들의 지혜가 엿보입니다.
향나무가 우물가에 심어진 모습은 점동면 현수리에서도 볼 수 있었는데요. 안타깝게도 이나무는 고사된 채로 나무 기둥만 남아 있었습니다. 마을 주민들이 고사한 나무를 베어내지 않는 이유는 이렇습니다. 아주 오래전에 마을에서 공동우물을 팔 때, 마을에서 힘센 장사 8명이 우물 자리 옆에 있던 향나무를 잘라 우물틀을 만들었습니다. 그런데 무슨 일인지 그 8명이 전부 비명횡사했고, 그때부터 마을 어른들은 절대로 향나무를 건드리지 못하게 했다고 합니다. 문득 누군가 이런 전설을 만들어내서라도 마을의 나무를 지키려고 한 것은 아닐까 그런 상상을 해봅니다.
점동면 흔암리에 오래된 회나무가 한그루 있습니다. 이미 죽은 나무라는 이야기를 들었는데 찾아간 날 놀랍게도 나무에 새순이 돋아 있었어요. 현재 나무가 있는 집 주인께서 포기하지 않고 계속해서 돌봤더니 올봄에 이렇게 새순이 돋더랍니다. 죽은 나무조차 함부로 베어내지 않는 모습에서 자연을 대하는 자세를 생각해 봅니다. ‘생태주의 역사학’을 공부한 적이 있습니다. 기후 위기와 생태 위기 시대에 역사는 어떤 것을 다루고 연구해야 하는지를 고민하는 학문인데요. 이름만 들으면 뭔가 어려운 학문이 아닐까 했는데 그렇지 않았습니다. 한마디로 “말을 못 하는 자연생태계를 대신해 그들이 살아온 이야기를 전해주는 것이다.” 였어요. 그렇다면 이런 분들이 진정한 생태주의 역사학자가 아닐까 생각해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