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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모구리 Nov 02. 2023

층간소음의 피해자이며 가해자입니다.

복잡한 층간소음의 세계

새 아파트라고 해도 25년 된 아파트와 다름없이 윗집 발소리가 잘 들렸다. 아니 오히려 집이 텅텅 빈 느낌이라 소리가 울려서 더 잘 들렸다. 우리 집 아이도 윗집아이와 똑같이 새집에 와서 신이 났는지 입주초기 가끔 뛰어다녔다. 그때마다 뛰지 말라고는 말했지만 아랫집에 혼자 사시는 중년의 남성분은 그렇게 생각하지 않았을 것이다.


거실 매트를 알아보려고 했는데 커튼집에서 서비스인지 가격에 포함된 된 건지 잘 모르겠을 명목상의 서비스로 거실 카펫을 주었다. 카펫을 새로 받았으니 매트를 알아보기 전까진 일단 깔아 두는 게 좋을 것 같아 거실에 카펫만 깔아 두었다. 아이는 그 위에서 저녁 9시까지 블록놀이를 하기도 했다. 카펫은 얇아 딱딱한 작은 블록이 하나만 떨어져도 그 소리가 울리는 느낌이었다.


며칠 뒤, 그날도 아이가 블록놀이를 하고 있는데 9시에 인터폰이 울렸다. 인터폰은 남편이 받았다.


"관리사무소 직원입니다."


"아네."


"여러 번 밑에 집에서 층간소음으로 항의를 하셔서요. 조금만 주의 부탁드립니다."


"네 죄송합니다."


우리는 그 전화를 받고 놀라 바로 매트를 사고 아이에게 걸어 다니라고 신신당부를 했다. 말이 통하는 6살이라 그 후로 뛰어다니지 않았다.


그렇게 조용해진 우리 집. 10시에 자려고 누웠는데 윗집 아이가 안방에서 쿵쾅쿵쾅 뛰고 있다. 남편과 아이는 먼저 잠이 들고 나는 그 소리에 귀를 기울였다. 쿵. 쾅. 쿵. 쾅. 소리는 저녁 11시 30분까지 이어졌다. 다음날도 그다음 날도 저녁 늦게까지 발망치 소리가 이어졌다.


'당한 게 있는데 나도 관리소에 전화를 해야겠어!'


그렇게 나도 관리소에 전화를 걸어 윗집에 대한 민원을 넣었다.


다시 며칠 뒤 친정엄마와 강아지만 있는 조용한 대낮의 거실. 집 아이가 친구를 초대했는지 둘이 우. 다. 다. 다. 신나게 뛰었다고 한다. 갑자기 인터폰이 울렸다.


"아~ 여기 밑에 층인데요."


이번에는 밑에 층 아저씨가 직접 인터폰을 했다. 친정엄마는 대답했다.


"네~"


"지금 아이들이 엄청 뛰고 있는 거 같아서요~"


"우리 집 아이는 지금 유치원에 갔고요~ 우리 집 위에 층 아이들이 한~참 뛰어놀고 있네요."


아저씨는 당황하여 잠시 말을 멈추더니


"아... 근데 왜 위에 층에 말씀을 안 하셨나요?"


"다~ 같이 사는 아파트인데, 가끔은 그럴 수도 있지 않나요?"


"... 네"


아저씨는 민망해하며 전화를 끊었고 엄마에게 말을 전해 들은 나는 어이가 없었다.


"아 열받아~ 밑에 집 아저씨는 우리 집 소리도 아닌데 왜 인터폰을 한 거야? 그리고 위에 집은 또 너무한 거 아니야? 내가 관리소에 전화할까 엄마?"


"절대 전화하지 마. 그럴 수 도 있는 거야."


"나 이미 전화한 적 한번 있는데..."


"앞으론 하지 마."


밑에 집 아저씨는 그 사건이 민망했는지 몇 달 동안 전화를 하지 않았다. 그런데 최근, 남편이 관리사무소에서 걸려온 전화를 받았다.


"관리사무소인데요"


"네"


"혹시 새벽 2~3시쯤에 소란스러우신 적이 있으셨나요?"


"... 네?? 저희는 11시 전에 다 자는 집인데요?"


"아... 밑에 층에서 새벽에 자주 시끄러운 소리가 들린다고 민원이 들어와서요."


"허허.. 지난번에도 위위층에서 뛴걸 저희 쪽에 뭐라고 전화하신 거 같은데... 이번에도 다른 층이 아닐까요?"


관리소는 윗집, 옆집, 아랫집에 전화를 다 돌려봤는지 남편에게 다시 전화를 주었다. 알고 보니 아저씨가 사는 아래층의 남자분이 새벽에 들어오실 때가 많은데 새벽인데 생각 없이 그대로 문 닫고 그대로 걸어 다니고 했다고 조심하겠다고 했단다. 나는 남편에게


"아니~ 밑에 층 아저씨 너무한 거 아니야. 이쯤 되면 소음만 찾아다니시는 거 아니야?"


"그러게 밑에 집이 라니... 왜 자꾸 우리 집을 의심하는 거야!! 근데 내가 한번 더워서 거실에서 자는데 새벽에 위층에서 라면물 끓이는 소리가 다들리더라... 우리 집에서 끓이는 줄 알았어. 새벽에 소리가 엄청 잘 들리긴 하더라고."


"에휴... 라면 먹는 사람은 잘못이 없지. 벽이 너무 얇은가?"


그리고 또 한 달 뒤. 이번엔 관리소에서 나에게 전화를 걸었다.


"저기.. 지난번에도 전화드리긴 했는데 밑에 층에서 늦은 밤에 시끄러운 소리가 자주 난다고 해서요..."


"하... 벌써 몇 번째예요? 두 번이나 우리 집 아니었는데. 우리 집은 10시면 다 누워있어요!!"


"아~네. 그러면 혹시 윗집이나 뭐 제보하실 거라도 있으신가 해서 전화드린 거예요."


"휴... 그냥 그분보고 찾아보라고 하세요. 아니 도대체 왜 그러는 거래요?"


그리고 지금. 우리 집 위층의 아이가 일 년이 지나서 많이 컸는지 쿵쾅거리는 소리가 현저하게 줄어들었다. 관리소에 한번 민원전화를 넣은 게 미안해지기 시작했다.


여전히 아래층 아저씨는 대각선, 밑, 위층의 소음을 찾아다니시고 있겠지.



사진출처. 세계일보 [설왕설래] 층간소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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