퇴근 후 몇 시간째 침대 위를 벗어나지 못했다.
의미 없는 네모 불빛에 눈을 찌푸리다 못해 이내 불을 꺼 던져버렸다 다시 집어 들고...
도시의 밤은 고독을 즐기기엔 너무 밝으며, 여유를 즐기기엔 무섭게 어둡다.
늦은 밤, 가슴속의 먹먹함은 그래 계속 고여가다 결국 응고되어 깊이 가라앉았다.
오늘의 행마는 이토록 꼬여버렸다. 결국 돌을 던진 후, 답답한 마음으로 오늘 하루를 복기하기 시작했다.
“알림장 다 쓴 사람은 가지고 나오세요. “
10살 꼬마들은 저마다 모두 글씨와 함께 날아다니기 바쁘지만, 단 두 명의 아이만은 매일 선생님의 모습을 알림장 밑에 그려내느라 바쁘다.
그중 한 여자아이는 알림장에 내 그림과 함께 한 글귀를 남겼다.
날개 없는 천사 OOO 선생님.
그림 속 내 모습을 보니 천사보단 어째 망자 같지만, 만난 지 한 달도 안 된 선생님을 보고 천사라니. 참 고마웠다. 나도 모르게 기분 좋은 웃음이 나와버렸다.
알림장 검사를 하다 웃는 선생님이라니! 흥미로운 관심거리에 하나 둘 시선이 모여서 그런지 그 아이는 부끄러운 듯 저만치 뒤로 숨어버렸다. 이 그림 사진 좀 찍어가도 되겠냐는 먼 물음에 당황하면서도 이내 허락해 주었다.
아이들이 모두 하교한 뒤, 오늘은 잡다한 업무로 바쁘게 오후를 보냈다. 일에 능숙한 선생님들은 금방 끝냈을 일이라 자책하며 거진 3시간을 늪에서 허우적대듯 일처리를 했다. 아까 찍어둔 ‘날개 없는 천사‘ 사진을 꺼내어 볼 여력조차 없었다.
집에 오는 길은 오늘 유난히 길고 외로웠다.
서두에서 말한 것처럼, 답없는 일상의 우울함으로 하루를 끝마쳐갈 무렵이었다. 주변에 투정도 부리며 고독을 괜히 맛보려하던 끔찍한 오늘.
하지만, ‘날개 없는 천사’ 에피소드가 문득 떠올라 화가 풀리고 기운이 난다. 나에게 날개 없는 천사가 되어주는 주변 사람들에게 다시 한번 정말 감사함을 느끼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