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들과 감자핫도그

by 김떱

3월의 마지막 날.

어쩌면 요즘은 우리 도시의 미술시간. 겨우내 새롭게 준비한 색연필로 목련, 개나리와 벚꽃의 색을 제법 예쁘게 그려 냈다. 그러나 교육현장 속 한 비보는 미처 색을 담아내지 못한 듯 씁쓸한 잿빛이다.

캡처1.JPG 급식 종사자 총파업으로 점심메뉴가 변경되었다

오늘 아침, 반 아이들에게 오늘의 급식 메뉴가 카레라이스와 감자핫도그로 바뀐다는 소식을 전해주었을 때, 아이들은 바뀐 메뉴에는 생각보다 큰 관심이 없었다.


"왜 오늘 급식 바뀌어요??"

"선생님 근데 우리 엄마가 그랬는데, 파업 때문이래요."

"선생님 파업이 뭐예요?"


아이들에게는 이 또한 장난처럼 지나가는 간지러운 일상의 한 조각일까. 지나가는 봄바람 한 줄기에 불과할 뻔 한 오늘의 급식 변경 뉴스.

하지만 점심시간이 되고 아이들의 급식판에 저마다 감자핫도그가 한 개씩 올라오자, 급반전을 맞게 된다. 어째 오늘따라 급식을 받고서 천천히 걸어가는 아이들. 시선은 온통 감자핫도그에 꽂혀있기에 그랬을까? 급식 신청을 하지 않은 나는 멀찍이 떨어져서 자리에 앉은 아이들을 조용히 구경하기 시작했다. 작은 손으로 핫도그를 잡은 아이들. 그보다 더 작은 입으로 조금씩 베어무는 아이들. 심지어 한 여자아이는 어찌나 맛있게 먹었는지 입술 안 쪽을 씹어서 피가 난다고 내게 하소연을 했다.


우리 학년이 전교에서 급식 순서가 가장 마지막이었기에, 남는 판에 핫도그를 가득 들고 영양사 선생님께서는 우리 학년이 앉은자리 쪽으로 오시면서 손을 든 채 아이들에게 한마디 말을 건네었다.


" 더 먹고 싶은 사람? "


결국 핫도그를 양손에 하나씩 들고 번갈아 뜯어먹던 우리 반 회장. 이에 질 세라 핫도그 3개를 먹고도 결국 한 개를 더 먹어버린 회장의 단짝친구. 입에 핫도그 시즈닝을 잔뜩 묻히고 배를 실컷 두들기며 뒤뚱뒤뚱 교실로 들어온 아이... 맛있게 먹었냐고 굳이 물어볼 필요도 없이, 알아서 먼저 오늘 급식이 최고였다고 연신 말하는 반 아이들이었다.




급식실 파업날 제공되는 급식 메뉴에 더 만족했던 아이들을 보며 아둥바둥 살아가는 교직에서의 내가 떠올랐다. 물론 나의 부족한 수업 능력 탓이겠지만, 40분 수업을 열심히 교육 활동들로 꽉 채워 넣으면 의외로 아이들이 재미없어하는 경우가 많았다. 그보다는 힘을 쫙 뺀 수업이 인기가 더 좋았던 경우가 많다. 그중에서도 최고의 반응은 단연 일찍 끝나서 쉬는시간 더 주는 수업.

허탈하기도 하지만, 언젠가 그런 순간이 오지 않을까? 오늘의 감자핫도그처럼 모든 아이들의 눈을 반짝반짝 빛나게 만드는 그런 수업을 하게 될 날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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