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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아포리즘 Oct 10. 2023

18. 설탕 콩콩 소금 짭짭

시인과 동화작가 부부가 아이들과 함께 동시로 바라보는 세상 이야기

시인은 대학을 가게 되면서 처음 집을 떠나 생활하게 되었다.

첫 독립을 하게 되면서 엄마가 해 주시던 음식이 얼마나 많은 정성이 들어갔던 것인지 깨닫는 데는 얼마 걸리지 않았다. 아무리 먹어도 뭔가 채워지지 않는 허기에 지치고, 익숙했던 무언가의 맛을 잃어버린 곤란함을 해결하는 것은 결국 엄마의 음식밖에 없었다.     


직장을 다니면서 독립생활은 길어지게 되고 혼자 요리를 해 먹는 일이 많아졌다.

엄마는 혼자 사는 자식을 염려하여 매번 다양한 음식을 꽁꽁 냉동해서 택배로 보내주셨고, 냉장고에 보관하던 음식을 전자레인지에 데워 먹는 것만으로도 한 끼를 해결할 수 있었다.      


그럼에도 요리는 또 다른 삶의 영역이었다. 

어린 시절 곁눈으로 물끄러미 보기만 했던 레시피들이 문득 떠오르기도 하고, 이름 모를 수많은 방송에서 보게 된 수많은 요리들은 새로운 요리에 대한 욕구를 자극하기 충분했다. 

재료를 사고 다듬는 시간을 거쳐 몇 개 되지 않는 조리기구로 무장하고, 확신도 없는 레시피로 요리는 완성하고는 맛을 보던 순간이 떠오른다. 사실 맛은 중요하지 않았지만 나름 나쁘지 않던 요리(요리라고 불리기도 민망하지만)를 통해 새로운 가능성을 확인하기도 했다.      


그리 대단한 요리 실력은 아니더라도 삶은 요리로 완성되는 시간이 필요하다. 한 끼를 위해 투자하는 시간과 정성처럼 중요한 것은 없다. 먹기 위해 사는 건 아니지만 먹는 즐거움만큼 소중한 것은 없다. 더구나 누군가와 함께 하는 즐거운 식사라면 더욱 소중하다.

비록 현실은 마트에 층층이 쌓여있는 포장음식이나 배달음식에 더 익숙해지고 있지만 그래도 가족을 위해 한 끼를 만들어 같이 즐기는 시간의 소중함을 포기할 수는 없다.      


바쁜 아내가 없는 날이면 아이들을 위한 요리를 한다. 

지나온 시간과 노력의 보상인지 몇몇 요리는 나름 아이들을 위한 훌륭한 한 끼가 되었다.    

  

시인이 엄마의 요리를 물끄러미 배운 과정을 어느새 아이들도 그대로 따라 하고 있다. 

가끔 재료를 다듬는 일이나 식탁으로 음식을 옮기는 보조의 역할을 하지만 보고 배우는 것은 중요하다.

라면이 무슨 요리냐고 하지만 처음 가스레인지를 사용하게 하면서 조마조마하게 지켜보던 기억이 난다.   

  

누구든 자신만의 레시피로 인생을 완성해 나간다. 

공부든, 일이든, 연예든, 인간관계든 자신이 만들어 가는 삶 속에 자신만의 레시피를 녹여 나갈 것이다.   

   

수많은 삶의 과정에 자신만의 요리 하나 정도 있다면 멋지지 않을까?

아이들이 맛있는 인생을 꿈꾸는 것이 행복의 첫 번째 조건이 된다는 것을 자연스럽게 배우기를 희망한다. 





설탕 콩콩 소금 짭짭  


        

엄마 없다 기회야

요리책을 뒤져서

설탕 한 술 꿀 반 술

밀가루는 어딨냐?   

       

계란 하나 깨 넣고

휘휘 젓고 쓱싹 비벼

이제부터 위기야

오븐에다 넣어서     

     

하양 까망 울퉁불퉁

거품처럼 부풀어

구수한지 고소한 지

아무려면 내 솜씨  

        

설탕 콩콩 묻었는데

소금 짭짭 이게 뭐냐?

아뿔싸 소금이다 

바둑이야 네가 먹어라     





# 작품 소개    


아이들이 가장 관심 있게 참여하는 활동 중 하나가 바로 요리입니다. 자기 스스로 맛있는 요리를 만든다는 것은 성취감 측면이나 학습 차원에서도 정말 좋습니다. 가족들이나 선생님과 함께 만드는 요리 시간은 아이들의 눈이 정말 초롱초롱하고 빛나는 것을 발견할 수 있습니다. 

요리를 하는 과정에서 많은 시행착오를 경험하게 됩니다. 모양이나 맛에 대한 사전 지식이 없고, 요리과정도 익숙하지 않아 여러 번에 실패를 맛볼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다른 어떤 활동에 비교해도 실패에서 느끼는 좌절이나 실망을 찾기 어렵고 오히려 즐거워하는 아이들을 보면서 실패에 대한 두려움을 극복하고 도전을 즐기게 하기 위해서라도 요리를 할 기회를 만들어 주는 것이 중요합니다.

이 동시의 주인공도 엄마가 없는 사이에 큰 모험을 하고 있네요. 평소에 해보고 싶었던 요리를 시도하는 과정에서 그만 설탕 대신 소금을 넣는 실수를 하게 되네요. 먹지 못할 요리를 강아지에 주면서 스스로 위로하는 아이의 모습이 참 재미있습니다.



  

# 창작 아이디어


요리에는 다양한 감각적 표현이 사용됩니다. 맛, 색깔, 식감, 질감, 모양, 소리 등 다양한 감각적 언어들을 사용하여야 요리를 더 멋지게 표현할 수 있습니다. 

아이들이 요리를 만드는 과정을 스스로 잘 기록하게 하여 글로 써 보게 하면 정말 다양하고 좋은 글이 나올 수 있습니다. 

때로는 요리사, 때로는 푸드 스타일리스트, 때로는 심사위원이 되어서 요리과정과 요리에 대해 설명하도록 하면 좋겠습니다. 

예를 들어 자신이 만든 피자의 맛을 무지개색 열대의 과일맛으로 표현한다든지, 혹은 멋지게 만든 김밥을 할머니의 잔칫상으로 표현한다면 좋은 표현이 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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