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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아포리즘 Oct 10. 2023

17. 우리 집 까막눈

시인과 동화작가 부부가 아이들과 함께 동시로 바라보는 세상 이야기

자녀들에게 공부하라고 하는 부모가 되기 싫었다.

애초에 시인과 동화작가는 공부를 좋아했다. 게다가 스스로 공부를 선택하고 자신의 노력을 통해 나름의 성취를 거두었기에 누군가의 강요에 의한 공부 자체를 받아들일 수 없었다.     


누군가가 입시 전쟁을 이야기하고, 선행학습의 중요성을 설득시키고자 하며, 특목고와 자사고에 대한 수많은 조언을 할 때마다 사실 마음이 불안하지 않은 건 아니다. 부모가 살아온 세대와는 공부에 대한 인식과 방법 측면에서 세상이 바뀌었고, 흔한 학원조차 보내지 않은 선택에 대해 두려움이 있었던 것도 사실이다. 무엇보다 자녀가 우리의 선택을 방임으로 오해하지는 않을까 눈치를 볼 때도 있었다.     


시인과 동화작가는 책을 통해 답을 찾았다. 

늘 책을 사고 읽었다. 굳이 모범을 보이려는 건 아니었다. 그저 우리가 좋아서 한 것이지만 아이들을 우리를 지켜보고 자랐다.

아이들에게 좋은 내용을 전달했다. 단편적인 지식도 있었지만 세상을 살아가는 지혜를 더 많이 전하려고 노력했다.      


공부는 아이들의 몫이었다. 가끔 질문이 있었지만 그마저도 초등 이후 각자가 자신의 공부 방식을 찾아 적응해 나갔다. 성적이 파도를 칠 때도 있고 좌절을 할 때도 있었지만 묵묵히 지켜보았다.      

많은 곳을 함께 방문하고 함께 다양한 경험을 하도록 도왔다. 공부를 벗어나서 더 많은 세상을 볼 수 있도록 했다.      

우리의 교육이 옳았는지는 장담할 수 없다. 하지만 아이는 우리가 기대한 것보다 더 큰 성취를 얻어 자신의 길을 찾아 만족한 대학 생활을 시작했다.   

   

자녀교육을 해보면서 느낀 것이 있다.


경험보다 귀한 공부는 없다는 것.

자신이 선택하지 않는 공부에는 성취가 따를 수 없다는 것.

부모는 기다려야 한다는 것.

공부는 가족이 함께 하는 것.     


지금 우리 시대의 자녀에게 공부는 그 시절 우리가 경험한 그 몇 배 이상의 부담감이다.

그 고통의 늪 속에서 우리 아이들이 현명하게 고통을 헤엄치고 나올 수 있기를 도와줄 수밖에 없다. 

스스로 그곳을 벗어나 자신의 삶 속으로 찾아갈 수 있기를 우리는 지켜볼 수밖에 없다.     





우리 집 까막눈     

     

엄마가 책 읽으라고 고래고래 소리쳐도

마음속에 파도만 일렁거리고

아빠가 책 사들고 집에 일찍 오셔도

머릿속에 바람만 불어오는데     


우리 집 바둑이 

늘어지게 자더니

신문 한 장 찢어놓고 멍멍

책 한 권 침 바르고 왕왕   

  

까막눈 너나 나나 

빈둥대는데


팔자 좋은 너는 책도 안 읽고 

까딱까닥 놀아도 귀염 받는데

눈꺼풀도 못 이기는 손가락으로

한 페이지 채 못 넘겨

눈앞이 까맣다     





# 작품 소개   


아이들이 처음 글을 읽었던 순간을 기억하시나요? 부모님에 입장에서는 아이가 처음으로 세상과 소통할 수 있는 소중한 도구를 얻게 되는 순간이기도 합니다. 아직 능숙하지 못하지만 띄엄띄엄 한 글자씩 읽어 가는 모습이 너무 귀엽습니다.

아이들마다 조금씩 발달 차이가 존재하기 때문에 문자를 읽는 시기도 다르기 마련입니다. 하지만 부모님들은 자신의 아이들이 남보다 빨리 더 잘했으면 하는 욕심을 가집니다. 아이들의 입장을 고려하지 않은 채 선행학습을 통해 학습을 서두르다 보면 오히려 역효과가 날 수 있습니다. 아이들은 자신의 발달 과정에 맞게 잘 성장하고 있으니 성급히 재촉하지 마시고 기다려 주시는 인내가 필요합니다. 

이 동시의 주인공도 부모님의 강요로 책을 손에 잡긴 했지만 아직 까막눈이라 자신의 눈앞이 까맣다는 표현으로 답답한 심정을 호소하며 강아지를 부러워하고 있네요. 아이에게 무조건 책을 읽을라고 강요하기보다 부모님이 함께 책을 읽으며 책 속에 숨겨진 재미를 찾게 해 준다면 아이도 스스로 책을 읽고 싶어 할 것입니다.

아이들에게는 무엇보다 스스로 자발적인 참여를 할 수 있도록 분위기를 만들어 주는 것이 가장 중요합니다. 



       

# 창작 아이디어


처음 한글을 배울 때 어려웠나요? 구구단을 외우면 손가락이 모자라 고생하지 않았나요? 아이들은 공부를 하면서 수많은 어려움을 경험합니다. 아직은 공부보다 노는 것이 더 즐거운 아이들에게 공부도 놀이처럼 재미있게 느껴지도록 만들어 주는 것이 부모가 해야 할 일입니다.

공부와 관련된 재미있던 기억들을 떠올려 보세요. 예를 들어 처음 더하기 빼기를 할 때 손가락으로 계산해 보던 순간, 동화책을 다 읽었는데도 무슨 이야기인지 몰라 답을 못 찾았던 기억, 밀린 학습지 풀기 위해 시간에 쫓기던 하루 등 공부를 하면서 있었던 일들과 느낌을 솔직하게 써 보면 좋은 글이 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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