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확히는 조카의 성장이 싫다.
네가 매일 너의 부모 사랑을 먹으며 무럭무럭 크는 동안
나의 부모는 한없이 약해지고 무력해져 간다.
너의 뼈가 견고해지고 단단해질수록
내 부모의 뼈는 닳고 닳아 고통을 부른다.
어찌 너의 잘못이겠니, 그저 나의 못난 푸념일 뿐.
난 너의 성장을 지켜보는 게 좋다.
다만,
너의 눈부신 성장을 지켜보다
어느 날 눈을 돌려 나의 부모를 바라볼 때 느껴지는
시간의 흐름이 야속할 뿐이다.
더 이상 생길 주름이 없을 줄 알았는데,
더 이상 생길 검버섯도 없을 줄 알았는데,
네가 한 뼘 크는 동안, 나의 부모 얼굴에는
그만큼의 흔적이 또다시 쌓이는구나.
조카야,
조금만 천천히 자라주면 안 되겠니
너의 끝없는 성장이,
나에게는 종종 부모와의 이별을
생각하게 만든다는 걸
너는 절대 모르겠지.
수십 년이 흘러야 알겠지.
내가 그랬듯이.
조카야,
싫다고 해서 미안하다.
부디 아프지 말고 건강하게 자라길.
할머니, 할아버지의 사랑 듬뿍 받기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