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다를 서식지로 정한 호미(虎尾)
제법 성숙한 너울을 펼쳐 파도를 잠재우고
이제 곧 들이닥칠
윤슬을 맞이할 준비한다
설익은 구름을 수평선 위로
듬성듬성 뿌려두고
슬그머니 웃음 짓는 저녁 갈매기 떼의 비상(飛翔)
그리고
너의 아름다움으로 덧칠한 흔적
뜨겁던 대지의 한낮을
물거품으로 흩어내고
흩어내고 또 흩어내어도
씻기지않을 모래알 속에 갇힌 기억
시간을 잃은 나비들의 방황은
네온 불빛 따라 휘청거리고
기다려야 할 아침은 아직 저 멀리 서 있는데
길섶에 곱게 늘어선 밤 안개는 자꾸만 치근댄다
야식으론 추억 2인분을 주문해본다
야경은 창문 너머로 빗방울처럼 녹아내린다
추억 속에서 아스라한 자취를 찾아내곤
이내 낙숫물 사이로 흘려버린다
그해
유난히
밤마다 날개도 없는 상상은
내 머릿속을 잘도 헤집고 날아다니더니
신선한 수평선을 몇 번이나 구겨 접어
상생의 손은 한사코 바다와 대지의 역사(歷史)를
쩐 내처럼 짜낸다
*포항시 구룡포읍 호미곶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