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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아이언캐슬 Dec 01. 2023

호미곶* 추억

바다를 서식지로 정한 호미(虎尾)

제법 성숙한 너울을 펼쳐 파도를 잠재우고

이제 곧 들이닥칠

윤슬을 맞이할 준비한다


설익은 구름을 수평선 위로

듬성듬성 뿌려두고

슬그머니 웃음 짓는 저녁 갈매기 떼의 비상(飛翔)

그리고

너의 아름다움으로 덧칠한 흔적


뜨겁던 대지의 한낮을

물거품으로 흩어내고

흩어내고 또 흩어내어도

씻기지않을 모래알 속에 갇힌 기억


시간을 잃은 나비들의 방황은

네온 불빛 따라 휘청거리고

기다려야 할 아침은 아직 저 멀리 서 있는데

길섶에 곱게 늘어선 밤 안개는 자꾸만 치근댄다


야식으론 추억 2인분을 주문해본다

야경은 창문 너머로 빗방울처럼 녹아내린다

추억 속에서 아스라한 자취를 찾아내곤

이내 낙숫물 사이로 흘려버린다


그해

유난히

밤마다 날개도 없는 상상은

내 머릿속을 잘도 헤집고 날아다니더니

신선한 수평선을 몇 번이나 구겨 접어

상생의 손은 한사코 바다와 대지의 역사(歷史)를

 내처럼 짜낸다


*포항시 구룡포읍 호미곶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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