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한 갈색, 가죽 장갑 속에는
손톱을 세운 고양이가 살고 있다
혹은 발톱일지도 모른다
맞춤법이 애매한 고양이 털이 덕지덕지 붙어 있어
장갑 속은 늘 적당한 온도를 유지할 수 있다
오븐에서 갓 볶은 커피 향이 나는 뜬소문을 풍길수록
뭉텅한 꼬리 고양이는 손톱인지 발톱인지
그 아래에 빨간 속내를 숨겨왔다
핏물 같은 풍문은 거실 바닥에서 웅성거리고
그 속내의 아주 미세하고 조금 더 하염없음은
털을 고르고 있는 고양이 혓바닥에서 여실히 드러난다
그의 불면증이 새벽녘까지 피부를 긁어댄다
꿈의 시작은 도대체 어디로 오고 있을까
청동거울처럼 깊고 거친
속내를 알 수 없는 이 글들은 또 어디서 묻어온 것인지
긁을수록 더 가려워지는 현상은
도착하지 못한 문장에 대한 희망 고문 때문일 게다
마치 왼손이 닿지 않는 등, 어느 부위에만 머물러 있는 가려움처럼
장갑을 뒤집어
잠이 오지 않는 고민을 숨겨 보거나
긁은 부스럼이 흠뻑 묻은 기억들을 털어내 보지만
도무지 잊을 수 없는 흉터처럼 억척스럽다
장갑 속은 언제나 막다른 곳
이미 버릇이 되어버린 골목
어지러운 냄새가 장갑 속에 진동하고
고양이는 달아날 수 없는,
문자가 밤마다 태어났다 사라지는 곳이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