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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계절 단상

봄의 시간

by 아이언캐슬

꽃은 묻지 않습니다
왜 여기에 왔느냐고
왜 이렇게 빨리 가느냐고

햇살이 다가오면 그냥 피어납니다


누구를 위한 꽃도 아니고
그저 자신의 시간을 다해 피어납니다

아무도 모르는 골목 끝에서도
한 송이 꽃은 그저 자신만의 세상입니다
다정한 바람이 한번 지나가면
그것만으로도 충분합니다


너무 일찍 핀 꽃은
서리를 견디지 못하고
너무 늦게 핀 꽃은
햇살을 다 쓰지 못합니다
그러나 꽃은 아무도 책망하지 않습니다


꽃은 그저 자기 때를 살아갑니다

혹시 지나가는 사람이 그 꽃을 보고 멈추고
잠시 마음을 두었다면
그것 또한 꽃의 인연이지요

피어나는 일은 찬란하고 지는 일은 고요합니다
그 사이를 흐르는
보이지 않는 시간이 가장 아름답습니다


언젠가 나도 누군가의 봄에 피었다가

잊히겠지만,

괜찮아요
내가 피었던 그 순간은
누군가의 봄이었을 테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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