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혼은 자존감이 바닥을 치는 일입니다-
들어가며
이혼은
자존감이 바닥을 치는 일입니다.
나의 사랑이, 나의 결정이, 그 동안 잘못된 방향으로 나아갔다는 것을, 나를 아는 모든 사람들에게 시인하는 일이고, 겉으로는 화려해 보였던 나의 결혼 생활도 실상은 전쟁 통이었다는 것을 고백하는 일이며, 그 어떤 화해나 조율도 실패했다는 것을 자인하는 일입니다. 어렵고 힘든 결정을 하고 났음에도 불구하고 주변의 따가운 시선을 받는 일입니다. 이제 이혼녀라고 하는. 마치, 지금까지 내 인생 모두가 실패로 끊났다는 것을 자인하는 일인 것 같은.
따뜻한 위로의 말과 격려 같은 건 기대하지 마세요. 사실 아무도 그렇게 이야기도 해 주지 않습니다.
내 결혼 생활의 비참했던 부분을 잘 알지도 못하는 사람들에게 알려야 하는 일이고, 특히나 가족들은 제 편이 되어 주지 않습니다. 다들 놀라고 뜯어 말리려고만 하지 그간의 말 못할 사정 같은 것은 듣고 싶어하지도 않습니다. 그들의 삶도 아닌데, 웬 충고만 그렇게 들 하는 것인지. 정작 중요한 건 나인데, 나의 생각은 들어보지도 않고, 판단합니다. 복에 겨웠구나 혹은 남편 괜찮아 보이는데 왜?
결국 그들도 그들의 결혼 생활만 이해할 뿐입니다. 그래서 대부분의 이혼한 경험이 있는 사람들은 가족들을 설득시키기를 포기합니다. 안그래도 피곤한데. 정말 피곤하게 괴롭히거든요.
상처.
이루 말 할 수 없이 많고 깊고, 예리하고, 아픕니다. 아이가 있어서 누가 양육을 담당할지 고민하는 순간이 오면 과연 내가 무슨 짓을 하려는 걸까라는 자괴감에 빠집니다. 나 혼자만의 아픔이 아니라, 내 목숨줄과도 같은 가장 사랑하는 아이에게 이런 트라우마를 안겨준다는 것에 심한 죄책감을 느낍니다. 용기내어 이혼하기란 너무도 힘겨운 일이 됩니다.
그러나 이혼할 사람들은 과감하게 이혼을 합니다.
왜냐구요?
사실 그렇게 하지 않으면, 내가 먼저 죽을 것 같아서입니다. 이대로 가다가는 자살할 것 같다. 라는 생각이 들면, 살기 위해서라도 이혼을 합니다. 제 경우는 그랬던 것 같습니다. 이혼을 한다는 것 자체가 무척이나 힘들고 고통스러운 일이지만, 그러나 저는 감히 말합니다.
너무 힘들면 결정을 내리라고요. 그것이 서로 각자의 인생에 도움이 될 수 있고, 최선의 방법이라면, 결코 나쁘지 않다고 이야기하고 싶습니다.
그리고 어수선했고, 고통스러웠던 지나간 5년. 저는 이제야 비로소 웃고 즐기고 농담처럼 이야기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결혼과 이혼, 세번 정도는 해봐야지 하는 농담도 건넵니다. 무엇보다 내가 무엇을 하는 사람인지 나 자신의 정체성을 되찾았고, 잘 먹고 잘 자고 잘 살고 있습니다. 힘들면 이혼하는 것이 권고 사항은 아니지만, 먼저 그 터널을 지나온 사람으로 많은 이야기를 들려드릴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이혼해도 잘 살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