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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해야 Oct 29. 2021

10년째 취준생입니다.

 쩌다 한 포털 사이트에서 내가 가입한 카페 목록을 보게 됐다. 대부분 취업 관련 정보를 공유하는 카페였다. 잘 방문하지 않는 곳을 정리하다 눈에 들어온 곳이 내가 카페장으로 있는 취업 카페였다. 취업 스터디를 운영하면서 자료 공유를 위해 만든 카페였다. 개설과 활동 연도가 무려 2013년. 햇수로 9년 전이다. 내가 가고 싶었던 회사를 쓰면서 당찬 포부로 스터디를 꾸리고 운영했던 2013년의 내가 지금 나를 본다면 참 슬플 것 같았다.


 오늘 서무계에서 조심스럽게 나를 불렀다. 2021년까지 계약 만료됨을 통보하는 자리였다. 그들의 잘못도 아니고 내 잘못도 아니고 그냥 행정상 그럴 수밖에 없는 일이었다. 나는 억지로 밝은 척 웃어 보이며 좋은 곳으로 가서 연락드린다고 했고, 내게 계약 만료를 통보하는 두 직원은 평소와 달리 어색하고 안절부절못하며 계속 죄송하다고 했다. 2022년부터 백수 예정이다. 취업 준비를 하다 이대로 내 20대를 계속 낭비할 수 없어 경력이라도 쌓으려고 생각에 계약직으로 시작한 것이 이렇게 되었다.


 계약직으로 근무하면서 늘 마음이 편했던 적이 없었다. 재계약 시점이 다가오면 마음 졸이는 것은 물론이요, 틈틈이 채용공고를 보고, 자소서를 쓰고, 면접을 봤다. 특히 올 해의 내 연가는 쉬려고 쓴 적이 한 번도 없을 만큼 시험과 면접을 위해 썼는데 결국 예비 백수가 됐다. 물론 아직 두 달이 넘게 남았기 때문에 끝까지 노력할 테고 이번 주말도 자기소개서와 직무수행계획서를 쓰는데 시간을 보내겠지만.


 어쩌다 보니 10년 차 취준생이다. 10년이면 강산이 변한다는데 요즘 같이 뭐든 빨리 변하는 세상에서는 강산이 아니라 지각변동이 일어난 대도 놀랍지 않은 시간이다. 10년간 나는 뭘 했나. 수많은 자기소개서와 직무수행계획서의 부질없음에 한숨만 깊어지는 밤이다.


 자랑은 아니지만, 그렇다고 내 10년의 노력이 부끄럽지도 않은 10년째 취준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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