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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해야 Apr 02. 2022

어른의 맛

 재출시된 포켓몬 빵이 대란을 일으키고 있다. 오랜만에 포켓몬빵을 보니 반갑기도 하고, 어릴 적 가장 좋아했던 초코롤을 다시 먹고 싶다는 생각에 편의점에 갈 때마다 괜히 빵 매대를 기웃거려보곤 한다. 나와 같은 패턴을 익히 알고 있는지 내가 미처 빵 매대까지 다다르지도 못했을 때 편의점 사장님이 “포켓몬빵 찾으세요? 아이고 인기가 얼마나 많은지. 지금은 없어요.”라며 안타깝다는 목소리로 말한다. 머쓱하기도 하고 아쉽기도 한 마음이 든다. 추억을 되새김질하고 싶은 건지 단순히 요즘 대세이니 그 인기에 편입하고 싶어서인지, 남들 다 하니 나도 하고 싶은 속물 같은 마음인지는 잘 모르겠다.


 친구가 SNS에 편의점 물류 입고 시간을 미리 알아두고 그 시간에 맞춰 방문해 빵을 샀다는 글을 올렸다. 어릴 땐 용돈 모아 사 먹던 빵인데 편의점에 들어온 빵 다섯 개를 한 번에 사는 어른이 되었다는 뿌듯함도 덧붙여서. 시간 맞춰서 편의점으로 달려가 포켓몬빵을 먹고 띠부띠부씰을 뜯는 어른이라니. 그의 게시물에서 묻어나는 행복감에 나도 모르게 웃음 짓는다.


 주말 오후에 뭐든 해야 할 것 같아 시사 잡지 두 권을 들고 카페로 향했다. 회사 다닐 때는 사무실에서 월급 받고 읽던 것들인데 이제는 내 돈 내고 구입해 카페에 와서 소비를 하며 읽어야 하다니 쓸쓸한 기분이 든다. 습관이 무섭다. 월요일 아침에 출근해 회사 택배함에 가서 주간지며 월간지며 혼자 끙끙대고 들고 올라와서 빠르게, 그러나 정확하게 모니터링하며 읽고 정리해야 해서 꽤나 스트레스받았던 업무다. 시간은 많이 드는 데다가 안 하면 티가 나는데 그렇다고 한다 해서 일한 티가 나는 것도 아니요, 딱히 성과로 쓸 수 없는 잡무였기 때문이다. 휴가라도 가게 되면 그 업무를 부탁하는 동료에게 어찌나 미안했던지. 그래도 읽으면서 배우는 것들이 있었는데 그마저 잃고 나니 방구석에서 홀로 침잠하는 느낌이 들어 얼마 전부터 다시 읽게 됐다. 모든 일은 백 퍼센트 좋은 것만 있지 않고, 백 퍼센트 나쁜 것만 있지 않다더니 싫어하는 업무였음에도 좋은 점이 있었다는 걸 새삼 깨닫는다.


 식사대용으로 샌드위치나 하나 주문할까 하고 카페 냉장고를 둘러보다가 초코케이크가 눈에 띈다. 다크초코가 샌드 된 초코롤케이크인데 견과류와 초코크런치 토핑까지 되어 있다. 평소라면 주문하지 않았을 케이크인데 포켓몬스터 초코롤빵이 너무 그리웠던지라 주문했다. 한 입 베어 무니 ‘아 이거다’ 싶다. 어릴 때 먹었던 그 롤케이크 맛이다. 정확히는 그 롤케이크보다 더 고급스러운 단 맛이다. ‘아, 이게 어른의 초코롤인가.’ 생각하는 내가 어이없어 웃음이 난다. 30년 전 내가 생각한 어른의 초코롤은 유명 파티시에가 만든 롤케이크거나 고급 호텔에서 파는 케이크 정도 되어야 할 것 같은데 프랜차이즈 카페에서 파는 롤케이크을 먹고 어른의 맛을 떠올리다니. 글에는 주제가 분명해야 한다고 배웠는데 이 글은 무슨 말을 하려는 건지 잘 모르겠다. 그냥 말할 상대 없는 이의 주절거림이라고 해야 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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