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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해야 Aug 28. 2022

최종 발표를 기다리는 동안

 면접을 본 지 일주일이 넘었다. 참 긴 시간이었다. 두 달 가까이 이 회사의 채용 일정에 맞춰 살았다. 채용 공고가 올라온 날부터 지원서를 작성하기 시작했다. 원래 잘 알고 있었고, 여러 번 지원했다가 탈락한 회사였지만 그래도 회사에 대해 조사하고 직무 수행 시 나의 어떤 점을 강조해야 할지 고민했다. 이전에 작성한 자기소개서에서 이 회사에 맞게 더하고 빼고 반복하여 문항을 작성한다. 문항에 따라 아예 새롭게 쓰기도 한다.


 지원서 접수 후에는 1달 동안 필기시험 공부를 했다. 도서관에서, 스터디 카페에서, 집에서, 카페에서. 어디서든 탭을 들고 다니면서 기출문제를 풀었다. 탭보다는 연필을 쥐고 손으로 푸는 게 더 편해서 오랜만에 이면지를 수십 장 사용하면서 문제 풀이 연습을 하고 또 했다.


 인적성 시험이 끝난 뒤 감이 왔다. 잘 풀었다. 두근거리는 마음으로 애써 기다리지 않는 척하면서 발표 결과를 또 일주일 정도 기다렸다. 인성과 적성 검사 모두 합격했다. 일주일 뒤가 면접이다. 그간 다른 회사에도 지원해야 하고, 면접 준비도 해야 한다. 머릿속에는 온통 면접 생각이라 뭘 해도 집중이 되지 않았다.


 일주일 넘게 준비한 면접은 10분 만에 끝났다. 긴장해서 무슨 말을 하는지도 모르고 뱉어버렸는데 끝나고 나오니 내가 무슨 말을 했는지 정확히 기억나고 심지어 잊히지 않는다. ‘아, 이 부분은 실수를 했구나, 이렇게 말할걸’ 밤새 면접을 돌이키면서 후회했다. 두 달을 이 회사 채용 공고에 맞춰 살다 보니 면접이 끝난 후에 아주 시원하기도 하고 허무하기도 하다. 


 면접이 끝나고 2주 정도 후에 결과가 발표된다. 그리고 이틀 뒤 바로 출근이다. 기다리는 2주 동안 정말 멍하니 지냈다. 합격한다는 보장이 없으므로 그동안 지원할만한 다른 회사를 찾고 지원해야 한다.  그런데 집중이 되지 않는다. 합격하면 바로 출근인데 몇 달의 취업준비 기간 동안 살도 쪘고, 출근할 때 입을 옷도 없다는 생각이 머릿속에 가득 찼다. 괜히 취업 카페를 돌면서 면접 후기를 찾아보기도 하고, 어떤 루트로 출근할지 혼자 그려본다.


 곧 발표일이다. 합격했으면 좋겠다. 이 회사는 집에서도 멀고, 연봉도 낮다. 그렇지만 내가 좋아하는 것을 다루는 곳이고, 원했던 업무다. 이제는 이 긴 취업 준비를 마치고 새로운 시작을 하고 싶다. 나도 이제는 계약직 전전하는 신세를 청산하고 ‘자리 잡고’ 싶다.


 불합격하고 느낄 좌절과 절망감이 두렵기도 하다. 최종면접을 준비하는 동안 취업준비생은 거의 그 회사 직원만큼 아니 그보다 더 그 회사에 대해 잘 알게 된다. 회사에 대해 조사하고, 암기하는 동안 어느새 애사심이 생기고 이 회사는 내 회사가 되어 있다. 그래서 최종 탈락은 무척 아프고 쓰리다. 내 것이었다가, 내 것일 것이었다가 문이 닫혔을 때의 그 심정은 겪어 본 사람만이 알 것이다. 수많은 서류 불합격도 슬프지만 최종 불합격은 더욱 쓰리다.


 어떤 결과가 나올지 가늠할 수 없다. 다대일 면접이었기 때문에 내게는 비교군 데이터가 없다. 면접 대상자 중 몇 명이 실제로 면접에 참석했는지도 알 수 없어 경쟁률도 모른다. 그저 기다리는 수밖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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