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페에서 두어 시간 새로 옮길 숙소를 찾고 예약하고 돌아가려고 했는데 어쩌다 보니 그만 이 인파 속에 끼어버렸다. 치앙마이에서 지내며 느낀 점은 치안이 좋은 편이라 우리나라에서 지내는 것만큼 편안하다는 것이다. 유럽 여행을 갔을 때 촌스럽지만 가방을 앞으로 메고 늘 경계하며 핸드폰은 사용 후 가방에 넣으려 노력했다. 인천 공항에 내려서 얼마나 안심했는지 모른다. 그것에 비해 치앙마이에서는 무척 편안했다. 그런 핑계로 해 지면 귀가하는 겁보가 오늘은 밤늦게까지 혼자 밖에 있게 됐다.
핑계는 사실 몇 개 더 있다. 의도치 않게 카운트 다운 관람 명당에 오게 되었다는 것, 시간이 지날수록 사람이 점점 많아져 나갈 타이밍을 잡지 못하고 그대로 앉아버린 것 등. 어쨌든 나는 혼자 해외에서 새해를 맞았다. 여러 나라, 다양한 연령대의 사람들에 타패 광장에 모여 함께 카운트 다운을 하고 해피 뉴이어를 외치는 기분이 썩 괜찮았다. 인파가 무서워 차마 내려가지는 못했지만 창 밖으로는 수많은 사람들이 모여 사진을 찍고, 풍등을 날리고 있었다.
12시가 지나자 스타벅스 타패광장에 모인 사람들이 빠져나가기 시작했다. 20분쯤 지나고 나도 슬쩍 내려가 귀갓길에 합류했다. 아직도 광장과 길거리에 많은 사람이 있었고, 밖은 완전 축제분위기였다. 여기저기서 풍등을 날리는 사람들과 사진을 찍는 사람들의 흥겨움과 고조된 기분이 풍등처럼 하늘을 날아다녔다. 노트북을 양손에 꼭 안고 나도 그 기분을 들이키며 타패 주변으로 빠르게 걸었다. 여기저기서 불꽃을 터트리는 소리가 팡 팡 비지엠으로 들렸다.
풍등이 별처럼 빛나면서 멀어지는 모습을 옆으로 잔뜩 취해 길에 드러눕거나 비틀거리는 사람들을 보면 덜컥 겁이 났다. 타패 안쪽으로 들어가자 바에서 술을 마시는 사람들로 인산인해였다. 지나가면서 대마 냄새를 하도 많이 맡아 혹시 이런 간접흡연도 영향을 미치나 걱정했다. 올드시티 중심부에서는 행사 부스를 치고 디제잉 행사가 한창이었다.
혼돈의 카오스를 지나 호스텔로 돌아왔는데도 밖은 아직 웅성 웅성 신난 사람들의 목소리가 흘러 다녔고 한 시 넘어서까지 폭죽 소리는 끊이질 않았다. 한 살 더 먹는 게 뭐 이렇게 좋다고 다들 들떠있는 건지 잘 모르겠으면서도 덩달아 기분이 좋아졌다. 어쩐지 새해에는 복을 많이 받을 것만 같은 기분이 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