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속이 발생한 후 남은 반려자를 중심으로 하나로 똘똘 뭉쳐서 오로지 돌아가신 분을 애도하는 것에 더 관심을 가진다. 돈 문제는 애써 적게 관심표현하며 서로 의지하는 등 돈독해 지는 모습이 보통이다. 이 경우에는 중심이 되는 어머님이 계시거나, 큰 아들이나 큰 딸이 주도권을 쥐고 상황을 수습 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그러나 가끔은 드라마나 영화보다 더한 광경을 실전에서 목격하기도 한다. 예를 들면, 돌아가신 아버님의 재산 분할을 하는 과정에서, 어머님을 앞에 두고 오빠 내외와 여동생 내외가 서로 한편 되어 싸우는 모습 같은 것. 망연자실한 표정의 어머님을 보면서 당황스럽기도 하고 안쓰럽기도 했던 경험이 있다.
며칠 전, 또 다른 고객의 상속문제가 발생하였다. 평소 건강에 자신 있어 하시던 사장님이셨는데, 지난 연말에 미팅 약속을 했다가 몸 컨디션이 좋지 않아 설 연휴 끝나고 보자고 했던 것이 마지막으로 갑자기 건강악화로 돌아가셨다. 문제는 남겨진 부동산 및 금융자산의 처리인데, 상속을 위해 상담을 하면 할수록 복잡하고 딱한 가족사 때문에 답답해졌다. 배우자는 일찍이 사별하였고, 해외 나간 딸이 있었는데, 결혼 후 자녀 2명을 낳아 생활하다가 그곳에서 사망한지가 벌써 10여년이나 지났고, 사위는 재혼한 상태로 외손주들 과도 연락이 거의 없었다고 한다. 국내에 있는 큰딸은 몸이 좋지 않아 병원에서 생활해야 하는 수준이고, 그나마 둘째 딸이 아버님을 곁에서 보살펴 주고 있었던 것. 막내아들은 서울에서 생활을 하고 있는데 아버님을 잘 보살피지도 않으면서 사업자금만 가져가곤 했었다고.
실은 지난 연말에 미팅을 하려했던 이유는 사장님의 자산을 함께 거주하며 돌봐주는 딸을 수익자로 하는 유언대용신탁에 가입하려고 했었다. 매월 나오는 건물 임대료를 통하여 큰딸의 병원비를 확보하고, 함께 해준 둘째 딸을 수익자로 해놓으면 자산이 지켜질 수 있으리란 생각과 함께 가입을 고려하고 있었던 것. 그렇지만 아직 건강에 자신 있어 하셨기에 급하게 여기지 않았던 것이 고인의 뜻과는 전혀 다른 결과를 가져오게 된 것이다.
상속은 개시가 되었고, 연락 없던 사위를 찾아야 하고 재산에만 눈독 들이는 막내아들과 협의를 해서 상속세신고 및 상속세납부를 해야 한다. 사장님의 평소 생각과는 전혀 다르게, 자산이 분배가 될 예정이다.
만약 유언대용신탁을 가입했더라면 하는 진한 아쉬움이 남는다. 생각보다 간단하면서도 분명 원하는방식으로 할 수 있는 확실한 도구가 되었을텐데하는 생각. 아니면 그 어떤 식으로든 (자필유언이든, 공증유언 등...) 준비를 해놓으셨더라면 하는 안타까움에 글로나마 남겨본다. 그 무엇보다도 남겨진 사람들에 대한 마지막 배려, 그리고 본인의 평생 일군 자산을 본인의 뜻대로 집행할 수 있는 마무리 도구. 신탁에 대해서도 미리 관심을 가졌더라면 어땠을까 하고 말이다.
이 글을 읽는 분이 있다면 유용한 도구로 쓸 수 있는 유언대용신탁을 알아두셔도 좋을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