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기야 집에가자.
NICU 입원한 지 열흘 째.
간호사는 나에게 장루를 교체할 수 있고, 수유를 할 수 있어야지 아기를 데려갈 수 있다고 했다. 떨렸지만 침착하게 행동했다. 드디어 아기를 안아봤다. 아기를 낳은 지 열흘 만이었다. 간호사가 나에게 아기를 안겨주던 순간이 슬로모션처럼 느리고 선명하다. 3kg밖에 안 되는 아기가 꼭 300kg처럼 무겁게 느껴졌다. 아니 아주 깃털처럼 가볍게 느껴졌다. 무튼 그랬다. 그리고 빨간 발가락이 너무 귀여웠다.
아기를 안으니 집에 정말 데려오고 싶었다. 그래서 간호사에게 잘 보이려 했다. '선생님 저 잘하죠?'
아기가 꿀떡꿀떡 잘 먹어줬다. 수유를 하는 시간이 너무 짧게 느껴졌다.
12일째 '오늘은 장루를 갈아볼 거예요.'
그러나 장루는 쉽지 않았다. 장루를 뜯어내자 대변이 주르륵하고 흘러내렸다. 아기가 언제 힘을 줄지 몰랐다. 아기가 한시도 가만있지 않았다. 움직일 때마다 똥이 흘렀다. 그럼 닦아내고 말린 다음에 장루판을 붙여야 하는데 마를 틈을 주지 않았다. 장루판을 붙였는데 또 똥이 주르륵 흘렀다. 아무래도 타이밍을 잘 못 맞춘 거 같다. 내가 버벅거리니 아기가 울었다. 또 똥이 흘렀다. 망했다. 간호사는 연신 외쳤다. "어머니!! 어머니!!" 아마 간호사님의 부모님한테도 그렇게 어머니를 많이 부르진 않을 것 같다. 나는 그날 살면서 처음으로 어머니란 소리를 들었다.
그리고 15일째. 어김없이 장루간호를 잘 못했지만 간호사님에게 기죽은 목소리로 말했다.
"아기를 집에 데려가고 싶어요."
약간의 투정이였다. 그런데 간호사님의 뜻밖의 말을 했다.
"그럼 여기서 퇴원교육 종료할까요?"
퇴원교육을 내가 종료할 수 있었던 거였단 말인가? 내가 그동안 간호사에게 잘 보이려 했던 노력이 무색하게 정말이지 병원은 불친절한 곳이다.
"네!"
"나가서 원무과 가서 수속하시고 문 밖에서 기다리시면 아기 준비해서 데리고 나갈게요"
면회실 밖에 있던 남편에게 외쳤다.
"우리 아기 데리고 집에 갈 수 있대!"
그렇게 급작스럽게 아기와 퇴원수속을 밟고, 집으로 왔다.
신생아 장루는 쉽지 않았다. 3kg인 신생아는 하루가 다르게 컸다. 장루사이즈에 맞게 장루판을 오려야 하는데 매번 변하는 장루의 크기를 맞춰 자르는 건 쉽지 않았다. 장루 모양은 또 왜 이렇게 못생겼나? 폭풍성장하는 아기로 인해 볼록한 배와 함께 장루가 밖으로 튀어나올 거라는 내 예상과는 달리 점점 뱃속에 파묻히기 시작했다. 장루의 위치는 변함이 없는데 아기가 살이 찌면서 상대적으로 들어가 보이는 것이었다. 그리고 누워만 있는 아기는 팔다리를 한시도 가만히 두지 않았다. 어찌나 팔딱이며 움직이던지 장루판이 하루에 5번도 떨어진 적이 있다. 그런 날은 벌겋게 벗겨진 아기피부를 보며 정말 울고 싶었다. 산 넘어 산이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