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점수로 반장을?”

월 만원이면 영어 만점 5.

얼떨결에 초등학교를 졸업하고 중학생이 됐다. 왕따를 당하던 아이에게 새로운 학교는 새 출발이라는 설렘보다 불확실한 변화라는 공포로 다가왔다.


“엄마, 학교 말이야… 어떻게 해야 할까?”


두 눈은 바닥의 장판을 응시하고 있었다.


“중학생 되는 게 걱정돼? “


탁자에 앉아 일을 하던 엄마가 퉁명스럽게 말했다.


“그냥 잘 다니고 싶어.”


“그럼 네가 다니고 싶은 대로 다녀봐.”


엄마가 내 어깨를 짧은 팔로 감싸며 말했다.


초등학생에서 중학생이 되며 나는 마음 편한 삶을 바랐다. 누가 내 실내화에 장난을 쳐 놓지 않고, 누가 내 사물함을 뒤지지 않고, 누가 날 괴롭히지 않는 삶. 다시 그런 것들을 경험하고 싶지 않았다. 또 극복할 자신은 없었다. 그냥 내 것을 안전하게 누리고 싶었다.


“그럼 나 반장을 할래.”


잠시 고민한 내가 말했다. 초등학교 마지막 순간 나는 반장이었다. 그리고 그때 내게 학교는 조금은 안전한 곳이었다.


중학교에 간 첫날 스스로를 관리하기 시작했다. 일부러 가슴을 더 높게 들었고, 더 일찍 학교에 가 하루를 준비했다. 학교에 짓눌리지 않기 위해서 있는 힘껏 날 드러냈다.


그렇게 2주가 지나고 가정방문의 날이 밝았다. 원래라면 안내문과 간단한 통화로 끝내는 게 관례였지만, 담임을 처음 맡은 28살의 체육선생은 모든 학생의 집을 돌아다녔다.


대략 예정 시간보다 한 시간이 늦은 3시쯤 선생님이 우리 집을 방문하셨다.


의례적인 인사치레와 다과가 내 눈앞으로 순식간에 지나갔다.


“어머님.”


담임 선생님이 커피를 한 모금 하시면서 입을 열었다.


“동형이가 반장을 하고 싶어 합니다. 그리고 상황을 봐서는 될 것 같습니다. 근데 동형이 입학 성적 아십니까? 아무리 성적으로 결정해서는 안된다고 하지만, 반장이 꼴등 근처면...”


선생님이 멋쩍은 미소를 띠며 말했다.


내가 나서 말을 하려고 하자 엄마는 나를 살짝 노려보고서는 커피를 한 모금 마셨다.


“그럼 다음에 일등을 해야겠죠?”


엄마가 말했다.


선생님은 여전히 멋쩍은 미소를 머금은 채로 고개를 끄덕였다.


그날부터 내게는 뜻하지 않게 목표가 생겼다. 친구들이 북적여 주늑들던 쉬는 시간에도 공부하고 남들의 눈치 속에서도 유난 떨며 공부하기 시작한 순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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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부를 처음 한 순간 나는 노력하지 않아도 잘하는 것처럼 보여야 한다고 생각했다. 남들 앞에서는 공부하지 않으면서 성적은 잘 나오는 사람. 하지만 이것에는 한계가 너무나 분명했다. 잘못된 생각을 버리고, 새로운 습관을 가지려고 노력했다. 다음화부터는 본격적으로 내 공부방법을 설명하겠다.


<오늘의 체크리스트>

누구든 잘못된 습관이 있다. 잘못된 생각도 있다. 영어 공부를 가로막은 당신의 습관과 생각은 무엇이었을까? 나이가 너무 많다? 이제 와서 뭘 바꾸냐? 한국에서만 살 건데 영어가 무슨 필요냐? 뭐든 좋다. 잘못된 습관과 생각을 적어보자. 어차피 자신만 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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