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사는 아무나 하지만 누구나 꾼이 될 수는 없다. (3)
우리 가족이 유통을 시작한 건 내가 갓 초등학교에 입학할 무렵이었다. 아파트에서 분식집 속 단칸방으로, 그리고 다시 주택으로, 초등학교에 입학하고 얼마 지나지 않아서 이사를 했고, 적응 좀 하려면 또 이사를 했다. 그 시간 동안 부모님은 일을 배우셨다. 아직도 엄마는 그 시간에 나와 강아지만 덩그러니 둔 거 같아서 미안하고 하신다.
하지만 그 시간은 분명 필요했다.
무언가를 시작하기 위해서는 이전에 당연하게 누리던 것을 포기해야 한다. 이걸 경제용어로 기회비용이라고 한다. 경제학에서는 기회비용을 계산 가능하다고 가정한 후 최적의 선택을 하라고 말한다. 그렇지만 현실에서 이런 객관적인 계산은 거의 불가능하다. 어린 아들과 보내는 시간의 기회비용이 얼마인지 계산할 수 있을까?
그렇다고 기회비용을 고민하지 않을 수도 없다.
무언가를 얻기 위해서 무언가를 포기해야 한다. 그리고 그것을 얻었을 때는 잃은 것이 더 커 보여서 후회할지도 모른다. 그렇기에 가진 것이 많다면 시작할 때 신중해야 하고, 가진 것이 없더라도 과하게 포기하지 않는 방법을 찾아야 한다. 장사의 영역에서는 가게를 열지 않고 장사를 시작하는 것이 기회비용이 가장 적은 방법일 수 있다.
그럼 그런 방법은 어떻게 찾을 수 있을까?
먼저, 무언가를 팔지 않는 것이 방법이 될 수 있을 것이다. 난 중학생 때부터 종종 부모님을 따라다니며 일을 했다. 항상 임금을 받았고, 내 의견을 어필했다. 하지만 내 이야기는 너무 주관적일 수 있으니 내가 경험한 누군가의 이야기를 하고자 한다.
부모님이 처음 일을 배우신 가게에 있던 두 살 많은 형은 그 어린 나이에 벌써 많은 제품들의 정보를 알고 있었다. 어떤 고추장이 새로 나왔고, 어떤 떡이 떡볶이에 어울리며, 떡꼬치에는 어울리지 않는지 등 어른도 쉽게 간과하던 것을 알고 있었다. 이걸 바탕으로 가끔 요리를 해 찾아오는 손님들에게 제공했다. 일종의 넛지(nudge)였다. 이를 통해 소비자를 어떻게 상품에 연결시킬지 고민하고, 자신만의 전략을 발전시켰다.
어느 날, 평소처럼 엄마 차를 타고 배달을 하던 중 그 가게에 들렀다. 그런 내게 형이 작은 플라스틱 통을 건넸다. 그 속에는 처음 보는 크림 파스타가 있었다. 차에 앉아 엄마한테 물어보니 이번에 새로 온 재료들로 만들어본 거라고 했다. 그 당시에는 그냥 처음 먹어보는 맛있는 파스타가 좋았다. 하지만 지금 생각해 보면 그건 일종의 파일럿 제품을 만들어 수행한 시장조사였던 것 같다.
기업에서 제품을 만들면 내부적으로 테스트를 한다. 그다음 소량의 제품을 유통업자들에게 먼저 넘겨 제품에 대한 피드백을 받거나 예상 수요를 계산하기도 한다. 이 과정에서 받는 시제품을 파일럿이라고 부른다.(검증 단계의 PoC, 제작단계의 Prototype, 적용단계의 Pilot)
이런 과정을 유통업체에서도 내부화해 적용하기도 한다. 그 형의 파스타가 그중 하나였다. 당시 새로운 햄과 밀가루 등을 사용한 파스타를 기존의 것과 비교해 보고 주변의 피드백도 받은 것이다. 그렇게 기존 거래처에 새로운 제품을 판매할 전략 혹은 자신만의 빅데이터를 수집해 경쟁우위를 확보한 것이다. 그렇게 어린 시절부터 자기 나름대로의 장사를 시작했다. 꼭 무언가를 파는 것만이 장사가 아니라 팔지 않아도 팔 수 있는 방법을 고민하는 행위도 장사다.
누군가의 가게에서만 이런 경험을 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대형마트에서 사람들이 무엇을 사는지 관찰할 수도, 음식점에서 사람들의 피드백을 들을 수도 있으며, 여러분이 좋아하는 제품을 주변인들에게 넛지해 볼 수도 있다. 이를 통해 실제 가게를 열었을 때 어떤 제품을 팔지, 어떤 고객을 어떻게 잡을지, 어떤 경쟁우위(비용, 기술, 독점력 등)를 확보할지 등을 고민해 보는 것이다.
다음으로, 남이 제공하는 인프라를 활용하는 것도 방법이 될 수 있다. 대표적으로 아르바이트가 있다. 우리 엄마는 항상 아르바이트를 하지 말라고 잔소리를 하셨다. 괜히 남들에게 부림을 받으면서 좋지 않은 소리를 듣는 게 싫다는 이유였다. 이해할 수 있었다. 다행히 나는 아르바이트를 하지 않아도 부모님의 일을 돕고 고객들의 일을 도우면서 충분히 용돈도 벌고 경험도 쌓을 수 있었다.
하지만 나는 친구들에게 아르바이트를 적극 추천한다. 특히 빵집이나 프랜차이즈보다는 장사가 잘되는 지역 자영업자를 찾아가 일해보기를 권유한다. 한 일화를 소개함으로써 그 이유에 대한 설명을 대신하고자 한다.
고등학교 친구 두 명이 있다. A는 항상 언젠가 사업을 할 거라고 말하며 멋진 꿈을 이야기하고 다녔다. 반면, B는 언젠가 사업을 하고 싶지만 아직 구체적인 꿈은 없다고 했다. 고등학교를 졸업하고서도 A는 항상 멋진 꿈을 좇아 멋진 일만 하고 싶어 했다. 반면, B는 무슨 일이든 직접 경험하고 싶어 했다.
A의 일은 단순했다. 핫하다고 여겨지는 곳에서 유니폼을 입고 주문을 받으며 서빙을 하고 가끔 팁을 받는 일이 전부였다. 반면, B가 처음으로 한 알바는 건설업이었다. 20살 어쩌면 40살 많은 어른들을 쫓아다니면서 얼마 안 되는 임금을 받고서 옷에 페인트를 묻혔다.
그렇게 1년이나 지났을까, 오랜만에 찾은 고향에서 둘을 따로 만날 기회가 있었다. A는 여전히 꿈을 꾸었다. 하지만 자신의 큰 계획을 실행할 방법은 없었다. 스스로 어떤 질문을 해야 할지도 몰랐다. 세상은 젊은이에게 너그럽지 않았다. 반면, B는 그렇게 쫓아다니던 어른들이 일을 가르쳐 주시기 시작했으며, 일이 없는 날에는 그 어른들의 지인 가게에서 단기 알바를 하면서 자영업의 구조를 배웠다고 말했다. 그러고는 언젠가 식당들의 디자인이나 도배 같은 것을 전문적으로 해보고 싶다고 했다.
어린 나이에 일을 배울 때 멋져 보일 필요는 없다. 어른들도 질투한다. 멋져 보이려고 발버둥 치고 거만하게 굴면 재수 없어하며 겉으로 웃어줄 뿐이다. 반면, 어린 나이에도 어른을 이해하려고 노력하는 모습을 보면 안타까움과 기특한 감정이 뒤섞여 자신의 노하우마저도 알려줘 버린다. 괜히 얌전한 고양이가 부뚜막에 먼저 오르는 게 아니다.
아르바이트를 추천하는 이유는 이 때문이다. 그 사람들이 우여곡절을 겪으며 오랜 시간 힘들게 쌓아온 노하우를 경우에 따라서는 매우 쉽게 배울 수 있다. 따로 장소(스테이지)를 찾을 필요도 없고, 준비가 많이 필요하지도 않다. 단지 관심 있는 자영업을 찾아 임금을 받으며 경험하면 된다.
장사는 결국 어떻게 리스크를 줄이냐가 문제이다. 아르바이트는 이런 다양한 리스크와 그 극복과정을 거의 제로-리스크로 경험하게 해 준다. 고객을 어떻게 상대해야 하는지, 물주는 어떻게 넣는지, 비용구조와 이익구조는 어떤지 등 가게를 처음 차리면 마주하게 되는 리스크들을 미리 경험할 수 있다는 것은 상상 이상의 장점이다.
분명히 해야 할 것이 하나 있다. 계산만 해주고 서빙만 해주는 것은 여기서 말하는 아르바이트가 아니다. 남의 스테이지에 올라가 남이 오랜 기간 쌓아온 노하우를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나에게 흘러오도록 만드는 것이 중요하다. 내가 말하는 아르바이트가 바로 이것이다.(중요하기 때문에 기회가 된다면 다음에 더 다뤄본다.)
<오늘의 체크리스트>
자영업을 안전하게 경험해 볼 자신만의 방법을 적고, 구체적인 계획을 한 페이지로 정리해 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