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사는 아무나 하지만 누구나 꾼이 될 수는 없다. (4)
이전 글에서 이야기했던 두 가지 방법은 내가 아닌 누군가의 스테이지 위에서 잠깐의 틈을 찾아 주인공을 연기해 보는 것이었다. 하지만 모두에게 이런 기회가 찾아오는 것은 아니다. 또 모두에게 맞는 스테이지가 존재하지도 않는다. 그래서 마지막으로 리스크가 적은 자신만의 스테이지를 만드는 방법을 소개한다.
바로 적은 돈으로 도전해 보는 것이다. 서브웨이 창업자 프레데릭 드루카는 아빠 친구인 피터 벅에게 1000달러(한화 약 100~130만 원)의 지원금을 받아 장사를 시작했다. 샌드위치라는 단순한 아이디어로 시작했지만 시장의 피드백을 지속적으로 받으며 사업으로 확장시켰다.(사장이 되어 장사를 하는 것이지만 누군가의 투자를 받은 것이니 살짝 넘어가자.)
드루카는 당시 17살 밖에 되지 않은 나이로 두 번의 실패를 경험했다. 하지만 적은 돈이었고, 리스크를 관리하며 기존의 실패에서 얻은 피드백을 바탕으로 세 번째 도전을 했고 결국 성공했다. 그리고 이 경험으로 고객이 스스로 선택하는, 피드백의 내재화라는 서브웨이의 특징이 됐다.(피드백의 내재화는 필자의 견해다.)
이렇게 말하면 요즘 그 돈으로 뭘 할 수 있느냐 같은 비판이 제기될 수 있다. 고등학교를 졸업할 때 나는 용돈과 장학금, 임금을 모아서 500만 원 정도의 현금을 확보했다. 나는 이 돈으로 여행을 갔지만 누군가는 이를 장사 자금으로 사용할 수도 있을 것이다. 예를 들어, 창업하고 싶은 업종의 일을 배우는 비용으로 사용할 수도 있다. 요즘은 배우는 과정에서 일정한 임금도 받을 수 있다. 혹은 초기 창업과정에서 필요한 현금흐름의 일종으로 사용할 수도 있다. 작은 트럭을 사서 개조해 푸드트럭을 열 수도 있고, 여행을 하며 시장을 분석해 볼 수도 있을 것이다. 저자본으로 성공하기는 어렵지만 저자본으로 경험을 쌓아 자본이 많아졌을 때의 장사를 계획하는 것은 그렇게 어렵지 않다.
두 편을 통해 소개한 방법들 중 마지막 방법을 제외하면 꼭 사장이 되거나 가게를 개업하지 않아도 할 수 있다. 마지막 방법이더라도 꼭 사장이 될 필요는 없다. 작은 가게를 임대하거나, 대리인으로 경험을 쌓을 수도 있다. 결국 작은 규모로 리스크를 관리하는 법을 경험하는 것이다.
장사의 시작을 개업으로 보는 사람도 많지만 나는 경험의 구체화를 시작으로 본다. ‘내가 사장이라면?’이라는 질문만큼 ‘내가 고객이라면’ 같은 질문, ‘내가 저 사람이라면’ 등의 질문을 던져서 스스로의 경험을 흘려보내지 않고 붙잡아 구체화시켜야 한다. 고객으로 서비스를 누리는 게 아니라 고객의 입장에서 서비스를 평가하고 사장의 입장에서 피드백을 구해볼 수도 있다. 이런 구체화는 사실 직접 해보지 않으면 모른다. 또 방법을 모르면 하고 싶어도 하기도 어렵다. 하지만 어떻게든 해봤다면?, 그렇다면 장사를 다르게 볼 수 있다.
코로나로 장사를 접은 사람 중 대부분은 다시 장사를 시작하기까지 오랜 시간이 걸릴 것이다. 왜냐하면 코로나로 인해 너무 큰 좌절을 겪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코로나는 단발성 블랙스완이 아니었다. 즉, 아무도 예상하지 못한, 혹은 대비할 수 없던 충격이 아니었다. 2002년 사스, 2009년 신종플루, 2015년 메르스까지 그전에 이미 존재했던 충격 유형이다. 그럼 왜 코로나 이후 그렇게 장사가 어려웠을까?
답은 간단하다. 코로나까지 문제가 늘어난 거다.
코로나 이전 5년간 우리나라 가계부채 증가율은 48%로 미국(15%), 일본(12%) 보다 훨씬 높았다. 그렇다 보니 코로나가 발생한 후 추가 대출 여력도 없었고, 소비 역시 위축된 상황에서 경기가 더욱 둔화된 것이었다. 가계부채의 원인은 주택마련, 생활목적 등이 코로나 이전에는 주요했지만, 코로나 이후에는 사업목적의 대출이 증가했다. 이는 코로나 이전에 이미 리스크 관리를 위한 여유자산을 다른 부문에 다 투입하고서 코로나를 마주했다는 뜻이다.
헬스로 예를 들어보면 1시간을 중강도 러닝머신(코로나 이전의 일상)을 뛰고, 갑자기 3대 500(코로나)을 들려고 하니 몸(현금흐름)이 버텨 주질 못한 거다.
왜 이 이야기를 이번 주제에 하는 걸까? 의문이 생길지도 모른다. 이유는 두 가지다. 첫째로, 코로나 때문에 장사가 안된 건 사실이지만 코로나가 아니라 어떤 위기였어도 여유가 없는 가게는 생존하기 어려웠을 거란 걸 말하기 위해서다.(다음 멀티태스킹 주제에서 더 자세히 다룬다.)
또한, '코로나만 아니었으면 난 잘됐을 거야'라는 착각을 없애기 위해서다. 정말 코로나가 아니었다면 잘 됐을 사람들은 이미 다음을 준비하고 있다. 가게를 차리지 않고서도 다음 전략을 생각하고 있고, 문제점을 고민하고 있으며, 가게가 없더라도 장사를 그만뒀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만약 코로나만 탓하고 있다면 당신은 이런 준비가 안돼 있었을 가능성이 크다.(상처받지 말고 준비하자.)
이렇게 가게를 차리지 않고도 장사를 경험하는 법을 소개했다. 이외에도 다양한 방법이 있을 수 있다. 일례로 블로거가 되어 가게를 돌아다니면서 가게의 강점과 약점을 분석해 볼 수도 있다. 학생이라면 주변 어른들에게 물어보고 따라다녀 볼 수도 있다.(무작정 하라는 말이 아니다. 인간관계를 활용하라는 것이다.)
중학생 시절 나는 궁금한 가게에 들어가서 그냥 물어보고 떠들고 나왔다. 고등학생 시절에는 학생기자를 하면서는 다양한 가게에 드나들며 요즘 시장을 어떻게 생각하는지를 물어보기도 했다. 생각보다 어른들은 학생이 궁금해서 무언가를 물어보는 걸 나쁘게 생각하지 않는다. 충분히 예의 있게 물어봐라. 웃는 얼굴에 침 뱉는 사람은 없고, 침 뱉는다면 그냥 나오면 된다. 배울 곳은 넘쳐난다.
나이가 들어도 궁금한 게 많다면 여전히 학생이다. 우리 할머니는 70이 넘어서도 웃으며 다가가 정중한 태도와 높임말을 써서 자신보다 30살은 어린 사람들에게 질문하신다. 궁금증은 어딘가에 물어보지 않으면 해결되지 않는다.
자영업의 기본은 리스크 관리이다. 가게를 차린 후 장사를 시작하는 건 모든 리스크를 동시에 직면하겠다는 것과 같다. 매출의 흐름, 비용 변화, 고객관리, 상품관리, 시장분석 등 모든 변수를 동시에 관리하는 것은 생각보다 어렵다. 유명한 셰프들의 레스토랑이 망하는 이유는 제품이 나빠서가 아니라 이런 리스크 관리가 어렵기 때문이다. 이를 유념한다면 가게를 차리지 않고 장사의 기본인 리스크 관리를 배우는 게 얼마나 큰 이점을 제공해 주는지 알 수 있다.
<오늘의 체크리스트>
동네에서 잘 되는 자영업자를 찾아서 관찰하거나 질문해 본 후 기록해 두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