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사는 아무나 하지만 누구나 꾼이 될 수는 없다. (5)
우리 가족이 처음 유통을 시작할 때, 가장 먼저 했던 일은 곳곳을 돌아다니며 네트워크를 확장시키는 일이었다. 사람들이 몰리는 저녁은 기본이고, 가장 한산한 시간에 식당을 찾아가서 인사를 하고 홍보했다. 그래서 내 어린 기억 속에는 가족 모두와 함께 있는 시간이 그렇게 많지 않다. 그렇게 내 키가 엄마보다 커졌고, 10kg, 20kg 고추장을 한 손에 하나씩 들게 됐을 때쯤 우리는 더 이상 홍보하지 않고도 고객이 생기는 네트워크를 구성했다. 그때부터였을 거다. 우리 집은 고객유치보다 고객관리를 더 신경 쓰기 시작했다.
방학 때, 점심시간이 조금 지난 1시~2시쯤 종종 새로 연 가게를 찾아가 부모님과 함께 식사를 했다. 새로운 거래처의 걱정은 거진 다 비슷했다.
“고객을 어떻게 찾죠?”
“돈은 언제쯤 벌 수 있을까요?”
“이 정도면 맛있지 않아요?”
아무리 예상하고 준비한 다음 장사를 시작했다고 해도 맘처럼 쉽지 않은 게 현실이고, 그 현실은 불안하기만 하다. 우리도 그랬다. 처음에는 일을 배우는 입장이라 조금이라도 안정적인 수입이 있었지만, 스스로 장사를 시작했을 때는 모든 책임을 스스로 지게 됐다. 누군가가 만든 스테이지 위에서 제 아무리 잘했더라도 스스로의 스테이지를 새로 만드는 것은 차원이 다른 일이었다.
이런 경험 때문이었을까. 아니면 고객관리 차원이었을까. 우리 부모님은 항상 새로 시작하는 사장님들께 몇 가지 조언을 해 주셨다.
“장사 첫날은 영업이 준비됐나 리허설하는 거예요.”
“장사의 대부분은 파는 시간이 아니라 파는 걸 연구하는 시간이에요.”
“정말 장사가 잘 되면 이 시간이 그리워지고 아쉬워져요. 이 시간 동안 효율적으로 장사할 준비를 하세요.”
위의 조언들은 내가 들었던 것들 중 대부분의 사람들에게 도움이 될 만한 것을 선별한 것이다. 장사 첫날은 일종의 격려의 날이다. 새로운 도전을 하는 사람을 위해 주변 사람들이 일부로 시간을 내는 것이다. 하지만 이 날을 마치 축제처럼 여기며 웃어넘기는 경우가 많다. 첫 기회를 걷어차는 것이다.
주인공들은 무대에 오르기 전 마지막으로 퍼포먼스를 점검한다. 그때 그들이 마주하는 모든 스태프는 관객이다. 하나하나 피드백을 받는다. 예쁘다, 멋지다, 잘한다 이런 소리 듣자고 리허설을 하는 게 아니다. 혹시라도 모를 실수, 연습과의 차이 등 실제 스테이지에서 발생할 수 있는 변수를 최소화하고자 리허설을 하는 거다.
첫날 사람들이 가게에 모이면 자연스레 평가를 시작한다. 이 서비스는 어떤지, 저 상품은 어떤지 등 다양한 평가가 시작된다. 그들이 친한 지인이라고 우습게 여기고 실수를 남발한다면 그 누구도 쉽게 만족시킬 수 없을 것이다. 첫날은 일종의 관대한 소비자들의 예방접종과 같다. 앞으로 등장할 소비자들을 대비하게 해 주고, 놓쳤던 점들을 보완하게 해 주며, 장사의 현실을 경험하게 해 준다. 이 순간 좋은 인상을 남긴다면 지인이 소비자로 전환되고 그 지인이 또 다른 소비자를 연결해 줄 것이다.
잊지 마라. 가게에 들어와 누군가 주문을 한다면 그 순간 그 사람은 고객이다. 칭찬보다 고객의 피드백을 받아야 하는 순간이다. 격려는 언제든 받을 수 있다. 지금은 단지 그들을 고객으로 관리하고, 연결하고, 확장해라.
다음으로, 연구해야 한다. 장사를 시작한 지 첫날, 길어야 며칠이 지나면 대부분 하루에 열 명의 고객도 못 만난다. 이 순간 대부분 좌절한다. 하지만 당연한 순간이라는 것을 인정해야 한다. 미리 상당수의 고객을 확보하고 시작하는 자영업이 아니라면 이런 순간을 마주할 수밖에 없다.
이 순간 사람들은 회피를 선택한다. 유튜브를 보거나 친구들을 불러 수다를 떨고, 어떤 사람은 의자를 붙여 누워있기도 한다. 최악이다. 다시 강조하지만 최악의 행동이다. 고객은 열정 없는 사장이 운영하는 가게에 도전하지 않는다. 당신이 사장이 아니던 시절, 한 명의 고객으로 어디서 소비를 할지 고민하던 시절을 생각해 보면 간단하다.
“응? 난 잘 모르겠는데? 그래서 뭘 해야 하는데?”
답은 다양하지만 공통점은 하나다. 전략을 세워라. 전략은 판매하는 순간에만 중요한 게 아니라 판매하지 않는(못하는) 순간에도 중요하다. 내 주변 지인의 이야기를 해보겠다.
처음 장사를 시작한 A는 며칠 간의 북적이는 장사를 마치고 다음을 기약했다. 하지만 손님은 눈에 띄게 줄었고, 잘될 줄 알고 고용했던 알바들과 주방 요리사만이 정적을 채웠다. 그러던 중 한 교회 사람들이 길을 돌아다니는 것을 보고서 계획을 세웠다. 일을 하면서 아이들이 혼자 있는 시간이 생기니 아이들을 교회에 가서 시간을 보내게 했고 주말에는 자신이 봉사단체에서 활동한 것이었다. 더 나아가 규칙적으로 가게를 열며 가게의 공백이 없도록 교회에서 만난 아이들이나 학부모 등을 고객으로 유치했다.
결과는 좋았다. 사람들이 식당에서 음식을 먹는 것은 행인들에게 안전한 선택일 거라는 신호(signal)로 작용했고, 교회 사람들은 고객을 유입해 주는 새로운 연결망(Network 혹은 Pipe)이 되었다. 다만, 사람이 다시 북적이기 시작하니 새로운 변화가 새로운 전략을 수립하기 어려웠다.
“그때 다양한 재료들을 시험해 보고 단가를 조정했다면 좋았을 걸.”
“그때 다양한 피드백을 받아서 더 나은 메뉴를 개발할걸.”
“그때 더 효율적인 가게 관리 체계를 세울걸.”
판매하지 않는 순간 전략은 고객을 유치하는 방법이다. 판매하는 순간의 전략은 고객을 유지하고 이익구조를 효율화하는 방법이다. 물론 더 복잡한 경영전략이론도 있다. 하지만 지금은 이 정도면 충분하다. 판매하지 않는 순간 혹은 못하는 순간을 소중히 여겨야 한다. 이 순간을 도약의 시기로 만들어라.
장사를 시작한 처음 일정 시기동안 회의감이 몰려들 것이다. 손님도 없고, 넘치던 자신감과 희망도 사라져 간다.
"우리 가게 음식 맛있는데 왜 사람들이 안 오지?"
"내가 뭘 잘못하고 있나?"
정상적인 시기이다. 이 시기 이성적으로 생각하긴 어렵다. 대부분 감정적으로 어려움을 호소한다. 하지만 이 시기는 매우 이성적으로 보내야 한다.
아무것도 모르겠다면, 당신의 가게가 성장해야 이익을 나누는 공생관계에 있는 존재들에게 도움을 요청해 보자. 오랜 기간 그 시장을 경험했다면 꽤나 현실적인 조언과 도움을 제공해 줄 것이다.
처음 개업하고 장사가 안된다고 호소하는 고객들에게 우리는 항상 비슷한 대안을 제시했다. ‘이 시기를 이성적으로 준비해야 한다. 자기 계발, 특히 고객응대와 간단하게라도 경영방식을 공부해라’라는 조언을 해왔다. 그리고 종종 고객을 유치해 피드백을 받을 수 있도록 도왔다.
대부분 이 시기를 암흑기처럼 대하지만 조금 관점을 바꾸면 언제든 찾아올 어려움을 대비하는 시기로 볼 수도 있다. 잊지 말자. 고객이 신뢰를 갖고 다가오기까지는 시간이 걸린다. 스스로 마케팅을 하든, 전략을 세우든 무언가를 하지 않으면 그 시간은 그저 흘러가기만 한다.
<오늘의 체크리스트>
아침 8시부터 밤 8시까지 장사를 하며 그중 10시간은 혼자일 것이라고 가정하고 그 시간을 어떻게 채울지 계획해 보자. 그리고 그 계획으로 장사를 어떻게 바꾸고 싶은지도 그려 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