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사는 아무나 하지만 누구나 꾼이 될 수는 없다. (6)
대학교 신입생 시절, 이탈리아 여행을 하던 중 11시가 거의 다 돼 호텔 근처의 한 식당에 들어갔다. 20살의 남자 아시아인이 아무도 없는 가게에 혼자 들어오자 점원들이 조금 놀란 듯했다. 대부분의 한국 여행객은 블로그 리뷰나 맛집을 찾아서 가지만 난 호텔 리셉션에서 잡담을 하다가 근처의 맛집을 알아내는 편이다. 로마에서도 그랬다.
세 명의 친구가 운영하는 테이블 6개짜리 식당이었다. 메뉴판에는 이탈리아어뿐이었고, 당시에는 구글 번역기도 션찮았다. 웃으며 그들을 쳐다 보고 손을 들었다. 그중 한 명이 와인 한 병을 들고서 다가왔다. 이탈리아어를 하지 못하니까 추천을 해달라고 말하자 와인을 한잔 따라 주더니 하우스 와인이니까 목을 축이며 기다리라는 답을 받았다. 와인을 시킨 적 없다고 다른 둘에게 영어로 설명했지만 그 둘은 영어를 하지 못했다.
‘하… 바가진가?’
속으로 나가야 하나 걱정하던 내게 주방으로 갔던 남자가 소고기를 부위별로 가져와 소개해주었다. 저녁에는 너무 기름지지 않은 필레미뇽이 어떠냐며 취향별 굽기와 소스, 심지어 가니쉬도 소개해줬다. 하지만 내 귀에는 아무것도 들리지 않았다. 한참의 설명 뒤 그제야 나는 와인을 시킨 적 없다는 말을 건넸다.
“It’s on the house. You’re our last customer of the day.”
‘마지막 손님이라 공짜로 와인을 준다고?’ 잘 이해가 안 됐다. 굶주린 배를 채우기 위해 우선 추천대로 주문을 했다. 손보다 조금 큰 소고기 안심과 부드러운 매쉬 포테이토, 그리고 작은 채소들. 그때는 몰랐지만 지금 생각해 보면 기본기에 충실한 스테이크 메뉴였다.
천천히 휴대폰으로 내일 갈 장소들을 확인하며 식사를 하던 중 남자가 다시 다가왔다. 자기들끼리 오늘 장사의 피드백을 하고 있었는데 내 생각이 궁금하다는 것이었다.
“My opinion? Why?”
단골도 아니고, 그렇다고 이탈리아인과 식성이 비슷하지도 않았다. 특히나 담백하게 먹는 내 입맛은 유럽에서 날 상당히 고생하게 했다. 그런 상황을 설명했음에도 내게 의견을 물었다. 이유는 단순했다. 나쁜 말을 해줄 수 있는 사람이니까.
‘뭐 나쁠 거 없나…?’
셋이서 이야기하던 상황은 단순했다. 가니쉬로 내는 미니 채소들이 생각보다 많이 남는다는 것이었다. 하지만 그걸 빼기에는 먹는 사람들이 있고, 그 이외의 것을 가니쉬로 내기도 어렵다는 것이었다. 몇 가지 대안도 세웠는데. 한 명은 가니쉬를 아예 빼고 가격을 낮추자고 했다. 또 한 명은 하우스 와인을 세트로 내자고 했다.
가니쉬가 얼마나 남는 지와 와인 단가를 물어봤다. 가니쉬는 정말 애매했다. 누군가는 다 먹지만 대부분 입가심 정도만 먹고 남겼다. 50g을 내면 5g을 먹고 나머지를 남기는 것이었다. 내가 먹었을 때 가격은 약 10유로였다. 사실 놀라운 가격이다.
“가니쉬 정도는 없어도 돼. 맛있지만 없다고 굳이 찾을 거 같지는 않아. 그리고 와인은 세트로 묶어 팔 정도로 안 팔려?”
“아니 그래도 3 테이블에 한 번 정도는 팔려.”
“그럼 세트로 팔지 마. 가니쉬를 굳이 찾는 사람이 있을까 걱정되면 10g 정도로 줄이자. 너무 적으면 되려 싫어할지도 몰라.”
내 피드백은 이 정도였다. 호텔 직원이 알려줘서 처음 알았지만 이튿날 근처 피자 가게 아저씨도 밤에 배고프면 저 가게가 괜찮다며 소개해줬을 정도였다. 충분히 장사가 잘 되는 가게였다고 추측된다. 그런 가게도 남은 잔반을 보고서 더 나은 방법을 고민했다.
<오늘의 체크리스트>
가게에 필요한 피드백이 무엇일지 작성해 보고, 그 근거를 나열해 두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