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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소울파인더 Aug 24. 2021

NZ (뉴질랜드) 1일 차

소소한 출발

나에게 뉴질랜드는 로또의 나라

 뉴질랜드는 남섬과 북섬으로 길게 늘어서 있는 섬나라이다. 양이 사람보다 많은 나라, 1차 산업 국가, 그리고 남극에 제일 가까운 아름다운 환경을 지닌 천혜의 관광지로 유명한 이곳은 어학연수지로도 유명하다. 2000년 당시 휴학 중이었던 나는 어학연수를 심각하게 고민했고 뒤늦게 워킹홀리데이라는 제도를 알게 되었지만 부산에 살던 어리석은 촌놈은 신청 기간을 놓치고 말았다. 그 대안으로 뉴질랜드는 최대 1년 동안 관광비자로 머물 수 있는 조건과 영어가 모국어라는 점에서 무작정 휴학을 감행한 내가 선택할 수 있는 유일한 출발 가능지에 들어가 있었다. 당시 뉴질랜드는 어학연수를 위한 1순위로 꼽히던 미국과 비교하여 엄청난 가성비를 제공하는 곳으로 유명했고 나 보다 먼저 자리를 잡은 고등학교 친구가 잘 정착해서 생활하고 있는 곳이었기에 부담 없이 뉴질랜드를 선택했고 나는 아름다운 뉴질랜드에서 그보다 더 찬란히 빛나던 비너스를 얻는 행운을 얻게 되었다. 뉴질랜드는 아무것도 없던 보잘것없는 나에게 생명의 소중함과 삶의 목적을 주었다.


숙소 예약은 톱 10 홀리데이파크 추천

 뉴질랜드는 국제 관광지의 명성에 걸맞게 다양한 국적의 사람들이 제각기 등에 커다란 배낭을 짊어지고 저마다의 숙제를 풀어내기 위해 모여드는 곳이다. 배낭여행자들을 백패커(backpacker)라 부르는데 한 방에 여러 명이 함께 잠을 잘 수 있도록 이 층 침대가 구비되어 있고 공동으로 이용할 수 있는 주방과 화장실 그리고 샤워시설이 있는 숙소들을 뉴질랜드에서는 백패커스라고 불렀다. 그 외에 YHA라고 하는 숙소(국제 대학생은 가입하게 되면 저렴한 가격으로 숙소를 예약할 수 있었다. 지금은 어떤지 모르지만 아마도 동일할 것이다.)도 있었고 당연히 모텔, 호텔, 호스텔, 레지던트 호텔 등 다양한 숙박시설이 있었다. 학생 신분이었던 나와 아내는 '텔'이라는 단어가 들어가 있는 숙소는 엄두도 낼 수 없었기에 가성비 좋은 백패커스를 돌면서 즐거운 여행을 즐겼다. 사랑하는 사람과 가성비 좋은 뉴질랜드 여행을 꿈꾼다면 여러 숙소 중 '홀리데이파크(holiday park)'라는 곳을 개인적으로 소개하고 싶다. 그중에서 'Top 10 Holiday Park'라는 곳은 뉴질랜드의 아름답고 유명한 관광지 속에 있는 편안한 휴식처들 중 프랜차이즈 숙소이다. 우리 부부는 당시 뉴질랜드를 여행하며 YHA 혹은 백패커스(backpackers)라 불리는 여행자 숙소에 주로 머물렀다. 그날도 여느 날과 상관없이 관광지에 있는 정보센터(Information center)를 찾은 우리 부부는 숙소에 대한 정보를 물어보았다. 그날따라 그 지역의 도우미 키위(kiwi - 뉴질랜드 현지인을 일컫는 말)는 우리 부부에게 회원가입을 하면 해택이 많다는 설명과 함께 지금의 신용카드와 같은 톱 10 홀리데이파크 멤버십 카드를 소개해 주었다. 그렇게 우리는 Top 10 holiday park와 인연을 맺게 되었다. 뉴질랜드에는 홀리데이파크가 관광지마다 있지만 사설로 하는 숙소는 서비스도 천차만별인데 그중 톱 10 홀리데이파크는 검증된 서비스를 제공하는 숙소끼리 연합을 형성하여 여행객들이 예약을 할 수 있는 프랜차이즈 시스템을 당시에 만들어 놓은 곳이었다. 당시의 우리 부부에게 홀리데이파크가 주는 자연 속의 편안함과 휴식은 2018년인 지금에도 잊히지 않아서 혹시나 하는 마음에 구글링을 해 보았더니 역시나 당시의 아날로그 시스템이 고스란히 IT 기술에 담겨 있는 것을 알고  이 여행의 숙소에 대한 고민은 더 이상 하지 않게 되었다. 다만 우리의 여행 일정 속에 부부의 추억이 깃든 장소의 예약이 가능할지는 지켜볼 일이지만...

https://top 10.co.nz/about

렌터카 예약

 우리 가족은 홀리데이파크에 어울리는 차량을 렌트하길 희망했고 그것은 꿈에 그리던 캠핑카였다. 홀리데이파크에는 캠핑카에 최적화된 전용 사이트가 있고 그 사이트를 예약한 캠핑카는 그곳에 주차하여 전기사용, 오물처리를 할 수 있고 파크가 제공하는 각종 부대시설을 이용할 수 있다. 물론 공동 주방 및 샤워시설도 이용할 수 있다. 잠자리는 캠핑카를 이용하기 때문에 저렴한 비용으로 많은 혜택을 누릴 수 있기에 우리의 선택은 캠핑카의 렌탈이었다.

 이상한 일이었다. 렌터카를 예약하기 위해 각종 사이트들을 들락날락거렸으나 캠핑카는 모조리 예약이 완료된 상황이었다. 아무리 현재 뉴질랜드의 계절이 늦여름이긴 하나 그 많은 캠핑카가 예약이 다 이루어질 만큼 그리도 바쁘단 말인가... 우리 가족은 어쩔 수 없이 가성비 여행을 택하기로 했다. 홀리데이파크가 제공하는 숙소로 예약을 하고 차량은 우리 가족이 탈 수 있는 저렴한 차량으로 예약하기로 했다. 하루아침에 렌터카에 계획되었던 예산이 대폭 삭감되는 순간이었다.

https://www.carflexi.com/en-us?c=KR


차량 역시 여기저기 발품을 팔아 저렴한 사이트를 교차 비교하였고 그중 괜찮은 곳을 골라서 북섬 오클랜드 공항에서 차량을 찾고 남섬 크라이스트 처치 공항에서 반납하는 조건으로 여행 일정에 맞추어서 소형차를 예약했다.

Suzuki Swift
엄청나게 저렴한 가격.

 한 달을 빌리는 돈이 660 NZD 한국돈으로 60만 원이 채 되질 않는다. 하루에 2만 원 정도로 차량을 렌트할 수 있다는 사실에 잠깐 놀랐다. 이런저런 이유로 패키지여행을 선호하지 않는 나는 잠시 여행사를 운영하는 상상을 하다가 고개를 세차게 흔들었다. 돈에 관해서만큼은 자유로울 수 없는 우리 가족은 우리에게 합리적인 선택을 하였다. 부부가 번갈아 가며 운전을 하면 괜찮을 것이고 뉴질랜드는 그럴 수 있을 만큼 여유롭다고 믿기 때문이다. 실제로 그러하기도 했다. (아무 생각 없이 한산한 도로를 한국식으로 역주행하지만 않는다면..)


2018년 1월 29일 D-day

 새로운 경험을 시작하기 위한 첫출발은 언제나 어색함과 불편함을 동반한다. 익숙하지 않기에 어색함 대신에 새로움이라는 단어가 채워지는 '경험(experience)'이란 행위는 그 결과가 던져 주는 열매의 당도에 따라 미래를 위한 새로운 활력이 되기도 뱉어버리고 싶을 만큼 쓰라린 기억으로 남기도 한다. 그러기에 우리는 누구나 새로운 것을 시작한다는 결심에 관하여 마음속 깊은 곳에서 우러나는 원초적인 거부감과 두려움을 가지고 살아간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누군가는 그러한 경험이 주는 미지의 보물상자를 언제나 연모하고 상자를 열기 위한 도전을 마다하지 않는다. 그렇게 얻어진 경험은 어떤 방식으로든 우리의 삶의 자리 곳곳에서 그 역할을 해 내고 인생의 지침이 되기도 한다. 우리 부부에게도 이러한 경험과 도전은 어색함과 불편함을 자청하고서라도, 불혹과 함께 찾아온 신체의 쇠락에도 불구하고 쓴 기억보다는 달콤한 활력이 되는 경우가 많았다.


김해공항 행 비행기를 타기 전 우리 가족

 어제까지만 해도 따뜻한 이불속에서 안정감을 누리던 우리 네 식구는 새벽에 울리는 알람 소리에 하나둘씩 기지개를 켜며 자신의 몸을 내리누르는 중력을 거스르고 애썼다. 자연이 만들어 내는 거대한 힘, 중력(gravity)은 특히 우리 아이들에게 있어서 만큼은 소소한 부분에도 엄청난 위력을 발휘하곤 한다. 천근 만근이라는 숨겨진 무게를 자랑하는 아이들의 눈꺼풀은 유독 오늘 새벽을 사수하려는 듯 본연의 임무에 충실하기만 하다. 그렇지만 우리는 중력을 거슬러 올라가야 하고 다가 올 우리의 새로운 경험으로의 여정을 시작해야만 한다. 현관 앞에 줄지어 놓여있는 배낭 꾸러미들. 어제 늦은 밤까지 채비한 한 달 치 개인용품들이 든 배낭에 꿈과 희망을 가득 싣고 우리 네 명은 어느새 가벼운 몸과 마음을 지닌 가족여행 어벤저스가 되었다. 그렇게 들뜬 마음과 기분을 유지한 채 우리는 공항으로 향하는 버스에 올라탔다. 각자가 한 달 동안 짊어질 본인의 배낭이라는 책임을 어깨에 짊어진 채...


한국식 도넛 한 달 후에 보자~

마지막 한국식 도넛을 먹고

비행기를 기다리는 동안 우리 가족은 한 동안 느껴보지 못할 한국식 도넛을 먹었다. 도넛이라고 해야 어느 나라에나 있을 것이고 뉴질랜드라고 다르랴 만은, 지역의 고유한 풍토와 환경이 만들어내는 레시피는 똑같은 도넛도 다양한 차이를 만들어낸다. 한 사람 당 하나씩 도넛을 맛있게 먹고 난 후 우리는 달콤한 탄수화물이 주는 행복감에 취해 콧노래를 흥얼거리며 일탈로부터의 소심한 탈출을 준비하였다.

 제주에서 부산으로 부산에서 도쿄로 도쿄에서 하네다로 하네다에서 오클랜드로 떠나는 우리 가족. 폭풍 검색으로 가장 저렴한 비행기를 발견한 나는 모니터 화면에 반짝이는 마감 임박이란 악마에게 영혼을 저당 잡힌 채 제대로 알아보지도 않고 예약해버리고 말았다. 한 달 전의 일이다. 그 당시 나는 너무나도 무모했고 자신감에 넘쳐 있었다. 도쿄에는 국제공항이 나리타공항뿐인 줄 알았던 단순 무식한 나. 비행기 표 당 5만 원을 아끼기 위해서 나리타 공항에서 하네다 공항으로 가는 노선이 있는 항공편을 아무 생각 없이 질러버린 나는 처음엔 만족감에 웃었고 나중엔 자괴감에 울었다. 하지만 식구 중 유일한 남자를 무척이나 아끼는 우리 가족은 최소한 20만 원 때문에 나를 탓하지 않았다. 큰 불평 없이 가족이 함께라면 문제없노라 노래하며 나리타 공항 아니.. 하네다 공항을 향하는 비행기.. 아니 버스에 올라탔다. 다음에는 이런 실수를 저지르지 않을 거라 장담할 수 없지만 우리 가족 중에 누군가는 "저기 잠깐! 혹시~ 확인했어?"라고 나의 성급한 클릭에 제동을 걸 것은 확실하다.


나리타 공항에 무사히 도착한 우리 가족은 잠깐의 여유를 빌어 벚나무를 연상시키는 조명 아래에서 사진을 찍었다. 시간이 흐르면 이런 소소한 장면도 우리에게는 추억거리가 될 것임을 알고 그러한 추억들이 방울방울 쌓이면 쌓일수록 우리 식구의 사랑도 곱절하여 깊어질 테니...








대나무를 연상시키는 조명

그날이 올 때쯤이면 우리 부부의 머리카락은 검은색보다는 흰색이 더 많아지겠지만, 우리 두 딸들은 사진 속에 있는 부모를 보며 웃음 지을 것이고 언젠가는 그들도 부모가 걸었던 그 길을 걷게 될 것임을 깨닫게 될 것이다. 둘이 걸었던 길을 넷이서 걷게 되니 둘이 느꼈던 행복감이 배가 되었고 이제는 오히려 우리 부부가 아이들에게 감사하게 된다. 제주도에 내려와 살게 되면서 아이들은 불필요한 사교육을 받지 않게 되었다. 육지 생활을 통해서 들어가는 아이들의 사교육비라고 생각하고 우리 부부는 아이들과 함께하는 여행을 선물해주리라 다짐했고 그 첫 번째 여정이 바로 뉴질랜드로 떠나는 가족여행이었다. 뉴질랜드가 우리 가족의 시작이었음을 알려주고 싶었으며 우리 부부의 가장 찬란했던 시절이었으므로..




우리 가족은 촌스럽게 서둘렀다. 하네다 공항에서 뉴질랜드 오클랜드 공항으로 출발하는 비행기 시간은 여유가 있었지만 만에 하나 발생할지도 모를 실수로 뉴질랜드 땅을 밟지 못할 수도 있다는 공포감에 우리 가족은 서둘러 하네다 공항으로 향하는 버스를 타기 위해 분주히 움직였다.

이것은 승차권이 아닙니다... 그럼 승차권은 어디에?
3번 플랫폼을 찾았다

티켓을 구매하고 하네다 공항으로 가는 급행 버스 플랫폼을 찾는 것은 그리 어렵지 않았다. 애니메이션의 강국답게 그림과 간단한 영어로 쉽게 설명되어 있는 안내판이 있었고 우리 가족은 큰 문제없이 해당 버스 정류장으로 올 수 있었다.

하네다 공항으로 가는 급행버스를 기다리는 중 아직까진 에너지가 넘치는 우리

하네다 공항에 무사히 도착한 우리 가족은 안도의 한숨을 쉬고 뉴질랜드로 떠나는 비행기를 타기 위해 해당 게이트로 이동했다. 이제 정말 시작인 건가란 생각들. 탑승까지 남은 시간적 여유와 긴장이 풀린 탓에 우리 모두는 우리의 몸을 뉘일 곳을 찾아 헤매었다. 시간도 11시를 훌쩍 넘기고 있었기에 우리의 눈꺼풀은 다시금 천근만근의 무게질을 하기 시작했다. 하루가 끝나가고 있는 시간에 맞추어 그렇게 우리 가족의 눈꺼풀은 중력에 맞추어 내려앉고 있었다.

지쳐 잠든 네가 만날 세상을 꿈꾸렴~
마침내 뉴질랜드 오클랜드 공항으로 출발하는 비행기에 탑승한 우리 식구! 장하다.

 비행기를 탑승하려는 사람들이 움직이는 부산함과 함께 우리도 그들을 따라 뉴질랜드로 출발하는 비행기에 올라탔다. 잠시 눈을 붙인 탓인지 아니면 새로운 여행에 대한 기대감 때문인지 우리 네 식구는 모두가 들떠있는 표정을 감추지 못했다. 앞으로 기내식 2번만 더 먹고 영화 3편 정도 관람하면 뉴질랜드 오클랜드 공항에 도착하게 될 것이다. 아이들은 처음 타 보는 국제선의 커다란 비행기가 제공하는 개인 화면에 넋을 잃고 빠져 있고 나와 아내는 촌스러운 두 딸들을 사랑스러운 눈으로 바라보고 있다. 지난 스무 살 시절에 우리 부부가 겪었던 선진 문물과 문화적 충격을 이제 갓 초등학생이 된 두 딸들이 직면하고 있다. 다른 세상에서 얻은 경험은 나의 생각의 한계를 넓히고 더 큰 세상을 상상할 수 있는 가능성을 주었다. 눈앞에 콩알만 한 두 녀석이 대면할 미지의 세상 경험들은 그들의 인생을 어떻게 바꿔놓을까 상상하는 것만으로도 나의 가슴은 두근 반 세근 반 콩닥거린다. '말랑말랑한 두뇌들이여~ 모든 감각을 깨워서 이 모든 시간들을 하나하나 주워 담으렴. 지금은 모르겠지만 너희들의 감당할 미래는 이러한 값진 경험들이 겹겹이 쌓여서 그 역할을 톡톡히 해 내게 될 거야.' 그렇게 우리는 부푼 희망을 안은 채 아시아의 검디 검은 하늘을 떠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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