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혼 17주년을 기념하며 끄적인 글
수많은 사람들 중에 우리가 만나 인연이란 우연을 통해 보낸 긴 시간으로 키운 사랑은 어느새 17년이 넘었습니다. 5천만 명 사람들 속에서 우리 두 사람이 만날 확률은, 3.2 * 10^(-9)입니다. 이 확률은 다만 세상에서 가장 작은 나라 중 하나인 우리나라에서 그대와 내가 만날 확률을 수학적으로 계산한 것입니다. 로또 당첨보다 더 어려운 확률일지도 모른 가능성을 뚫고 겹쳐진 소중한 순간들이 시간으로 만나 어느새 우리의 인연은 열일곱 해가 지났습니다.
처음 만났을 때의 설레던 가슴은 어느새 익숙함으로 무뎌지고 처음의 설렘은 익숙함이란 핑계 아래 너무나도 자연스레 잊힘을 속죄합니다. 그렇게 타협한 익숙함에 기대어 눈앞의 보석을 너무나도 당연하게 갈무리한 시간들에 사과합니다. 하지만 지난 시간들을 돌아보니, 그대를 향한 나의 마음의 방향은 단 한순간도 그 초점을 놓친 적이 없었고 지금 이 순간에도 나침반처럼 그대라는 목표를 향함을 고백합니다.
어찌 보면 우리는 섞일 수 없는 물과 기름으로 만났습니다. 그렇지만 물을 사랑한 기름과 기름을 사랑한 물은 함께 보낸 시간을 통해 서로를 배려하며 기름과 물로 거듭나고자 노력하며 서로의 장점을 흠모했던 시간의 연속이었음을 감사합니다. 더군다나 그대를 알기 이전 나를 위해 살아가던 시간보다 그대를 알고 그대를 품은 시간이 나에겐 더 소중한 시간이었음에 그리고 그 순간에 보람을 느낌을 고백합니다. 다만, 한 가지 후회가 남아있다면... 그것을 바로 그대를 처음 만난 순간이 너무나도 늦었음에 대한 안타까움입니다.
결혼 17주년을 통해 고백하려 합니다. 난 한 순간도 그대를 향한 마음을 식힌 적 없으며 지나온 시간 동안 소홀했던 나의 시간들을 후회합니다. 그리고 반성합니다. 우리의 이야기는 이제 어느덧 서론을 마치고 본론으로 들어갑니다. 순탄하지만은 않았던 서론을 지나 우리의 이야기는 분명 더욱 다양한 사건들을 겪으며 진행될 것입니다. 물론 많은 고통과 시련은 이야기를 더욱 흥미진진하게 만들겠지만 우리는 그 시련들을 늘 그래 왔듯이 슬기롭게 헤쳐나갈 것임을 알고 있습니다.
그대에게 나 감히 약속합니다. 우리가 만들어 갈 이야기 속에 나타날 수많은 사건들 속에서 나는 그대와 늘 함께 할 것이며 그대의 눈에 고인 눈물의 양보다 그대를 웃음 짓게 할 눈가의 주름의 깊이가 더 진하도록 나의 영혼을 부을 것이고, 그대의 입술이 아름다운 미소로 늙어가도록 노력할 것입니다. 그리고 다가 올 먼 훗날 우리가 써 내려갈 소설의 클라이맥스에는 그대와 내가 여한 없이 서로를 부둥켜안고 영원을 눈물로 약속하기를 희망합니다. 사랑했었고 사랑하며 사랑하겠습니다.
내가 써 내려가는 사랑은 사랑이지만 세상에 하나밖에 없는 유일한 감정이며 그 감정은 순도 99.99%의 순수입니다. 그 감정의 방향과 크기는 오직 한 사람을 위해 존재합니다. 나의 심장을 설레게 만들었고 삶의 이유를 주었으며 수빈과 수인이라는 미래를 꿈꿀 수 있도록 만들어 준 내 눈에 가득 찬 그대란 사람을 위해, 그 사랑은 움직일 것입니다.
영원토록 그대를 사랑합니다.
2021.10월 결혼 17주년
영원한 사랑을 아직도 꿈꾸는 철부지 남편
그대만의 돈키호테 고니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