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무실과 연구소가 문을 닫았던 이유
2024.11.22. (금)
너무 오래 연구소에 발길을 끊은 것 같아 오랜만에 연구소에 와서 스페인어 수업을 들었다. 오늘은 este, ese, aquel의 차이점에 대해 공부하고 배웠다. 스페인어 수업을 듣거나 혹은 운동할 때 Por eso, Eso es와 같은 말을 많이 들었는데 항상 그래서, SOS 처럼 들려서 무슨 말하는 거지 했는데 이제야 정확히 알았다. (그래서처럼 들리던 Por eso는 진짜 그래서라는 뜻이었다!)
오늘 연구소에 처음 보는 사람이 있어서 이야기하는데 asesor de municipalidad라고 했다. 사실 뭔지 잘 몰라서 그렇구나.. 하고 있으니 번역기 돌라서 설명해 주는 것을 들어보니까 시의회 보좌관이었다. 정부에서 일하기 전에 이 대학에서 가르치는 일을 했는데 계속 연구를 이어가고 싶어서 보좌관 계약을 할 때 일주일에 한 번은 학교에서 일할 수 있도록 조건을 조정했다고 했다. 그리고 나에게 프로젝트만 진행을 하는지 수업도 하는지 물어봤는데 내가 지금 이 스페인어로 애들 가르치겠냐고~프로젝트라도 빨리 하고 싶다고 답했다.
점심으로 오랜만에 타코벨을 먹었는데 방심했다가 콩 스프레드 같은 frijoles molidos가 발라져 있는 부리또를 먹게 되었다. 오랜만에 피하지 못하고 당해버린 콩의 습격.. 점심을 먹고는 친구와 만나 생일 선물을 사러 가기로 했다. 일요일에 다른 친구 생일 파티가 있는데 도저히 혼자 어디서, 뭘 사야 할지 모르겠어서 도움을 받기로 했다. 친구가 블랙핑크와 나루토를 좋아한다고 해서 그저께 다운타운에 가서 한 바퀴 돌았는데도 고를 수가 없어서 오늘 다른 친구와 함께 에레디아에 가서 고르기로 했다. 에레디아는 산호세가 아닌 다른 도시인데 차로 여러 번 지나가봤어도 이렇게 돌아다닌 것은 처음이었다. 차가 많이 막혀서 한 시간도 더 넘게 꾸벅꾸벅 졸다 보니 어느덧 에레디아에 도착했다.
에레디아에 있는 한국인 가게에 선물을 고르러 왔는데 함께 간 친구의 친구들이 운영하는 가게였다. 언니, 여동생 자매가 있었는데 비슷한 또래 한국인들을 만나서 반가운 건 둘째치고 너무 친절하고 착했다. 금세 선물을 고르고 함께 근처 베이커리에서 빵을 사 와서 함께 가게에서 먹으며 이야기를 할 수 있었다. 추천받은 tamal de queso crema를 먹었는데 tamal은 그 플랜타인에 옥수수 반죽 싸 먹는 음식인 줄로만 알았는데, 부드러운 치즈케이크 같은 맛이었다. 이걸 먹고 보니 지난주 카페에서 먹었던 queque de queso가 왜 그런 맛이었는지 이해가 갔다. 나중에 같이 하이킹도 함께 가기로 약속하고 다시 산호세로 돌아오기 위해 버스에 탔다.
돌아오는 길은 한 시간 반 넘게 예상보다도 훨씬 오래 걸려 결국 요가 수업은 가지 못했다. 좀 아쉬웠지만 그래도 오늘 목적을 이루고 집에 돌아올 수 있어 좋았다. 집으로 돌아오는 길에 오랜만에 caldosa도 사 먹었다. 집으로 돌아와서 요즘 많이 보는 카더가든 보드게임 영상을 보면서 천천히 먹고 싶었는데 실시간으로 과자가 젖어가는게 느껴져서 집으로 오는 길에 전부 먹어 버릴 수밖에 없었다.
지난주 내내 학교 문이 닫혀 연구소에 오랜만에 출근했던 것인데 오늘 친구에게 학교가 문을 닫았던 이유를 전해 들었다. 나는 그저 비가 많이 와서인 거라고 생각하고 연구실 사람이 왓츠앱 메시지를 줬을 때도 날씨 때문에?라고 물었더니 나무가 위험하다고 답을 듣긴 했다. 오늘 친구에게 들어보니 그 전주 금요일에 나무가 쓰러져서 한 학생이 목숨을 잃는 사건이 있었다고 했다.
나중에 뉴스를 찾아보니 우리 건물 바로 근처였다. 다른 지역은 몰라도 산호세에 사무실이랑 연구소가 문을 닫을 정도로 비가 많이 오나? 했는데 이런 일이 있었다. 아르헨티나 선생님이 코스타리카는 원래 이렇게 비가 많이 오냐고 물었을 때 원래 우기가 끝날 즈음에는 한 번 이렇게 비가 많이 온대! 했는데 알고 보니 tormenta tropical로 이번 연도에 이례적으로 폭우가 오고 있는 것이었다.
이제 정말 눈길이 닿는 모든 곳에 크리스마스가 가득하다. 여전히 비를 맞고 있는 야자수 앞에 장식되어 있는 크리스마스트리가 이질적으로 느껴지지만(렛잇스노우 장식은 좀 너무한 것 아닌가요?), 우기가 지나가고 조금 더 뜨거운 연말이 다가오고 있나 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