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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116. 크리스마스 하우스 데코

동네 꼬맹이들이랑 공차기

by 에스더

2024.12.07. (토)


오늘은 아침에 친구네 집에 가서 크리스마스 장식을 꾸미기로 했다. 미국에 있을 때 크리스마스 시즌에 봤던 것처럼 이곳도 다들 각 시즌에 맞춰 집을 열심히 꾸미는데 독립기념일 때 보다, 할로윈 때 보다, 크리스마스에 가장 진심인 것 같다. 아침 일찍 친구 집으로 넘어갈지, 혹은 춤 수업을 들으러 갈지 고민하다가 어제 춤의 중요성을 더욱 느끼고, 또 몇 번 가보니 수업이 재밌기도 해서 춤 수업에 가기로 했다.


어제 사무실 동료들에게 들어보니 이번주가 art week 같은 거라 여기저기에서 플리마켓 같은 feria를 한다고 했다. 찾아보니 집 앞 대학에서도 feria de las artes라고 손으로 만든 크고 작은 물건들을 파는 플리마켓을 하고 있었다. 그래서 수업이 끝나고 조금 걸어가서 예술대 쪽에서 진행되고 있는 플리마켓을 한참 구경하고 위시리스트에 있었던 귀걸이도 하나 구매했다. 이 먼 나라에 오면서 짐을 얼마나 대충 쌌는지, 귀걸이를 하나도 안 챙겨 왔다. 그리고 드디어 택시를 타고 친구 집으로 넘어갔는데, 이미 데코가 끝난 뒤였다. 다행히 친구 집이 아니라 같은 콘도에 사는 사람들이 모여 콘도를 꾸미는 행사였다.


데코도 못 도왔으면서 친구 어머니가 만들어주신 레몬파이를 먹었는데, 너무 맛있다고 호들갑을 떠니까 한국엔 레몬 파이가 없니? 하셨다. 아니 그건 아닌데.. 먹으면 먹을수록 상큼하고 시큼한 레몬 파이를 좋아하는 엄마가 떠올랐다. 그래서 스페인어로 적힌 레시피까지 받아왔다. 그리고 친구가 요즘 보고 있다는 Un negocio virtuoso를 같이 봤는데 알고 보니 '정숙한 세일즈'라는 한국 드라마였다. 지난번 오징어 게임을 같이 볼 때처럼 스페인어 더빙에 한국어 자막을 켜고 봤는데, 김소연 배우의 펜트하우스의 천서진 역할이 너무 각인되어서 이 드라마에서의 선한 캐릭터에도 집중이 잘 안 되었는데 거기다 스페인어로 말하기까지 하니까 몰입이 더욱 어려웠다.


그렇게 드라마를 보다가 오랜만에 arroz con pollo를 만들어 먹었다. 그리고 이 동네에서도 feria를 하고 있어서 다녀오기로 했는데 그전에 이전부터 함께 가자고 이야기하던 야경 스팟에 가서 선셋과 야경을 보기로 했다. 그렇게 구불구불한 길을 한참 올라 도착한 곳에는 이미 많은 사람들이 해가 넘어가는 것을 구경하고 있었다. 나도 멋진 풍경에 감탄하면서 보고 있었는데 뒤에서 벌써 친구와 친구 어머니가 또 다른 친구를 만들어서 연락처를 주고받고 있었다. 친구 어머니께서 새로운 사람을 함께 만날 때마다 내가 이곳에 온 지 3개월 밖에 안되었는데 엄청 똑똑해서 스페인어를 다 알아듣고 말도 곧잘 한다고 소개해주실 때마다 그 기대해 부흥해야 할 것 같아 아등바등 스페인어를 해보는데 당연히 부족해서 조금 부끄러워진다.


한참을 구경하다 내려와 크리스마스 마켓으로 향했는데 이미 장을 마무리하고 있었다. 아쉬운 마음으로 집으로 돌아오는데 동네 애들이 나와서 풋살을 하고 있었다. 거기에 친구 어머니가 가서 끼셔서 공을 주고받으시더니 결국 경기장까지 들어가셔서 한참을 같이 공을 차셨다. 나에게도 들어오라고 하셨지만 저는 공을 찰 줄도 모르고 공이 저에게 오면 눈을 감아버리는데요. 이제 거의 60대인 어머니께서 축구를 잘하시는 것도 신기하고 또 처음 보는 동네 애들이랑 이렇게 같이 공을 주고받으시는 것도 신기했다. 나도 한국에 가기 전에 모르는 동네 애들이랑 축구를 하는 스킬은 얻지 못하더라도 축구를 한 번 배워보고 싶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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