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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117. 아트 페어

갈라파고스섬의 대체재 찾기

by 에스더

2024.12.08. (일)


매주 일요일 아침을 여는 새벽 시장. 이번주는 간단하게 아침으로 먹을 타말만 사 오기로 했다. 가기 전에 콘도 안에서 한 바퀴 운전을 해보겠냐는 말씀에 모두의 안전을 위해 다음으로 미루겠다고 했다. 시장에 완성된 타말은 연중 내내 있었는데 이제 12월이 되니 타말을 만들기 위한 준비물인 plátano 잎도 팔기 시작했다. 그리고 manzana de agua 사과물..? 이라는 새로 보는 과일이 있었는데 친구 어머니가 과일 아저씨에게 얘가 이걸 처음 먹어 본다고 해서 한 봉지 말고 하나만 사려는데 얼마냐고 하니까 그냥 가져가라고 하셨다. 그래서 옆에 파인애플도 하나 같이 사서 집으로 돌아왔다.


아침으로 빵과 타말을 먹고 한국에 있는 우리 가족에 대하여 한참 이야기를 했다. 계엄령 해프닝 속에 가족들은 잘 지내고 있는지, 동생은 여전히 의료 파업으로 대기 중인지, 군대 문제는 어떻게 하기로 했는지. 그리고 엄마 아빠 이름을 계속 연습하시더니 나중에 한국으로 여행을 가면 꼭 우리 부모님도 함께 뵙고 싶다고 했다. 교회에서는 오랜만에 불고기도 먹고 후식으로 galleta herradura라는 말발굽 모양 쿠키를 먹으면서 빨리 승마를 배우기 시작하고 싶다고 생각했다.


그리고 오후에는 꼭 가고 싶었던 아트 페어가 있었는데 집으로 돌아와서는 너무 피곤했는지 잠깐 잠들어버렸다. 그렇지만 의지를 갖고 일어나서 장소까지 열심히 걸어왔다. Antigua Aduana라는 곳이었는데 장소 리뷰를 보니 우리나라 코엑스처럼 다양한 페어들을 진행하는 장소 같았다. 생각보다 큰 규모에 신이 나서 구석구석 열심히 구경했다. 마음에 쏙 드는 알록달록이 친구들을 몇 개 사고 또 그림도 그리고 직접 물건을 만들어서 파는 분들이랑 대화를 나눌 수도 있었다. 사람들이 스페인어를 할 수 있는지 물어볼 때마다 쬐꼼 poquito 한다고 답하는데 스페인어 선생님이 그것보다는 더 한다고 해야지! 하셨지만 한국인 자아로는 그럴 수 없었다. 그렇지만 오늘도 여러 코스타리센세들이 스페인어 bastante한다고 칭찬해 주셔서 자신감을 얻고 돌아왔다.


집으로 오는 길에 스타벅스에 들러 커피를 마시는데 한국에 출시되지 않은 위키드 콜라보 음료들이 있어 신나서 주문하였지만 남은 콜드브루가 없다고 했다. 아쉬운 마음으로 아메리카노를 마시면서 연말 여행 계획을 세웠다. 우비타에 있는 친구와 연락을 하면서 혹시 코코스섬에 가는 계획을 세우기엔 너무 늦었을지 물어보았다. 다른 나라에 있는 한국분들이 갈라파고스 섬에 가기 때문에 코스타리카에 있는 비슷한 코코스 섬에 가볼 계획이었는데 들어보니 11일을 잡고 36시간 배를 타고 들어가야 한다고 했다. 그래서 그 배를 찾아보니 생각보다 너무 비쌌다. 이 돈이면 갈라파고스 그냥 다녀오겠는걸요? 그렇게 다시 원점으로 돌아온 연말 계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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