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센터와 시장, 그리고 자전거 타고 동네 한 바퀴
2024.08.17. (토)
아침에 스페인어 책을 들고 거실에 앉아있다가 헤드라이트 수리 겸 카센터에 갔다가 시장에 다녀오려고 하는데 같이 가겠느냐는 아저씨 말에 따라나섰다. 카센터로 향하는 길에 처음 Escazu를 벗어나 보이는 다운타운의 풍경에 신이 났다. 빠르게 수리를 마치고 시장에 도착했다. 토요일 시장은 새벽 5시에 열어서 오후 1시면 문을 닫는다고 거의 파하는 분위기였다. 바나나, 오렌지, 사과 등 과일들과 양파 같은 채소들을 마트보다 저렴하게 판매하고 있었다. 나는 해외 생활 초기 필수템인 바나나를 사려했다가 아저씨가 본인 바나나도 다 먹지 못한다고 차라리 오렌지를 사라는 말에 오렌지 7개를 샀다. 사실 망고를 먹고 싶었는데 상태가 안 좋아 보인다는 말에 다음을 기약했다. 그리고 옆에 코코넛에 빨대 꼽아 마시는 코코넛 워터를 팔고 있었는데 지난번 상해에서 한 번 마셔보고 생각보다 맛있는 건 아니라는 걸 알지만 괜히 또 한 번 마셔보고 싶었는데 참았다. 다음번에 혼자 오게 되면 꼭 한 번 마셔봐야지!
집으로 돌아와서는 갑자기 자전거를 타고 동네 투어를 시켜주겠다고 조금 있으면 비가 올 것 같으니 지금 당장 출발하자는 말에 같이 자전거를 타고 집을 나섰다. 좋은 자전거였는지 아주 가볍게 오르막길도 오를 수 있었는데 지금 생각해 보니 따릉이가 아닌 자전거를 참 오랜만에 타본다. 숙소에서 멀지 않은 곳에 거대한 나무가 있는 멋진 공원이 있었다. 엊그제 스타벅스에 갔다가 갑자기 비가 와서 혼자 와다다 뛰어 집으로 돌아오던 그 근처였다. 과실나무 아래에 앉아 쉬다 사진도 찍고 집으로 돌아왔다. 그리고 둘 다 배가 고파서 차를 타고 다시 나와 밥을 먹으러 나왔다.
아저씨가 잘 아는 친구가 한다는 동네 음식점에 왔다. 첫 공식 외식이었다. 스페인어로 가득한 메뉴판을 보고 또 무엇을 먹어야 할지 몰라 추천해 주시는 것을 먹겠다는 실수를 했다. 그렇게 받게 된 Casados de la casa con muslo(메뉴 이름조차 이 글을 쓰며 찾아봐서 알게 되었다.) 한국어로 직역하면 약간 결혼한 사람이 먹는 집밥 같은 느낌? 무슨 뜻인지 찾아보니 Casado con ___ : Casado는 문자 그대로 "기혼 남성"을 의미하며 전통적인 결혼 생활에서 남성이 무엇을 먹는지 설명합니다(총각이 싱크대 위에서 샌드위치를 먹는 것과 대조적으로). 밥, 콩, 엔살라다 루소 또는 레폴로(보통 마요네즈나 라임 주스 드레싱에 간 당근과 양배추를 곁들인 콜슬로의 사촌)와 고기(닭고기, 생선, 쇠고기나 돼지갈비가 가장 일반적입니다.)라고 한다. 그렇게 내가 받게 된 것: 또! 콩과 밥 그리고 닭. 각 그릇에 여러 반찬을 두고 먹는 우리랑 다르게 한 플레이트에 이것저것 넣어서 먹는 것이 일반적인 것 같다. 이젠 콩에 대해 불평하거나 망설일 것도 없다. 그래도 아침에 먹는 가요 삔또와 달리 얘는 보통 콩을 따로 내주는 게 보통이라 다행이었다.
생각보다 길어진 외출로 집에 돌아와서 더 이상 스페인어 공부는 이어가지 못했다. 대신 내일 일요일을 맞아 부모님의 조언대로 한인교회를 찾아보고 계획을 세웠다. 시내까지도 대중교통으로 나가지 못하는 이 지역에서 한인교회가 있는 곳까지 버스를 타고 갈 수 있을 리 없었다. 이전에 코스타리카 한인 교회를 방문한 사람들의 후기를 봐도 우버를 타고서도 정확한 곳에 내릴 수 없었다고 해서 걱정이 많이 되었다. 처음 사무실 주소를 받을 때도 그렇고 여기는 보통 주소를 줄 때 무슨 도로 몇 번 건물과 같은 방식이 아니라 'A라는 곳에서 동쪽으로 n미터 떨어진 어디' 이런 식으로 주소를 써서 아직도 왜 이런 식으로 주소를 작성하는 건지, 이렇게 하면 정확히 찾아는 갈 수 있는 건지 잘 이해가 가지 않는다. 더군다나 정확한 예배 시간조차 찾기 어려웠는데 이틀에 거쳐 무작정 나와있는 번호로 여러 차례 전화를 걸어본 결과 한국어로 대화할 수 있었다. 더 나아가 목사님의 배려로 근처에 사시는 분까지 연결해 주셔서 픽업까지 부탁드려 걱정을 조금 덜고 잠에 들 수 있게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