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hock Cultural: 처음 보는 사람이랑 볼뽀뽀로 인사하기
2024.12.10. (화)
지난 9월부터 함께하던 스페인어 선생님이 병원 때문에 자리를 비우셔서 일주일간 다른 선생님과 함께하게 되었다. 보충으로 들어오신 분은 같이 수업을 듣고 있는 칠레에 계신 한국분과 6개월간 수업을 해오신 부에노스 아이레스에 계신 선생님이었다. 잘생겼다는 이야기나 웃을 때 아주 예쁘다 등의 이야기를 많이 들어서 궁금했는데 잘생김은 잠깐이었고 갈피를 알 수 없는 수업의 방향은 그다음 75분간 이어졌다. 도대체 어떤 책의 몇 페이지 진도를 나가시는 것인지는 알 수 없었지만 나름의 수다 떠는 것과 같은 재미가 있는 수업이었다.
아르헨티나에서 ll나 y를 /zh/로 발음한다고는 들었지만 이전에 선생님은 항상 /y/로 발음해 주셨는데 이 선생님께서는 부에노스아이레스에 계셔서인지 가차 없이 /zh/로 발음하셨다. 그래서 이 선생님과 수업해오던 칠레에 계신 한국 동료분이 항상 그렇게 발음하셨구나 이해가 되었다. 근데 챗gpt는 코스타리카에서는 ll를 /y/로 발음한다고 하는데 실제로 들어보면 여기서도 항상 yo나 pollo를 요, 뽀요로 발음하지 않고 죠, 뽀죠로 발음하던데 여전히 어느 쪽인지 잘 모르겠다.
수업을 듣고 집 앞에 빵집에서 주말에 맛있게 먹었던 레몬파이와 함께 옥수수 타말tamal maizena라는 처음 먹어보는 빵을 사 왔다. 그 바로 옆에 크림치즈 타말tamal de queso crema는 맛있는 것이 확실하지만 이 비슷하게 생긴 이 옥수수빵 같은 친구도 도전해 보고자 사 왔는데 한 입을 먹자마자 후회했다. 안전한 옵션이었던 레몬파이마저 맛이 없었다. 그래서 냉장고에 있던 원조 타말을 점심으로 먹었다. 맛은 실패했지만 그냥 대충 네모나게 만들어 놓으면 다 타말tamal이라고 부르는 것이 재미있었다. 그리고 12월이 되니까 여기저기서 타말이 자주 보이는 것도 재미있다.
여러 가지 타말들을 먹고 저녁 춤 수업에 다녀왔다. 친구가 인스타에서 'Culture shocks: me an Asian when Latin Americans go for the cheek kiss greeting'라는 제목의 공감 가는 릴스를 보내줬다. Beso라고 볼끼리 갖다 대고 쪽 소리를 내는 인사를 대충 비슷하게 해내고 있다고 생각했는데 내가 힘들어하는 게 보였는지 영상을 보내준 게 웃겼다. 이젠 서로 껴안고 볼인사를 하면서 쪽쪽 소리 내는 것까진 받아들였는데(수염이 있는 분과 할 땐 좀 따갑지만) 볼-볼이 아니라 실제 입술로 쪽 하는 사람들도 가끔 있어서 그럴 땐 여전히 좀 당황스럽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