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가 또 이탈리아 베네치아 명예 시민인데요
2024.09.01. (일)
다이내믹했던 적(籍) 이동의 8월이 지나고 정착의 9월이 찾아왔다. 한국도 처서가 지나고 날이 더위가 한풀 꺾인 것 같다. 아마 이사 전에 맞이하는 마지막 일요일이다. 오늘도 감사하게도 픽업을 와주셔서 키우고 계신 고양이 세 마리 이야기를 들으며 교회에 도착했다. 목사님을 만나 뵙고 일주일 어떻게 잘 지냈는지 말씀을 나누었다. 목사님께서는 보통 사람들이 도움을 준다는 생각으로 코스타리카에 오지만 현지에 도착한 뒤로는 쌍방으로 주고받는 관계라는 것을 생각해야 한다 말씀해주셨다. 예배가 끝나고 첫날보다는 많아진 또래 친구들과 앉아 점심 메뉴로 나온 쌈밥을 먹었다. 그리고 교회에 있던 현지인 분들이 끝나고 이탈리아 디저트 카페에 가려고 하는데 혹시 같이 가겠는지 물어봐주어서 함께 길을 나섰다.
정확히 어디로 가는 것인지 모르고 출발하였는데 꽤 오래 차를 타고 가게 되어 도대체 어디로 향하고 있는 건지 궁금했다. 꽤 오랜 시간 달려 도착하여 구글맵을 열어보니 산호세가 아닌 Cartago라는 옆 지역에 도착해 있었다. 지지난주 Heredia에 이어 벌써 세 개의 주에 발자국을 찍었다! 이탈리아 디저트 카페라고 하셔서 그렇다면 무조건 티라미수지! 생각하고 있었는데 카페에 들어가 보니 티라미수는 없고 대신 카놀리(cannoli), 파블로바(pavlova), 크림으로 채운 크로와상 등을 팔고 있었다. 나는 바닐라 카놀리와 아이스 아메리카노를 주문했는데 아이스 라테를 받았다.(옆에 분이 스페인어로 대신 주문해 주신 건데 어째서?) 카놀리는 설탕코팅 된 과자로 크림을 감싼 것이었는데 이런 디저트류 자체를 너무 오랜만에 먹어서 그저 행복했다. 라테? 감사히 먹죠! 평소에 머랭 쿠키도 좋아해서 파블로바는 한국에서도 궁금했던 메뉴인데 다른 분이 주문해서 한 입 먹어볼 수 있었다.
함께 카페에 온 가족 중 딸은 영어를 유창하게 하셔서 당연히 미국에서 대학을 다니고 돌아왔으리라 생각했는데 코스타리카에서 나고 자랐다고 했다. 미국 회사에서 일하면서 세계 곳곳의 오피스 사람들이랑 소통해서 영어에 어려움이 없는 것 같다고 했다. (대학원 시절 지도 교수님의 전 회사에서 변호사로 일하고 계신다길래 괜히 혼자 반가웠다.) 그리고 어머니도 같이 계셨는데 아주 밝으셨다! 자꾸 나한테 스페인어로 말을 거셨는데 눈치코치 조금 알 것 같으면서도 모르겠는.. 단어는 중간중간 영어로 말씀해 주시면서 내가 한국어를 배우기에는 이제 힘이 드니까 대신 내가 스페인어를 후딱 배워오라고 하셨다.
코스타리카에 있는 동안 어디에 가고 싶은지 물어보셔서(이게 여기 단골 질문인 것 같다. 답변을 준비해야겠다.) 그냥 다 좋아요.. 했다가 적어도 산이 좋은지 바다가 좋은지 말해봐라! 하셨는데 둘 다요.. 하다 여러 가지 옵션을 왕창 받았다. 그렇지만 지금까지 직간접적으로 느끼기에 코스타리카 사람들이 이것도 하자! 저것도 하자! 하는 게 약간 한국인의 밥 한 번 먹어야 하는데 하는 것이랑 비슷한 맥락인 것 같기도 해서 그냥 넵 너무 좋죠! 했다. 그런데 갑자기 그럼 언제 갈까 달력을 펼치셨다. 진짜 갈건가 봐! 당장 이번주 토요일은 이사해야 하고 다음 주 토요일에는 풀파티 약속이 있는데 어쩌지.. 했는데 파블로바를 주문하신 분께서 아주 바쁘셔서 일정이 10월로 밀렸다. 그렇지만 꿋꿋하게 10월 n일로 특정 날짜를 찍고 시간까지 정하셨다. 좋아 앞으로 한 달간 스페인어를 열심히 공부해야겠다.
원래 산호세 중심부까지 데려다주시기로 했는데 결국 집까지 또 차를 타고 한참을 달려 데려다주셨다. 그리고 이사 갈 집에 대하여 걱정이 많으신지 여러모로 물어보셨다. 언제 어떻게 이동할 건지 물어보셔서 이번주 토요일 즈음 우버를 불러 이사할 것 같다 말씀드리니 와서 짐도 옮기고 식료품 쇼핑도 도와주겠다고 말씀하셨다. 또 이렇게 도움을 받게 되다니! 나는 그냥 처음 정착하는 과정이 유난히 힘들어서 나중에 한국 돌아가면 이런 비슷한 사업이 있나 찾아볼까 싶었는데 이렇게 여러 곳에서 도움을 주시다니 또또또 감사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