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TM이 내 하나뿐인 카드를 먹었다.
2024.08.24. (토)
앞으로 EP365까지 적어 내리는 사이 어떤 힘든 날이 찾아와도 오늘을 떠올리며 위안하게 되지 않을까. 아침에 눈을 뜨고 어제 찾아둔 새로운 에어비앤비가 회사에서 걸어 다닐만한 곳인지, 안전은 한지 직접 확인하기 위해 집을 나섰다. 지금 숙소에서 회사까지 약 13분 그리고 회사에서 새로운 숙소까지 약 17분, 회사를 지나쳐 30분을 걸어 도착했다. 아침에 혹시 숙소 내부를 볼 수 있을지 문의를 남기고 갔는데 아직 너무 이른 시간인지 읽지 않길래 우선 집으로 다시 돌아가서 뭐라도 먹기로 했다.
그리고 돌아오는 길에 지금 숙소 주인이 연장한 일주일에 대한 숙박비를 현금을 요청해서 달러든 콜론이든 뽑기 위해 ATM에 카드를 넣었는데.. 돌려받지 못하였다. 24시간 대응 전화번호가 있었으나 역시나 받지 않았다. 근처에 있던 티카들이 도움을 주려했지만 아마 월요일까지 기다려야 할 것이라고 어떡해 눈빛만 잔뜩 받았다. 그 중 한 명은 혹시 집까지 갈 돈도 없는지 물어보고 돈을 빌려주려고 했다. 일단 걸어가면 집은 나오기는 해요.
자 이제 집 구하기-임시 숙소 옮기기 위에 이슈 하나 추가다! 이 소동이 있는 사이 아까 보고 온 에어비앤비에서 답장이 와서 약간 너덜 해진 멘털을 잡고 또다시 집을 나섰다. 그곳까지 가는 데엔 또 그 ATM을 지나가야야해서 오고 가며 혹시나 애가 카드를 퉤 뱉지는 않았을지 옆 쓰레기통을 발로 톡톡 차보기도 했다. 불행 중 다행으로 새로운 에어비앤비는 생각보다 깔끔하고 괜찮았다! 여전히 장기로 묵기엔 가격이 있었지만 지금 있는 곳의 반값 수준이었다. 다행히 집주인 아들이 영어를 해서 혹시 캐리어 하나만 먼저 오늘 이쪽으로 옮길 수 있는지, 옮기는데 도움을 줄 수 있을지 물어봤다. 흔쾌히 이따 운동 다녀오는 길에 우리 집으로 와서 캐리어를 옮겨주겠다고 했다.
그렇게 또다시 기존 숙소로 돌아오는 길.. 현금은 어떻게 마련해서 전달해 줘야할지 고민하는데 현금을 이곳저곳에 분할해 가져가라는 엄마 말에 스페인어 책에도 봉투 하나를 껴놓았던 것이 생각이 났다. 스페인어 책이 어디에 있지? 이번 주말 이사 짐을 덜기 위해 여러가지를 사무실 책상 위에 두고 온 것이 떠올랐다. 그 길로 바로 사무실로 향하였으나 주차장 경비 아저씨가 길을 막아섰다. 아저씨 우리 아는 사이잖아요..! 저 사원증도 들고 왔어요(라고 눈으로 말해보았다). 일하러 왔니? 하시는 말씀에 아뇨.. 저 앞에 바보 ATM이 제 카드를 먹었는데 지금 당장 현금이 필요해서 내 책상에 있는 스페인어 책 사이 껴있는 제 현금 찾으러 왔어요! 하고 싶었지만 그저 libro(책).. 하고 또 통역기를 꺼내 들었다. 아저씨가 반복해서 하던 말은 주말에 사무실에서 일하려면 이 이메일로 연락을 해서 사전 승인을 받아야 한다는 것이었다.
그렇게 스페인어 책(사이 현금)은 포기하고 다시 방으로 돌아와 나머지 봉투에 있는 돈들을 탈탈 털어봤더니 지난 1주일 가난하게 생활한 결과 딱 호스트에게 줘야 하는 현금이 딱 맞게 남아있었다! 그 사이 집주인을 마주쳐서 ATM 어쩌고 이야기했다가 몇 주 더 있을 것이라고 생각했는데 떠나는 나에게 자꾸 집을 담보로 빌린 은행 빚에 이자를 얼마 갚아야 하는지 반복적으로 이야기해서 더 불편해졌다. 짐을 옮기는 것도 걱정이 많았는데 다행히 아저씨가 집을 비운 사이 새로운 숙소네 아들이 운동하기 전에 먼저 와줘서 일부 짐을 제외하고 싸둔 캐리어를 차에 싣고 새로운 방에 잘 두고 나올 수 있었다.
그리고 집에 돌아왔는데 지금까지 일주일 정도 지내면서 진정됐던 마음이 또다시 안 좋았다. 어느 정도였냐면 원래 어딜가나 초반에는 마음이 안 좋은 시기가 있긴 하지만 이게 좀 길어지는 것 같기도 하고 특히 오늘은 지금 정신학적으로 심장이 아픈 게 나중에 혹시 몸에 영향을 주면 어쩌지? 걱정되는 정도였다. 와중에 아저씨가 지난주 토요일부터 해주고 싶다하던 soup을 저녁에 해줬는데 코스타리카에 와서 먹었던 음식 중 가장 맛있었다. 나는 국물요리를 크게 즐겨먹지 않아서 한국에서도 국물이 있는 음식을 잘 먹지 않았는데 하루종일 고생하고 안 좋은 마음에 따끈한 국물을 먹으니 사람들이 왜 국물요리를 좋아하는지 알 것도 같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