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주일 내내 마파두부만 먹고 살아남기
2024.08.25. (일)
눈을 뜨자마자 샤워하고 냉장고에 남아있는 밥을 먹고 수중에 남은 콜론과 달러를 쓸어 모은 봉투를 준비하여 짧은 메시지를 남기고 나머지 짐을 가방에 챙겼다. 그리고 또 감사하게 픽업 와주신 분의 차를 타고 교회로 향했다. 지난주 일요일엔 여러모로 말이 길어져서 체력적으로 지쳐 집에 들어갔었는데 오늘은 내가 할 말이 많았다. ATM이요.. 제 카드를 먹어서요.. 한국에서 카드를 하나 가져와서요.. 정지당할까 봐 분실 신고도 못하고요.. 여기 현지 계좌도 회사에서 열어주는데 너무 오래 걸리고요.. 집을 보러 다녔는데요.. 한창 이야기하다 시간이 되어 예배를 드리고 밥을 먹었다. 점심 메뉴로는 마파두부밥이 나왔다. 마파두부? 싫어하지 않는 메뉴지만 찾아먹어 본 적은 잘 없는데..는 무슨 그저 감사한 마음으로 먹는데 집사님? 권사님?께서 밥과 마파두부를 이만큼이나 싸주셨다. 그리고 나는 이걸 얼려서 일주일 내내 점심으로 먹게 된다. 그럼 저녁엔 뭘 먹냐? 안 먹는다. 저녁 먹고 바로 과자 먹고 또 과일 먹고 비요뜨 찾던 사람 어디 갔어.
이번엔 새로운 집 앞에서 내렸다. 지난 밤 조금 걱정했던 캐리어도 온전한 형태로 다시 만났다. 그리고 침대에 걸터 앉아 회고록을 작성하기 시작했다. 갑자기 무슨 회고록이냐면! 한국에서부터 뭔가 이 소중한 격변의 시기가 정신없이 흘러갈 것이 걱정되어 눈여겨보고 있던 회고 모임에 들었다. 그래서 주말엔 지난 한 주를 돌아보고 회고를 작성하는 시간을 갖는다. 나름의 회고 형식이 있었는데 이곳에 도착한 뒤로는 에피소드 나열의 일기 형식을 갖게 되었지만..개인적인 회고 작성 뿐만 아니라 다른 사람들의 회고를 읽고 댓글을 달아야 하는 의무도 있다. 얼굴도 모르는 지구 반대편에 있는 사람들이지만 각자 어떤 일상을 살고 있는지 매주 업데이트 되는 것이 흥미롭다. 그리고 이 회고 모임의 일환으로 여러 클럽들이 운영되고 있는데 나는 그중에서 관심을 갖고 있는 돈에 관련한 클럽과 인터뷰에 관련한 클럽 두 개에 가입하여 매주 과제를 수행하고 또 주기적으로 열리는 라이브 세션에 참여하고 있다.
지금 당장 먹을 것도(아니지 나 마파두부 있지?) 돈도 없고 제대로 정해진 집도 없지만 회고도 해야 했고 각 클럽 과제도 해야 했다. 어차피 내가 손쓸 수 있는 일이 아닌 것으로 마음이 힘들 때 해야 할 일이 있다는 것은 큰 도움이 된다. 앉아서 지난 일주일 있었던 일들에 대한 회고를 주욱 작성하고 또 지난주에 다짐했던 것들을 어떻게 성공하고 실패했는지 다른 사람들의 회고를 읽어가며 당장 눈앞에 놓인 것 외의 것들에 대하여 생각했다. 그리고 인터뷰 준비 클럽 과제로 몇 가지 질문에 대한 답변을 녹음해 업로드하고 다른 사람들의 답변에 대한 피드백을 작성했다. 이번주 자산 클럽 과제 내용이 수입 파이프라인 다각화에 대한 것이었는데 마지막 질문이 관련하여 공유하고 싶은 콘텐츠를 업로드하는 것이었다. 평소 사람들에게 공유하고 싶었던 수입 파이프라인 다각화 관련 콘텐츠? 있을 리가 없다. 사후적으로 유튜브를 돌아다니다 평소 인스타그램에서 팔로우하고 있던 프리랜서의 영상을 발견했다.
해당 영상 내용 중 일부가 브런치와 같은 플랫폼에 꾸준히 콘텐츠를 업로드 하는 것에 관한 내용이었다. 이것이 바로 수익화로 직결되지 않더라도 간접적으로 쌓여 나중에 활용될 수 있다! 는 것이었다. 이미 대학원 시절 부터 티스토리에서 무언가 깨작거리고 있었지만 브런치라는 곳에서도 언젠가 무언가 하고 싶다고 막연히 생각한 적이 있었다. 그런데 지금처럼 매일 콘텐츠가 마구 생겨나는 당장이 아니라면 또 언제 작가 신청을 해보겠는가? 클럽 과제를 제출함과 동시에 브런치 작가 신청서를 제출했다. 브런치 구조에 대하여 잘 몰랐는데 개인 공간 개설을 위해 앞으로의 콘텐츠 전개 계획과 함께 글 몇 편을 함께 제출해야 했다. 이전에 산발적으로 작성했던 졸업 일기와 퇴사 일기 몇 편을 함께 제출했다. 그냥 블로그 비슷한 걸 열겠다고 신청한 건데 괜히 무언가 기대하는 마음으로 눈을 감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