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집은 어디인가
2024.08.23. (목)
한 번에 연구소 동네로 이사 가지 못하더라도 개미 이슈, 샤워 이슈 등으로 지금 에어비앤비는 옮기고 싶어서 배낭을 사무실에 두고 짐을 덜어낼 목적으로 여행 배낭을 메고 출근했다. 여기에 뭐 챙겨 나가려는 사람 아닙니다! 아침에 온보딩 중간 리뷰를 간단하게 하고 (월요일 회의 때 1) 계좌-은행 기다리기 2) 집-계약 완료 기다리기의 상태에서 한 발도 나아가지 못한 것이 걱정되었지만) 자리에 배낭을 두고 사무실을 나섰다. 그렇게 픽업해 주시는 분을 만나 차를 타고 도시 중심부로 향했다. 지금까지 코스타리카에 살고 계신 한인분들의 이야기를 몇 번 들었는데 대부분 옷가게 관련으로 일하고 계신 것이 신기했다. 시내까지 마중 나와주신 분을 만나 뭣 좀 먹고 왔는지 물어보시더니 뭐? 바나나라니! 하고 집으로 초대해 주셨다.
그리고는 먼저 먹고 있으라고 김치말이국수를 해주셨다. 이렇게 많이 못 먹어요! 하면서 먹기 시작했는데 그 와중에 또 고기요리를 하나 해주셨다. 그리고 내주신 포도를 먹으며 나란히 앉아 부동산 사이트를 훑어내리며 그중 몇 군데에 연락을 하셨다. 나한테 연락 주실 때도 자꾸 카카오톡 음성 메시지를 보내시는 것이 특이하다고 생각했는데 알고 보니 여기 사람들은 중국처럼 음성 메시지로 대화하는 것이 일반적이었다! 중국어는 그냥 한자 하나하나 치기 어려워서 그렇다고 생각했는데 여기는 그냥 알파벳인데 왜 이런 문화가 자리 잡았을까? 아무튼 그래서 더더욱 번역기를 사용해서 대화를 나누기 쉽지 않을 것 같았는데 덕분에 부동산 한 군데와 약속을 잡고 바로 집을 보러 가기로 했다.
집은 깔끔하고 괜찮았는데 아무래도 이곳에 오래 계시면서 다양한 일들을 경험하셔서인지 여러모로 걱정이 많으셨다. 그래서 여러 가지 요청 후 이번주 일요일에 입주와 동시에 계약서를 작성하기로 했다. (스포일러: 결국 이 집에 안 들어감) 가스레인지나 침대가 없어서 걱정되었지만 침대는 매달 일정 금액을 지불하면 넣어주기로 했고 화구는 개인적으로 구매하기로 했다. 그리고 근처를 돌아다니면서 집집마다 붙어있는 전화번호에 무작정 전화하여 혹시 남은 방이 있는지 문의했다. 'For SALE/RENT(SE VENDE/ALQUILER)'가 붙어있는 곳뿐만 아니라 그냥 평소에 괜찮다고 생각하셨던 아파트에 가서 경비 아저씨한테 나온 매물이 있는지 물어보셨다. 저렇게도 집을 구하나? 생소했는데 아저씨가 가리키는 곳엔 지금 나와있는 집 관계자 번호 리스트가 적혀있었다.
한창을 전화를 돌리다가 다시 아주머니 집으로 돌아와 만들어주시는 떡볶이와 라면이 들어간 부대찌개를 먹었다. 그 와중에 점심 먹는 모습을 보시고 내가 밥알을 많이 안 먹는걸 눈치채셨던 것.. 집에 와서도 또 여러 군데 연락하시더니 마지막으로 한 아파트를 보러 가자고 하셨다. 핸드폰도 체력도 충전하고 다시 길을 나섰다. 마지막으로 보게 된 아파트는 호텔 같은 느낌이었다. 미리 보고 간 후기에서는 기차역 바로 앞이라 시끄럽다는 말이 있어 걱정되긴 했는데 일단 옥상에 도시가 한눈에 들어오는 멋진 야경 앞에 야외 수영장과 영화, 음악 감상실, 그리고 공용 사무실이 있었다. 헬스장을 포함하여 보증금을 내면 입주자 모두 무료로 사용할 수 있는 시설이었다. 그 아파트에서 두 집을 봤는데 하나는 예산 내, 하나는 예산 밖이었다. 예산 안에서 들어갈 수 있는 방에는 아무런 가구가 없어서 침대부터 모두 사넣어야한다는 게 부담이 되었고 방이 원룸인데 과하게 넓어서 이걸 어떻게 채우지 싶기도 했다. 또 예산을 살짝 웃도는 방은 마치 에어비앤비처럼 모든 게 구비되어 있었다. 키를 전달하는 방식을 보니 실제로 에어비앤비를 돌리고 있는 곳 같았다.
원래도 어떤 결정을 내리기 어려워하는데 여기까지 오니까 좀 스트레스를 받기 시작해서 세부 조건 같은 것은 부동산을 통해 집주인과 논의하고 오늘은 이만 돌아가기로 했다. 그 사이에 아주머니께서 처음에 계약하기로 말해뒀던 방은 아무래도 안심이 안된다고 연락해서 핑계를 대고 취소하셨다. 밤이 어두워져서 처음으로 우버를 불러 기사 아저씨에게 no hablo español를 외치며 집으로 돌아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