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파고와 함께라면 무엇이든 할 수 있어
2024.08.24. (화)
오늘은 나 혼자 인스펙션을 떠나보는 날. 먼저 사무실로 출근해 또파두부(또 마파두부)를 먹으며 벌써 열번도 더 확인한 버스 노선을 다시 한번 열어봤다. 학교에서 운영하는 픽업 전용 버스로 하루에 새벽 5시, 오전 11시 딱 두 번 있는 버스를 놓쳐서는 안 된다. 30분 정도의 여유를 두고 나와 정류장이라고 보기 어려운 표지판 아래 앉아 기다리기 시작했다. 나와 같이 버스를 기다리는 것으로 추정되었던 모두 각자 호출한 우버를 기다리는 사람들이었고 시계는 어느덧 11시 40분을 가리켰다. (심지어 그 사이 기특하게도 오프라인 저장해 온 스페인어 문장 300개 읽어주는 음원을 듣고 앉아 있었다.) 다른 곳으로 향하는 것 같아 보이는 버스들이 가끔 정류장을 지나쳤고 나는 결국 아무 버스나 타는 이상한 결정을 하게 된다. 이 시간 즈음 지나는 이 버스가 대충 내가 원하는 곳으로 가지 않겠나? 하는 이상한 믿음은 당연히 헛된 것이었고 그래도 빠른 검색을 통해 Pavas라는 동네에 내리게 되었다. Pavas에서는 연구소로 가는 버스가 비교적 자주 다녀서 또 앉아 한 30분을 기다린 끝에 드디어 학교 버스에 탑승했다.
처음 약속했던 시간보다 30분 정도 늦어 집을 보여주기로 약속한 분에게 급하게 연락을 드렸다. 여러 시련 끝에 마주한 관리 아주머니는 전혀 영어를 사용하지 않는 분이셨다. 사실 지금까지 번역기를 쓰더라도 한 두 문장 타이핑해서 소통했지 이렇게 적극적인 소통을 나눠야 하는 상대는 다들 영어로 대화할 수 있었다. 처음으로 음성 통역 앱을 켜서 여러 가지 질문하고 답변하는 과정을 거쳤다. 여러 개의 방을 보여주셨는데 글로만 보던 고시원 창문 있는 방에 붙는 추가 금액이 한 번에 이해가 가는 경험이었다. 그렇지만 또 창문이 있는 방은 앞에 큰 도로가 있어 시끄러워 스트레스받을 것 같았다. 그래서 작은 창문이 뒤쪽으로 나있어 조용한 방을 마지막 후보로 두고 인내심을 갖고 소통해 준 아주머니에게 감사의 말씀을 전하고 나왔다.
그리고 연구소까지 걸어갈만한 곳인지 걸어봐야 하기 때문에 학교로 향했다. 지난번에 근처 동네에 오긴 했지만 차를 타고 다른 분들과 같이 다녔기 때문에 감이 잘 안 잡혔는데 오늘은 혼자 걸어볼 수 있으니 힘들지만 좋았다. 구글맵에서 건너라고 보여주는 도로도 어쩔 때는 고속도로 같이 건널 수 없는 길이어서 이렇게 걸어보는 과정이 필수적이다. 캠퍼스에서 가능하면 노트북을 켜고 업무를 보려고 무거운 회사 노트북까지 이고 왔는데 아침에 버스를 헤매는 과정에서 진을 빼기도 했고 인터넷도 불안정해서 사무실로 돌아가기로 했다. 버스에 다시 한번 도전해 보려다 버스를 기다리며 햇빛을 쪼인 정수리가 아직도 뜨거워서 디디를 불러 몸은 편하게 마음은 불편하게 사무실로 돌아왔다. 돌아보니 살면서 혼자 택시를 타본 경험이 한 번도 없었던 것 같은데 여기 와서 새로운 경험을 많이 한다.
이곳에 산지 얼마나 되었다고 '우리' 동네로 돌아오니 마음도 편안하고 그중에서도 사무실에 도착하니 긴장이 다 풀렸다. 그래서인지 갑자기 입이 터져서 있는 것 없는 것을 모두 먹어도 먹어도 배고픈 사람이 되었다. 있는 거래 봤자 사과와 귤, 바나나 그리고 초콜릿 몇 알에 과자이긴 한데 수중에 있는 걸 전부 먹었는데도 배가 또 고팠다. 회사 안팎으로 많은 사람들이 집 문제에 신경 써주고 있긴 한데 결국 내가 견뎌야 하는 모호함의 시간이 있고 스스로 겪여야 하는 이런저런 일들이 있으니 배도 고프고 마음도 고팠나 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