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P034. .....(개미가 줄지어 가는 모습)

그리고 또다시 돌아온 과자 와구쟁이

by 에스더

2024.09.16. (월)


달콤한 금요일의 대가로 스페인어 수업을 200분 들어야 하는 월요일이 왔다. 무슨 배짱인지 주말 내내 놀다가 아침에 일어나 프레젠테이션 과제를 뒤늦게 시작했다.


TAREA: PIENSA EN UN PAÍS QUE TE INTERESA O CONOCES BIEN Y ESCRIBE UN TEXTO SOBRE ÉL (usa los verbos ser, estar, haber y los verbos para hablar del clima). Puedes hacer una presentación con imágenes y videos si te parece.


파워포인트까지 켜서 사진 몇 장을 올리고 와중에 아침을 안 먹고는 두 번의 수업을 이겨낼 자신이 없어 김치볶음밥까지 만들어먹고 연구소로 향했다. 원래 듣던 자리에서 긴 수업을 들으려니 정신이 없을 것 같아 오늘 재택근무 중인 다른 교수님 사무실에서 수업을 들었다. 100분-20분 쉬는 시간-100분 수업을 듣고 나니 생각보다 할만했다! 덕분에 내일부터 또 100분만 들으면 된다니 감사한 마음으로 수업을 들게 될 것 같다. 끝나고 진이 다 빠져서 집으로 호딱 달려왔다. 아니 달려오는 길에 길 건너 마트에 처음으로 들러 장을 봤다.


역시 기대를 저버리지 않고 작게 빵코너가 있어서 지난주부터 먹고 싶었던 도넛을 집어 들고 과자와 바나나, 사과, 망고, 계란을 사봤다. 그리고 일요일에 열심히 등록해 본 애플페이 결제에 도전해서 성공했다. 한국에선 애플페이 가능 매장을 찾아다니길래 생각도 안 하고 있었는데 여기서는 삼성페이랑 동일한 건가보다. 생각보다 무거워진 가방을 들고 집으로 돌아와 도넛을 한 입에 끝내버리고 과자를 뜯어버렸다. 여기서 끝나버린 것.. 김치볶음밥 먹겠다고 냉장고에 넣어두고서는 파티팩 감자칩(아주 크다.)을 다 먹어버렸다! 스트레스받아서 그런 거라고 해줘.(¿De qué? No sé..) 그리고서는 바나나도 먹어주고 또 일요일에 받아온 마몬치노(람부탄)까지 열심히 까먹었다. 자꾸 속껍질이 딸려와서 람부탄..속껍질 안먹는 꿀팁..검색해서 속껍질 결의 반대인 가로로 먹어보라는 팁을 얻었지만 결국 어느정도 감수하고 먹어야하는 부분이었다.


외면하던 개미와의 전쟁을 시작할 때가 되었다. 어제 사온 트랩은 이미 설치해 보았는데 역시 개미들이 꽤 좋아해서 많이들 들어와 있었지만 그저 그들에게 다른 반찬을 제공한 것 마냥 일부는 들어왔고 일부는 열심히 줄지어 다니는 중이었다. 이들을 며칠간 관찰한 결과 어디서 들어와서 어느 길로 다니는지 알게 되었다. 처음에는 쳐다보기도 힘들어했는데 그냥 이 나라에서 지낸 첫날부터 개미와 함께 살다 보니 관찰할 수 있는 수준에 이르었다. 그러나 동시에 얼마 전 침대 위까지(이건 좀 심했다. 전에는 어떤 음식 요인을 찾으려고 했는데 침대에는 아무것도 없잖아. 너무했어.) 올라타 백만 마리가 줄지어 다니는 것을 보고 머리가 어지러워서 약간 이상해지는 느낌을 받았기 때문에 더 이상 동거생물로 인정해 줄 수 없었다.


우선 테이프로 개미구멍으로 유추되는 벽과 기둥 사이를 칭칭 막아버리고 그 앞에 아빠의 조언으로 소금을 왕창 뿌렸다. 그리고 개미가 다니는 길을 열심히 닦고 그 위에 또 소금을 뿌려주었다. 여전히 개미들이 바들거리고 있었지만 새롭게 나온 친구들인지 길을 잃은 친구들인지 알 수 없어 또 스무 마리 넘게 처리해주어야 했다. 그만해! (와중에 스페인어 못읽는 에스더 개미 트랩 제대로 설치는 했을까 싶어 팔로우업 연락준 친구..)


아빠는 개미가 나를 훈련시킨다고 했지만 정말 이러고 싶지 않았다. 한국은 추석 연휴를 맞아 할머니댁에 모두 모여있는 것 같았다. 외할머니의 건강이 최근 많이 안 좋아져서 엄마도 아빠도 마음이 너무 안 좋아 보였다. 먼 곳에 있는 만큼 -또 프로젝트 시작 시점이 계속 미뤄지면서 약간 어학원 다니면서 월급 받는 기분이 드는 만큼- 용돈도 송금해 드리고 한창을 이야기하다가(개미 탐구 일지 공유가 8할 이상을 차지) 잠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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