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P033. 코스타리카 독립기념일

독립 203주년 기념 퍼레이드와 디저트, 디저트, 디저트

by 에스더

2024.09.15. (일)


지난주 내내 축하해 오던 독립기념일 당일이다. 늦잠을 잘 계획이었는데 또 눈이 일찍 떠져서 대충 샤워 후 샐러드를 먹고 드럼 소리를 따라 밖으로 향했다. 잠시 고향에 가있는 빌딩 메이트가 퍼레이드 시작 지점이 이 빌딩 앞이라고 꼭 가보라고 핀까지 찍어 보내줬다. 퍼레이드에 참여하고 있는 사람들 뿐만 아니라 시민들 모두가 파란색, 흰색, 빨간색으로 꾸미고 독립의 203주년을 기념하고 있었다. 퍼레이드 자체는 어린 학생들이 열심히 드럼을 치고 춤을 추며 행진하는 행사였다. 찾아보니 우리나라보다 독립한 지도 훨씬 오래되었고, 멕시코가 스페인으로부터 독립하면서 어부지리로 독립하게 된 것이라 따로 독립투사도 없다고 하는데 이렇게 시민 전체가 이벤트이 적극적으로 참여하고 진행하는 것이 신기했다.


퍼레이드로 메인 스트릿이 다 막혀 대중교통을 도전해 보겠다는 의지는 꺾이고 근처에서 우버 타고 가시는 분이 픽업해 주셔서 함께 교회에 도착했다. 너무 피곤한 중에 용서.. 에 대한 설교를 들었다. 점심으로는 국물 메뉴가 나왔다. 평소 잘 먹지 않는 메뉴지만 역시 감사히 먹고 앉아서 사람들이 주고받는 스페인어 속에 가끔 아는 단어가 나오면 속으로 혼자 반가워했다. 그러던중 한 분은 오늘 나온 밥과 김치를 이-만큼이나 챙겨주시고 또 한 분은 Escazú에 비해 이사온 동네가 추울거라고 집에 남는 침대 커버와 이불을 빨아서 가져다주시고 또 한 분은 토스트기를 가져다주셨다. 한 아이를 키우는데.. 마을 전체가 필요하다.


교회가 끝나고는 오늘도 친구와 함께 디저트를 먹으러 나왔다. 오늘은 근처 멀지 않은 곳으로 왔는데 한국의 빙수랑 비슷한 Granizados를 먹으러 왔다. 제대로 된 전통의 맛으로 먹이겠다고 고맙게도 가게마다 돌아다니며 슬러시 기계가 아닌 얼음을 갈아 만드는 방식으로 만드는 게 맞는지 확인하여 겨우 한 곳을 찾아 들어왔다. 그 과정에 길에서 종종 람부탄(Mamón Chino라고도 부른다, 챗gpt에 따르면 껍질을 뜯고 과육을 빨아먹으며, 중국에서 처음 접한 과일이라 그렇다고 한다.)을 팔고 있었는데 친구들 중 한 명이 나에게 가져가서 먹어보라고 한 봉지 챙겨줬다. 그 자리에서 시식으로 두어 개 다 같이 까먹었는데 안에 있는 씨의 속껍질이 붙어 까끌거렸지만 맛있었다. 드디어 열대 과일을 먹어보다니!


그라니사도를 기다리는 동안 옆 테이블의 뭘 보시더니 친구 어머니는 과일 샐러드로 메뉴를 변경하시고 나에게 같이 먹어줘야 해! 하셨다. 그렇게 받아본 그라니사도는 충격의 비주얼이었다. Churcill시럽-파우더밀크-얼음-연유-아이스크림 순으로 쌓여있었다. 아이스크림 옵션을 제외한 것이 다행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도 한국에서는 단 것을 좋아하는 편에 속했는데 연유-아이스크림 단계까지는 먹어도 파우더 밀크를 마주한 순간 아 정말 파우더로 된 밀크잖아? 그리고 빨대를 꽂아서 시럽 부분을 먹어야 하는데 여기서 포기했다. 희망의 과일 샐러드가 남아 있다고 생각했지만 그건 그냥 젤리 푸딩에다 바나나, 파파야, 파인애플 등을 썰어 넣고 위에 아이스크림을 올리고 과자를 꽂아둔 이름만 샐러드였다. 테이블에 둘러앉은 모두가 남기지 않고 깨끗하게 컵을 비웠다. 티카 티코들이 우리들은 단 것을 좋아해! 할 때마다 그럼 나도 좋아해! 누가 단 것을 좋아하지 않겠어?라고 답하곤 했었는데 이건 다른 차원의 것이었다.


가게 근처에 살고 있는 다른 친구들은 떠나고 남은 나에게 집에 데려다 줄지, 같이 집에 가서 놀지 물어봐줬는데 놀아줘~해서 다 같이 마트에 가서 저녁거리를 사게 되었다. 자꾸 나에게 무엇을 먹고 싶은지부터 시작해서 그렇다면 어떤 치즈를 먹고 싶은지 고를 수 있게 해 주는데 쉽지 않다. 결국 샌드위치로 메뉴를 정하고 안에 넣을 햄과 치즈를 구매했다. 매대에 놓여있는 정말 다양한 치즈의 종류를 보고 이 나라 치즈에 진심이라는 것을 알게 되었다. 그리고 아보카도. 모든 사람들의 쇼핑 카트에는 꼭 아보카도가 한두 개씩 들어가 있었다. 바게트 빵도 같이 구매했다. 항상 회사 앞 마트에서 달다구리 빵을 살 때 저 긴 바게트 빵을 사가는 사람들은 어떻게 먹는 건지 궁금했는데 오늘 드디어 알게 되었다. 이제 갈까? 하는 어머니의 말씀에 짧은 스페인어로 저 집에 개미 있어서 캭캭 (죽는소리) 약을 사고 싶어요! 어필해서 드디어 개미약도 살 수 있었다.


사실 내일 스페인어 수업 과제도 아직 안 했고 설교시간부터 졸렸지만 친구 집에 오고 싶었던 이유 중 하나는 요 다섯 마리의 강아지들이었다. 마구마구 달려드는 강아지들과 함께 나무 하나하나 설명을 들으며 뒷마당 투어를 하고 (이렇게까지 설명해 준다고? 싶었는데 생각해 보니 처음 교회에 갔을 때도 목사님이 교회 마당에 있는 나무를 하나하나 전부 설명해 주셨었다. 이것이 푸라비다?) 친구와 동네 산책을 하며 각 이웃집의 이야기를 들려줬다. 집 하나하나가 너무 멋졌는데 보통 땅을 사서 원하는 디자인으로 집을 짓는다고 한다. 지난번부터 궁금했던 금액을 살짝 물어봤는데(너네 집 얼마야? X 그럼 이런 집들은 부지를 따로 사고 건설사 계약을 따로 해야 하면 돈이 엄청 많이 들겠다! O) 당연히 비쌌지만 원룸을 보러 다닐 때 한국과 비슷했던 월세를 생각해 보면 서울에서 집 짓고 이렇게 사는데 이 금액이면 더 많은 사람들이 행복할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했다.


집으로 돌아와서는 바게트를 잘라 올리브유를 뿌리고 어렵게 고른 크림치즈를 올리고 하몽과 아보카도, 토마토, 후추를 올려 간단하게 샌드위치를 만들어 먹었다. 이렇게까지 맛있을 일인가? 집에 돌아가서 꼭 해 먹어 봐야지. 그리고 지난번처럼 꿀과 우유가 들어간 커피를 타주셔서 같이 마셨다. 그리고 또 디저트.. 비스킷을 사 오긴 했는데 오는 길에 독립기념일 플리마켓을 하고 있어서 이따 와서 추로스를 먹자! 해서 다시 다운타운으로 내려왔다.


계획대로 추로스를 먹으려다가 갑자기 아까 설명해 준 코스타리카 전통 디저트 중 cocadas를 먹는 게 낫겠다! 해서 또 다른 가게에 들어갔지만 이미 품절이라 했고 옆 마트에서 찾았으나 어머니께서 이런 코카다스를 먹일 순 없다고 다시 추로스를 먹으러 왔다. 추로스에 큰 기대는 없었는데 뒤에서 바로바로 튀겨 안에 캐러멜 크림을 넣어주고 있어서 생각보다 맛있었다. 되돌아보니 멕시코에서 추로스 먹으려다 실망스러운 타코로 배불러버린 이슈로 못 먹고 넘어와 아쉬웠는데 이렇게 또 먹게 되었다. 생각해 보니 스페인 여행할 때도 맛있는 추로스를 많이 먹었던 것 같은데 그 영향인가 보다. 이젠 조금 피곤해서 영화는 다음에 보자! 하고 집으로 돌아가기로 했다. 조금 미안할 정도로 또 다 같이 먼 길을 운전해서 우리 집에 내려주고 친구네 가족은 다시 집으로 돌아갔다. 오는 길에 코스타리카 슬랭을 몇 개 알려줬는데 정말 기억이 하나도 안 나네. 먹을 거 알려줄 때만 그렇게 열심히 기록하고.. 다음번에 다시 물어봐야겠다.


집으로 와서는 개미 여부를 열심히 정찰하고 사온 개미 트랩을 설치해 보았다. 그리고 드디어 스페인어 숙제를 하려나? 아니 종일 그렇게 먹고 또 와서 마지막으로 남은 피자 두 조각을 또 먹고 잠들어버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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